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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거쳐 뇌에 남은 모성애의 비밀 [제 795 호/2008-08-08]

어느 날, 솔로몬 왕 앞에 두 여자가 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임금님, 제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입니다.”
“아닙니다. 이 아기는 제가 낳은 진짜 제 자식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 왕께서 누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인지를 재판해 주세요.”

그러자 솔로몬은 고민 끝에 두 여자에게 판결을 내렸다.
“나도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 모르겠으니, 이 아기를 둘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 주는 게 낫겠소.”
이때, 한 여자가 울면서 애원하기를
“제발 그 아기를 살려 주세요. 차라리 그 아기를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솔로몬은 이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외쳤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도 솔로몬 왕에 얽힌 이 지혜로운 일화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성애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한결같은 본능이다. 이렇듯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성애에 관련된 기존의 이론은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설명이었다. 1909년 발견된 옥시토신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포옹하고, 젖을 먹이는 일련의 행동과 직결된 호르몬이다. 아기를 낳을 때는 산모의 몸 안에서 농도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진통을 자극하여 분만을 용이하도록 만든다. 또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머니의 몸에서 젖 분비를 촉진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젖꼭지가 꼿꼿해지는 등 몸이 당장 젖을 먹일 준비를 한다. 동물들의 경우 옥시토신이 없는 동물들은 새끼 출산이 느리고 새끼를 덜 핥아 주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생물정신과학지>에 발표된 노리우치 마도카 박사팀의 논문은 모성애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신체 건강한 어머니들에게 16개월가량 된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능성 자기영상공명장치(fMRI)를 통해 영상을 보는 어머니들의 뇌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영상을 볼 때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볼 때보다 대뇌피질과 변연계의 특정 부분이 활발히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웃는 영상보다 우는 영상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모성애란 어머니들이 가진 특화된 신체적 기능이라는 사실이 실험 결과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실험은 그동안 확인 없이 널리 퍼져 있던 어머니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실증해 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간다면 어린 아이들의 질병 발생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 중이다. 모성애란 결국 자식의 피드백과 상호 연관되어야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모성애가 온전히 자식과의 상호 작용 없이 부모의 반응일 뿐이라고 밝혀지는 날이 온다 해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자식을 위하는 행위는, 그것이 지나치고 왜곡되어서 배타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값진 것으로 남을 것이다. 사랑에 본능이 일조한다고 해서 사랑의 값어치가 떨어지지는 않듯이 말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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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의 과학이 승부를 결정한다 [제 794 호/2008-08-06]

북경올림픽 현장,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을 앞두고 수영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금메달 예비후보에 대한 각국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된다.

아나운서 : 여기는 북경 올림픽 현장입니다. 곧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인지,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지금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해설자 : 선수들 몸을 풀고 있습니다. 슬슬 트레이닝복을 벗고 수영복 차림을 하는군요. 역시~ 올해도 전신 수영복이 대세입니다. 선수들 경쟁도 경쟁이지만, 올해 수영 금메달은 어떤 수영복이 따게 될지, 수영복 경쟁도 참 흥미롭습니다.

아나운서 :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선수들 수영복이 각양각색이네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도 있고, 반신 수영복에, 반바지, 팬티 수영복만 입은 선수, 마치 수영복 패션쇼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제까지 전 수영복은 신체를 가리는 옷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말입니다. 수영복에서 신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지요?

해설자 : 그렇죠, 패션쇼보다는 과학쇼가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수영 결승전은 선수들의 기량을 다투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는 수영복 과학의 경연장이니까요. 수영은 0.01초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0.01초면 2.5cm를 갈 수 있는 시간이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승부가 결정되니 수영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나운서 : 수영복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군요. 저 다양한 수영복 중에서 어떤 수영복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발휘합니까? 보기엔 전신 수영복이 가장 눈에 띕니다만…

해설자 : 전신 수영복은 이미 명성이 높지요.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신을 감싸는 올인원 수영복이 등장했을 때 모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독특한 외모보다 더 놀라운 건 기록이었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이언 소프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3개나 세우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은 17개 종목에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나운서 : 언뜻 보기에는 답답할 거 같은데, 입기도 불편할 것 같고요. 어떻게 속도가 나는 걸까요?

해설자 : 사실 입기는 꽤 불편하다고 해야겠죠. 입는데 10분이 넘게 걸리고 도와주는 사람도 네 명이나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죠. 몸 전체를 감싸 근육의 떨림을 막아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코팅 처리된 표면은 원래 피부보다 훨씬 매끄러워 물을 튀겨 내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 벗는 게 저항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군요. 저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선수 모습을 보면 상어가 떠오릅니다. 물살을 가르는 검푸른 상어, 말하고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네요.

해설자 : 하하, 너무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데요. 저 전신 수영복은 사실 상어에게 도움을 받은 기술입니다. 상어의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작은 삼각형 돌기들이 나있습니다. 전신 수영복도 마찬가지로 작은 삼각형 돌기가 나 있어, 물과 표면 마찰력을 5% 줄여줍니다. 물이 피부에 닿을 때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이 돌기가 그 소용돌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골프공의 표면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겁니다. 매끈한 표면보다 울퉁불퉁해 보이는 게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가죠.

아나운서 : 그렇군요, 상어의 피부라니, 바다에서 가장 빠른 상어를 이용한 기술이로군요?

해설자 : 물론 상어는 바다의 포식자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가장 빠른 건 아닙니다. 바닷속 수영 속도로 보자면 상어는 8위 정도지요. 황새치, 다랑어, 범고래, 돛새치 등이 상어보다 빠릅니다. 그러니 앞으로 돛새치나 황새치의 비늘 모양을 활용한 더 빠른 수영복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요.

아나운서 : 네, 같은 전신 수영복이라도 지난 몇 년간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었겠지요? 4년 전 올림픽과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해설자 : 올해 2월에 첫선을 보인 스피도사의 LZR Racer(레이저 레이서)가 단연 눈에 띕니다. 이 수영복은 5개월 만에 세계 신기록을 38개나 갈아 치웠어요. 신기록 수영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음파로 섬유를 이어 붙여 봉제선이 없고, 경계선은 방수소재 직물을 사용해서 기존 수영복에 비해 마찰을 24% 줄였습니다. 부력은 향상되고 마찰은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체 속도가 2% 정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활발한 무릎에는 실리콘을 넣어 주름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고, 발목을 감싸는 부분도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는 등 부위별로 다른 소재와 기능을 배치했어요. 나사(NASA)와 공동으로 개발한 첨단 과학의 산물이죠.

아나운서 :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영복이로군요. 저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는 마치 상어들 틈에 낀 순진무구한 돌고래같이 보이네요. 과연 전신 수영복을 입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해설자 : 일단 출발이 좋아야겠지요. 뒤에서 따라가려면 앞서 가는 선수가 만들어낸 물살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더 커지니까요. 그리고 제아무리 상어 비늘을 단 선수라고 해도 궁극적으로 승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땀입니다. 더 좋은 수영복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없던 실력을 생기게 해주는 마법은 아니니까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이 모든 과학적인 노력이 허무하게 평범한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겠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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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라디오를 넣는다고? [제 793 호/2008-08-04]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불가능한 말이 아니다. 50 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미터) 정도인 사람의 혈관보다 1,000배 이상 작은 나노 라디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귀에 MP3나 휴대폰을 연결한 이어폰을 꽂는 대신에 이 나노 라디오를 살짝 끼우고 다닐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단지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너무 작아서 깔고 앉지 않도록 조심할 것! 이 기술로 만든 나노 라디오를 귀속 깊이 삽입하면 007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신개념의 정보전달 수신기가 되며, 새로운 형태의 청각장애인용 보청기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는 매년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에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한다. 획기적인 신기술이 가져올 효과들을 볼 때 이러한 10대 유망기술은 향후 경제와 사회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몸 안에 들어가는 나노 라디오 기술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라디오와 관련된 기술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나노 라디오는 일반 라디오처럼 배터리와 고감도 이어폰만 있으면 AM과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주 부품이 나노크기의 탄소나노튜브로 구성되어 있어 전력소모가 적어 배터리 수명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나노 라디오가 기존 라디오와 다른 점은 기존 라디오가 전기적으로 작동하고, 안테나 증폭기 등이 별개의 부품으로 조립되나 나노 라디오는 부분적으로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한 가닥의 탄소나노튜브로 라디오의 모든 기본 부품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나노 라디오의 원료인 탄소나노튜브는 흑연, 즉 그라파이트를 이용한 것이다.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6각형으로 연결된 구조의 그라파이트가 단원자 두께의 2차원 구조로 형성된 것을 그라핀이라고 한다. 탄소나노튜브는 그라핀을 1층 혹은 다층으로 말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범위 직경의 튜브 형태를 이룬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무게는 강철의 1/10 정도이나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갖고 있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 중 전류 밀도와 열전도성이 가장 좋고 또한 매우 독특한 광학적, 화학적 특성이 있다.

의외로 나노 라디오의 작동 원리는 일반 라디오와 비슷하다. 특정 주파수의 라디오파를 나노 라디오가 받으면 탄소나노튜브가 라디오파의 전기장에 의해 좌우로 기계적 진동을 한다. 탄소나노튜브 한쪽 끝에 부착된 전극에 전기장을 가하면 탄소나노튜브의 다른 쪽 끝에서 전계방출 전류가 발생하는데 그 크기는 탄소나노튜브의 기계적 진동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전류를 소리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2007년 10월 미 UC-Berkeley의 제틀(Zettl) 교수팀이 라디오의 기본 기능인 안테나, 동조기, 증폭기 및 검파기 모두를 한 가닥의 탄소나노튜브로 구성한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 라디오 제작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제틀 교수팀이 제작한 나노 라디오는 포켓 사이즈의 최초 상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보다 약 1억 배 작은 것으로 제틀 교수팀은 약 5년 전부터 나노 라디오를 무선 환경감시 센서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제틀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로 제작된 나노 라디오는 많은 소자를 한 번에 생산하여 회로로 집적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를 극복한 나노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2008년 1월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로저스(Rogers)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웨이퍼 위에 수평으로 나열하여 네트워크형 어레이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소자제조 공정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반복적인 제조가 가능하며 재현성도 있다. 연구팀은 7개의 RF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탄소나노튜브 공정시 결합시켜 지역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나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다. 각각의 트랜지스터는 병렬적이거나 독립적으로 조작되기 때문에 큰 출력전류를 얻을 수 있다. 이는 RF나 오디오 주파수 범위에서 높은 수준의 이득(수신기 증폭기 등의 입력 대비 출력 비율)과 증폭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노 라디오 기술의 향후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나노 라디오에 나노급의 바이오센서를 붙여서 당뇨병 환자의 혈관에 삽입하게 되면, 나노 바이오센서가 신체 내의 인슐린 레벨을 검지하고 그 정보를 나노 라디오에 부착된 약물저장고에 전달하여 환자의 당이 떨어지면 인슐린을 자동으로 배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신체내의 각종 정보를 취합한 나노 라디오가 이를 전자기파로 바꿔 외부의 컴퓨터에 무선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잠을 자기 전에 나노 라디오를 먹으면 밤새도록 온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신체의 이상 유무를 나노단위에서 검지하고 이를 담당 의사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전송하게 되면 몸의 건강 상태를 아침에 일어나서 알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글 : 이조원 단장(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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