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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서럽다 [제 916 호/2009-05-18]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요즘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쓰레기를 뒤지며 이것저것 주워 먹어 잘 날지 못할 만큼 살이 쪘다는 의미로 ‘닭둘기’, 배설물과 깃털로 각종 세균을 옮길 수 있다는 뜻에서 ‘쥐둘기’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엽기적인 별명을 넘어 비둘기는 이제 법적으로도 ‘해로운 동물’로 지정될 모양이다. 환경부는 최근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는 ‘야생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비둘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만 받으면 포획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법제처 심사를 거쳐 6월경 공포될 예정이다.

환경부의 발표에 네티즌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것 같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입법예고안이 발표된 후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101명 중 83%가 환경부의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비둘기를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 없이 비둘기의 유해성을 단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비둘기가 사람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 때문이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건조된 뒤 가루가 되고, 공기 중에 날리게 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각종 병균을 사람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 비둘기의 우리에서 발견되는 빈대, 진드기, 벼룩 등도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는 주장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인수공통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비둘기의 배설물은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고, 건물이나 유적지 등 기타 시설물 자재를 부식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배설물이 석회암 구조물에 손상을 주는 것은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돼 있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물과 닿으면 다양한 종류의 곰팡이 진균류가 성장하고, 대사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나온다. 이 산성물질이 석회석을 녹여 구조물 곳곳의 색이 바랜다. 심할 경우는 미세한 틈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틈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얼면 구조물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콘크리트 등 도시구조물 변색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비둘기는 ‘집비둘기’로 분류되는데, 원래는 바닷가 암벽지대에 사는 새라고 해서 영어로는 ‘Rock Dov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학명은 납빛 비둘기라는 뜻의 ‘콜룸바 라비아(Columba lavia)’이다.

이 비둘기의 특징 중 하나가 강력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능력이다.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매번 두 개의 알을 낳는데 주변 환경이 좋으면 1년에 4번에서 6번까지 알을 낳기도 한다. 성장도 매우 빨라서 갓 태어난 새끼가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한다. 새끼 비둘기는 태어나자마자 ‘피존 밀크’라는 특별식을 공급받는데, 이는 암수 모두로부터 공급받는 젤 형태로,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각종 면역성분이 함유된 농축 영양덩어리여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비둘기가 이렇게 까지 빠르게 번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도시환경에서 주어지는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던져주는 모이와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는 비둘기가 하루에 필요한 먹이의 양인 20~50g을 단번에 먹어치울 수 있게 한다. 이런 환경에 있으니 도시 비둘기들은 어렵게 먹이를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 여유시간이 많아지고, 이 시간의 대부분은 번식을 위해 노력할 수있게 된다. 풍부한 먹이가 안정된 성장과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주는 셈이다.

‘비둘기와 인간의 전쟁’이 그렇게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이 ‘납빛 비둘기’ 구제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독약이나 마취제, 총포, 덫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일시적으로 비둘기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듯 보이다가 이내 예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또 영국에서는 ‘비둘기용 피임약’을 모이에 섞어줘 개체 수를 줄이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이 역시 허사였다. 약을 먹지 않은 다른 무리의 비둘기가 재빨리 유입돼 별 효과가 없었다.

이처럼 사람이 비둘기의 개체수를 줄이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안정적인 번식의 근원인 먹이 공급은 차단하지 않고 ‘사냥’ 에만 나섰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비둘기 방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한 스위스 바젤대학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총포와 덫, 독약 등으로 비둘기를 살상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으며 개체 수는 먹이의 양과 가장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바젤 시 당국과 동물보호협회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50개월 뒤 2만 마리로 추정되던 이 지역 비둘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스위스 바젤대학의 연구결과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개체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위스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비둘기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20세기 초부터 유럽 각지에서 벌어졌던 비둘기와의 전쟁은 비둘기의 생태 습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덤벼들면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과학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생명을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간은 비둘기를 통해 도심에서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글 :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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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쑥쑥! 성장 호르몬의 비밀 [제 915 호/2009-05-15]

“아빠! 동생 서현이가 제 성장이 중세시대에 멈췄다고 자꾸 놀려요!”

태연은 키 때문에 고민이다. 또래 아이들은 물론 친구 동생인 서현보다 작기 때문이다.

‘잘됐군!’ 아빠는 이 기회에 성장을 더디게 하는 태연의 나쁜 습관을 따끔하게 지적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성장호르몬의 마법을 설명해야겠다.

“태연이 너 밤 12시 넘어서까지 게임하는 습관만 버려도 지금보다 키가 3~5cm는 더 자랄 텐데….”

“게임이랑 키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빠는 억지쟁이!”

“게임보다는 시간과 관계가 있단다. 뇌 바로 밑에는 여러 호르몬이 분비되는 샘물인 ‘뇌하수체’가 있지. 이곳에서 키를 자라게 하는 ‘성장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2시 사이야. 하지만 이때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으면 호르몬 양이 많이 줄어든단다. 특히 뇌가 각성해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른 호르몬들이 나오느라 성장호르몬은 거의 나오지 않지.”

“정말이요?”

“그럼. 12~14살, 지금 태연이 나이 또래에는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된다면 매년 5cm 정도는 자라야 하는데 성장호르몬이 나올 시간이 없으니….”

“그럼 전 앞으로 계속 서현이보다 작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는 않아. 목소리가 가늘어지고 여성의 체형으로 바뀌는 2차 성징을 이끄는 성호르몬이 성장호르몬과 함께 분비되면 매년 8~9cm씩 자랄 수도 있단다. 이때 키가 잘 크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면 서현이를 따라 잡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밤에 일찍 푹 자는 습관을 들여야 키가 조금씩 크지 않겠니?”

“그런데 애들은 제가 성장판이 닫혀서 이제 더 이상 크지 않을 거래요.”

“그건 아이들이 놀리는 거란다. 성장판은 성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닫히기 시작해. 대개 사춘기와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가 비슷한데 태연이는 사춘기가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는 않았을거야. 걱정되면 지금 당장 아빠랑 성장판을 보러 갈까?”

“성장판을 볼 수 있어요?”

“성장판은 X선 사진을 촬영하면 잘 보인단다. 성장판은 뼈의 끝 부분인 ‘골단’과 뼈의 줄기부분인 ‘골간’을 잇는 부분이야. 관절의 연골과는 다르지. 태연이의 성장판 X선 사진을 보면 골간과 골단이 끊어진 듯 검게 나타나지? 이 부분이 성장판인데 뼈가 자랄수록 검은 부위가 점점 얇아지고 성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면 금세 얇은 막으로 변한단다. 아빠처럼 성장판이 흔적으로만 나타날 때 성장판이 닫혔다고 하는 거야.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뼈를 새로 만들어낼 곳이 없어 키가 자라지 못하지.”



성장기 뼈와 성장판


“그럼 저는 아직 키가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네요? 키가 쑥쑥 자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먼저 편식하는 습관부터 고쳐야지. 콩나물이나 우유를 많이 먹는다고 키가 크지는 않는단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칼슘이나 단백질은 물론 지방 같은 영양소도 먹어야 해.”

“뭐든지요?”

“굳이 하나를 제외하자면 콜라는 많이 안 먹는 것이 좋단다. 콜라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뼈를 자라게 하는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해. 또 콜라에는 인산이라는 물질이 있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소변으로 칼슘을 배출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뼈에 좋지 않지.”

“아 그렇구나. 그럼 운동은 어떤 걸 하면 좋아요?”

“근육이나 척추에 심한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이라면 대부분 키가 자라는데 도움이 된단다. 태연이가 힘의 50~70% 정도를 사용해 조금 숨차고 땀나는 운동이라면 적당하지.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거야.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체조를 알려줄까?”

“네!”

“먼저 손가락을 깍지 껴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팔과 허리를 쭈욱~ 늘려주고, 그 다음에는 허리를 굽혀서 손이 땅에 닿도록 다리 근육을 늘려줘보렴. 엉덩이랑 다리 뒷부분에 당기는 느낌이 나지?”

“네. 시원해요.”

“그 다음에는 육상 선수들이 달리기 출발을 할 때처럼 발을 앞뒤로 넓게 벌리고 몸을 아래로 지그시 눌러보자. 다리 전체가 당기는 느낌이 오지? 이런 스트레칭을 매일 자기 전에 하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될 거야.”

“네. 그런데 아빠는 왜 이런 걸 다 알면서 키가 작아요?”

“아…아빠는 사춘기 때 밤늦도록 공부만 해서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았단다. 그러니 태연이도 밤늦게 게임하지 말고 일찍 자렴. 알았지? 그런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는 말고….”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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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홈런의 숨은 비밀은 ‘돔구장?’ [제 914 호/2009-05-13]

“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박찬호 선수의 ‘양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한 말이다. 야구 마니아들이 이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우리나라 국가대표 야구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연이어 ‘세계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값진 준우승을 일궈내며 전국 야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날씨와 관계없이 사시사철 야구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야구 역사가 긴 일본은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을 포함해 현재 총 6개의 돔구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고척동에 2011년 9월까지 2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안산시도 내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12년까지 3만 2000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돔구장이 완공되면 안산시는 2013년 WBC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될 국내 최초의 돔 구장의 조감도.
2011년 9월 완공될 이 돔구장은 골조를 세우고 천막을 입히는 골조막 방식,
돛단배처럼 지붕을 줄로 연결하는 마스트 방식, 도쿄돔처럼 내외부의 기압
차로 지붕을 떠받치는 공기막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사진

돔구장 건설은 야구 마니아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선수들은 겨울철 훈련장을 찾아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아도 되며, 팬들은 겨우내 몸만들기에 열중하는 선수들의 연습경기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365일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그런데 돔구장은 일반 구장보다 홈런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일까? 이승엽 선수는 2006년 41개의 홈런 중 22개, 2007년에는 30개의 홈런 중 18개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지난해에도 8개의 홈런 중 4개를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쏘아 올렸다.

이승엽 선수의 라이벌 타이론 우즈 선수는 일본의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도쿄돔이 홈런치기가 수월하다며,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승엽 선수가 친 홈런은 돔에서 만들어 낸 홈런인 이른바 ‘돔런’(Domerun)이라는 것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돔구장에서의 홈런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메트로돔은 개장 첫해인 1982년, 다른 구장보다 배에 가까운 191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메트로돔 전직 관리자 에릭슨은 “미네소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로 바람이 불도록 인위적으로 바람을 조절했다”며 “이 같은 공기 조절이 다른 돔구장에서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메트로돔 처럼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홈런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돔구장은 유독 홈런이 잘 나온다. 돔 구장에는 홈런을 증가시키는 공기역학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힘은 구장 내의 상승기류다. 돔구장에는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며 대류 현상에 의해 자연적으로 상승기류가 생긴다. 게다가 돔 천장 중앙에 설치된 환기시설이 뜨거운 공기를 강제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인공적 상승기류도 형성된다. 도쿄돔의 경우 돔 상단에 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는데 이는 도쿄돔은 얇은 막으로 된 천장을 관중석 상단에 설치한 송풍기 36대가 일으킨 바람으로 지탱하는 ‘공기부양식 돔’이기 때문이다. 일단 높이 뜬 타구는 이 같은 ‘외부 효과’의 도움으로 홈런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두 번째 힘으로는 수직 기온분포에 따라 타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돔구장은 일종의 ‘온실’과 같아서 그라운드에서 천장 부근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은 상층부 공기는 밀도가 낮다. 높이 뜬 공이 그라운드 부근의 공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아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돔 구장이 외부 바람을 차단해서 생기는 풍압 감소 효과를 들 수 있다. 돔구장의 지붕은 하향 풍압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공이 받는 저항과 압력이 줄어들게 된다. 하향 풍압이란 외부에서 부는 바람이 경기장을 타고 넘어오며 천장에서 경기장 지면 방향으로 내리누르는 압력을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결과 지붕이 완전히 폐쇄된 돔 경기장은 지붕이 약 63% 정도만 덮인 하프 돔형 경기장에 비해 하향 풍압이 최대 75%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돔구장에는 이처럼 타구가 공기역학적 힘을 받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환경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돔구장에서 모든 홈런이 상승기류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받는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승엽 선수처럼 홈런을 많이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삿포로 돔구장의 모습

이승엽 선수는 다른 타자들처럼 힘으로 공을 걷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으로 홈런을 치는, 이른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다. 스위트 스팟이란 야구 방망이에 맞았을 때 진동에너지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없어 타구에 최대의 힘이 실리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승엽 선수가 친 타구는 포물선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경우 돔구장 내 상승기류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이승엽 선수의 홈런에 돔구장이라는 환경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돔 구장이라는 조건은 다른 일본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또 그는 실외 야구장 뿐인 한국리그에서도 수많은 홈런을 날려 화제가 됐었다. 그가 홈런왕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돔 구장의 유리한 조건이 아닌, 최고의 타자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글 : 이준덕 과학칼럼니스트 / 도움말 : 김윤석 박사 (풍향실험 전문기업 티이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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