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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과 똑같은 로봇손 만들기 [제 906 호/2009-04-24]

밖에서 놀다 손을 다친 현민이는 응급조치로 손을 붕대로 감게 되었다.
“아빠, 손을 붕대로 싸놓으니까 손도 잘 못 움직이고 너무 불편해요.”
“그러니까 밖에서 놀 때는 늘 조심히 놀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 좀 불편하더라도 참거라. 그래야 빨리 낫지.”

“알았어요. 그런데 손에 이렇게 붕대를 감으니까 간식 먹기도 어렵고 글씨 쓰기도 힘들어요. 이럴 때는 내 손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손이 하나 붙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쎄…. 로봇손이 있으면 좀 편하긴 하겠구나. 로봇손이 있다면 뜨거운 물건을 집을 때나 사람의 손으로 하기 어려운 미세한 작업을 할 때 유용하겠지. 그리고 오염된 현장에서도 편리하고 더러운 물건을 잡을 때도 좋을 테고 말이야.”

“맞아요. 그리고 못된 친구들이 까불면 뻥~하고 혼내줄 수도 있고요.”
“하하~ 맞다. 하여튼 로봇손이 있으면 여러모로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나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영화에서 로봇손이 나오는 걸 본 적 있는데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막대가 막 움직이더라고요. 왜 그러는 거에요?”

“응. 현민아, 우리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혹시 생각해 본 적 있니?”
“그냥 우리가 생각하니까 움직이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손은 힘줄과 인대를 통해 물건을 집기도 하고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있단다. 만약 손가락을 움직이는 이 힘줄과 인대가 상하게 되면 우리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돼.”

“힘줄과 인대요? 그것들은 어떤 것들이에요?”
“힘줄은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데 우리 손이 접히거나 펴지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보통 늘어지는 것을 견디는 힘인 장력이 강한 편이란다.”
“그러면 인대는요?”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하여 관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연결고리야. 관절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지. 이런 관절을 안전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인대가 하기 때문에 인대는 섬유 구조가 밀접한 형태로 되어 있어 매우 질긴 편이지.”
“아빠 말을 듣고 보니 힘줄과 인대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응, 그래. 힘줄과 인대는 근육과 뼈, 그리고 관절과 관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기능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단다. 보통 힘줄보다 인대가 좀 더 많이 늘어나는 편이고 힘줄이 끈 모양으로 뼈에 연결되어 있다면 인대는 끈 모양뿐만 아니라 붕대나 반창고 형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

“아빠~ 그럼 힘줄이나 인대가 다치게 되면 어떻게 돼요?”
“힘줄과 인대 모두 뼈와 관절을 꽉 붙잡고 있는 것인데 만약 이런 것들이 끊어진다든가 뼈나 관절에서 뜯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니?”
“제대로 못 움직일 것 같은데요?”

“그래, 맞아. 힘줄이 끊어지면 근육의 움직임을 전달할 수 없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인대가 끊어지게 된다면 관절을 잡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관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단다. 그래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수술을 해서 치료해야 돼.”
“아~ 그러면 아까 말한 로봇손도 이런 힘줄과 인대가 있어야 움직이겠네요?”

“와! 우리 현민이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구나. 하하, 그렇지. 움직이는 물체들은 모두 이런 힘줄이나 인대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게 되는데. 기계의 경우 금속봉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실린더가 이런 역할을 하게 된단다.”
“말로는 이해가 잘 안 돼요. 아빠 우리 뭔가 만들어 보면서 알아 가면 안 될까요?”

“요녀석~ 그러면 빨대를 가지고 로봇손을 한번 만들어 보자꾸나.”
“네. 좋아요! 헤헤~”


[실험방법]
준비물 : 주름이 나 있는 긴 빨대 5개, 노끈, 자, 칼, 유성펜, 드라이버, 라이터, 테이프
[실험순서]
1. 주름이 아래로 가게 한 다음 빨대 5개를 펼친다.
2. 빨대를 하나로 잘 묶는다
3. 펼친 빨대 위에 손을 대고 각 관절 부분과 손끝을 유성펜으로 표시한다.
4. 각 빨대에 표시된 부분을 칼로 V자가 되도록 홈을 파낸다.
이때 손끝 부분은 잘라낸다.
5. 손끝 부분에서 5mm 정도 되는 부분에 달궈진 드라이버로 작은 구멍을 뚫는다.
6. 뚫린 구멍에 노끈을 끝까지 밀어넣고 끝은 풀어지지 않도록 묶는다.
7. 5개를 묶은 다음 각 노끈을 잡아당기면서 빨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다.

[실험 Tip]
- 빨대 밑으로 나와 있는 노끈에 손가락이 들어 갈만한 구멍으로 매듭을 맨 뒤 손가락을 끼우고 움직이면 손가락 움직임대로 빨대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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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제 905 호/2009-04-22]

강원도 오색에서 출발하여 설악산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험하지만 단시간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4-5시간 정도 등반하여 중청봉(1,676m) 정상에 올라서면 설악산이 발아래 내려다보이고, 저만치 자신보다 유일하게 높은 대청봉(1,708m)이 보인다. 대청봉 방향으로 보이는 산의 곡면은 넓게 펼쳐진 말 잔등과 같은 형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중청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길은 능선을 따라서 약간 내려가다가 다시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게 된다. 중간에 가장 낮은 점에 도달하면 등산로 진행방향으로는 최저점이지만 옆 방향으로는 여전히 능선상의 제일 높은 최고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쪽으로는 최소값, 다른 방향으로는 최대값을 갖는 지점을 말안장 점 또는 새들 포인트(saddle point)라고 한다. 말의 안장과 같이 머리부터 엉덩이 방향으로는 위로 오목하지만 말의 등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는 위로 불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의 형세를 f(x,y)라는 곡면함수로 표시할 수 있다. 수학에서 미분값이 영이면 기울기가 영이므로 최대 또는 최소가 된다. 이때, 2차 미분값이 양쪽으로 모두 양의 값을 가지면 최소, 즉 움푹 파인 분지 형상이 되고, 모두 음의 값을 가지면 최대, 즉 위로 불룩한 산봉우리 형상이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 한쪽으로는 양, 다른 방향으로는 음이 될 때에는 봉우리(최대)도 분지(최소)도 아닌 최대최소(min-max)의 말안장 점이 된다. 말안장 점에서 바라본 말안장 곡면은 양쪽이 서로 다른 쪽으로 휘어진 형상 때문에 다소 기이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말안장 곡면은 복잡한 형상을 연결하는 기계부품이나 표면 디자인에 응용되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3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감자칩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원형 칩을 양쪽으로 다른 곡률을 갖는 쌍곡선-포물곡면(hyperbolic-paraboloid)이라는 독특한 형상으로 만들어 원통형 용기 내에 매우 효율적으로 차곡차곡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평면 형태로 만들거나 한쪽으로만 곡률을 준 것보다 손으로 잡기도 편리하고 무엇보다도 얇은 칩의 부피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감자칩은 맛도 맛이려니와 테니스공을 넣는 통과 같은 독특한 원통형 포장 용기와 수학적인 말안장 곡면형상의 설계로 유명해졌다.



스키나 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은 밋밋한 경사보다는 범프가 많은 슬로프에서 새들 포인트를 즐긴다. 이들은 스키가 지나가면서 만들어 놓은 눈더미(mogul)와 골(trough)을 통과할 때 모글과 모글 사이로 말안장 점을 곧바로 통과하는 기술을 구사한다. 맨 처음 범프에서는 6-8부 능선으로 진입하고 첫째와 둘째 범프 사이 위아래에 있는 말안장 점을 비스듬히 지나서 다시 세 번째 범프의 6-8부 능선으로 진입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골을 따라서 좌우로 움직이며 진행하는 것보다 짧은 최단의 직선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말안장 곡면이나 구 표면에서 최단 경로는 평면상에서의 직선과 다르다. 한 예로 평면상에서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 지만, 구 표면상에 그려진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보다 크다. 반대로 말안장 곡면상에 그려진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작다.



설원의 고수가 되려면 눈 표면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하학적인 곡면을 따라가면서 최단 경로를 감각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새들 포인트와 최대 최소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이들로 이루어진 입체형상을 머릿속의 3D 프로그램으로 분주하게 애니메이션 해야 할 것 같다.

과학이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연을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과학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사소한 것도 과학의 이치를 거스르는 게 없다. 어디에나 과학은 숨어 있다.

글 : 한화택 교수(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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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윈도우 쓰는 제일 쉬운 방법 [제 904 호/2009-04-20]

정보통 씨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의 애플 컴퓨터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기왕 쓰는 컴퓨터, 저렇게 세련된 제품을 쓰면 좋겠지’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선뜻 애플 노트북을 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정보통 씨가 다니는 회사의 인트라시스템에 접속하거나, 기존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윈도우즈 PC를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회사일을 집에서 처리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계속 윈도우즈 PC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보통 씨는 그동안 눈독 들이던 애플의 노트북을 덜컥 사들였다. 최근 정보통 씨는 가상화 소프트웨어 덕분에 애플의 OS X(오에스 텐)에서도 윈도우즈 응용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가상화(virtualization)는 컴퓨터에서 컴퓨터 리소스의 추출을 일컫는 광범위한 용어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는 가상화를 “물리적인 컴퓨터 리소스의 특징을 다른 시스템, 응용 프로그램, 최종 사용자들이 리소스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부터 감추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즉, 여러 가지 리소스(서버,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저장장치)를 하나의 리소스처럼 보이게 하거나, 단일 리소스에서 여러 가지 물리적 리소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좀 알쏭달쏭하게 들리지만, 실제 가상화의 구현 방식은 간단하다. 정보통 씨가 한 것처럼 한 대의 PC에 여러 가지 운영체제를 복수로 설치하여 동시에 사용하는 것, 이것이 가상화 기술이다. 다른 말로는 ‘플랫폼 가상화’라고도 불린다.

가상화 기술은 이미 1970년대 메인프레임 시절부터 사용되어 왔다. 에뮬레이션도 가상화의 한 예다. 최근 인텔이나 AMD의 x86 계열 CPU에서 가상화가 본격적으로 지원되면서 가상화 기술은 더욱 붐을 일으키고 있다. 플랫폼 가상화의 개념은 데이터 저장장치나 네트워크 리소스와 같은 특정한 시스템 리소스의 가상화로 확장되었다.

이제 정보통 씨는 사진을 정리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또 영화를 볼 때는 애플 노트북에서 기존의 OS X를 사용하다가, 사내 인트라에 접속하거나 인터넷 뱅킹이 필요할 때면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MS 윈도우즈 창을 열어서 사용한다.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면, 리눅스도 문제없이 띄울 수 있다. 정보통 씨의 애플 노트북은 한 대의 컴퓨터이지만 마치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는 것처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화는 컴퓨팅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나 포레스터리서치, 가트너그룹 등은 수년 전부터 가상화를 PC 분야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전망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가상화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년 60% 이상 성장해오고 있다. 가상화가 이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은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모든 기업이 경비절감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는 더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기업 업무에서 IT 시스템은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다. 결재는 물론, 기안, 사내 정보교류, 구매 및 입찰, 자산 관리, 재정, 웹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가 IT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전체 직원 수보다 더 많은 업무용 PC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컴퓨터의 유지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그중에서도 각종 운영체제의 보안패치,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각종 바이러스 및 보안 프로그램의 관리 등에 특히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사내 업무용 PC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클라이언트 가상화 컴퓨팅’도 가상화의 일종이다. ‘클라이언트’는 중앙 서버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IT 기기를 뜻한다. PC, 노트북, PDA는 물론이고 아이팟, 휴대전화도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기기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고 가상화를 통해 기존의 유휴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이 클라이언트 가상화 기술이다. 기존의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데이터센터에서 컴퓨터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 있는 PC를 얇은 클라이언트로 교체하게 되면 사무공간이 절약된다.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서버 또는 얇은 블레이드 PC가 직원들의 PC를 대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의 관리가 한 곳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장비 구입 및 설치 비용도 절약된다. 직원들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서든지 자신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어서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바이러스 등에 대처하거나 기밀문서 유출 방지 등 각종 관리업무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가상화를 통해 비용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상화 도입을 통해 절약될 비용(장비 도입비용, 전기요금, 장소임대비용, 관리비용 등)을 계산해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러한 사이트에서 계산해보면, 가상화를 통해 전체 IT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이 최대 50%까지 절감되기도 한다.

가상화를 통해 한 대의 컴퓨터에 하나의 운영체제만 설치되는 기존의 비효율적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가상화 기술 덕분에 앞으로는 특정 운영체제가 시장을 독점하는 일이 드물어질 것이다. 정보통 씨의 사례처럼 MS 윈도우즈만 사용하던 사람들이 다른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상화는 회사의 비용을 절감해주고 개개인의 컴퓨터 사용을 편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까지도 바르게 재편해주는 ‘효자’ 기술인 셈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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