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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8
    몇가지(1)
    황조롱이
  2. 2006/01/17
    맛있는 밥(4)
    황조롱이
  3. 2006/01/17
    찻집에 관한 단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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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1/11
    놀이방 여는 파티(2)
    황조롱이
  5. 2006/01/10
    따뜻한 날
    황조롱이
  6. 2005/12/28
    황조롱이(6)
    황조롱이

몇가지

여섯번째 솔부엉이 라디오도 웹에 올리고 작은 아르바이트도 하나 마무리 짓고 나니 오늘은 조금 한가하네요. 늦게 잠이 들고서 아침에도 늦게 일어났습니다.

 

모처럼 한가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추리 이웃지도 확장판을 들고서는 떠난집들을 체크하고 소문만 듣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집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4반뜸은 명확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현재 대추리를 떠난 집들은 27가구 정도로 추정합니다.

방부에서는 기존 협의매수를 한 가구들에게 2월 20일경까지 집을 비우라고 했답니다.

 

어제 이사를 나간 집에 집 주인이었던 사람과 낮선이들이 왔습니다.

아직 지은지 얼마 안된, 자신이 바로 어제까지 잠자고 밥먹고 살던 집의 창문을 다 깨트리고 샷시를 떼어갔습니다. 마을분들 몇분이 찾아오고 아이들과 냉이를 캐러나가던 놀이방 원장님은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그 집은 떠난 이의 집도 아니고 국방부의 집도 아니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집인데

나는 이(이미 떠난이는)에게는 傲氣만 남아 있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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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

 

 빈집에 문을 만들어서 달려고, 버려진 목재를 가져다가 톱질을 했다.  문짝 얘기를 꺼냈더니 사람들은 각목으로 틀을 짜서 비닐을 대는 것이 좋다, 나무로 와꾸를 짜서 합판을 대라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은 이미 머릿속에서 구상이 끝난 상태. 재활용품 창고에서 가져온 톱으로 미리 재 온 칫수에 맞게 두꺼운 나무를 톱으로 잘랐다. 겨우 두꺼운 각목 하나를 잘랐을 즈음 전화가 왔다. 이장님 댁에 저녁밥을 먹으러 가자고 평화바람이 전화를 한 것이다. 얼씨구나, 하고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도두리벌에 저녁 안개가 깔리고, 해는 구름 속에 잠겼다. 도두 2리 이장님 댁으로 걸어서 갔다. 논바닥에는 살얼음이 끼고, 논두렁은 미끄러웠다. 논두렁 길을 걸으며 유심히 땅을 살폈다. 오래전에 이곳은 갯벌이었고, 어쩌면 조개 껍질을 주울 수 있을 지 모르니까. 내내 땅을 보고 걸은 덕분인지, 동네에 이를 즈음에는 색깔과 무늬가 다른 조개 껍질 조각 몇 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조개가 언제 살았던 것인 지를 알아 낼 방법은 묘연하지만, 민물조개가 아닌 것만은 일단 확실하다. 부안에서 만났던 '조개 박사' 아저씨가 문득 떠올랐다. 그 분이라면 작은 조개 껍질만 보고도 많은 설명을 들려 주실텐데.

 

 역시 살림집에서 먹는 밥은 맛이 다르다. 굴이 들어간 무생채, 콩나물 무침, 조기찜, 해물탕, 돼지고기 수육, 구운김, 동치미와 김치... 전에는 채식주의자였고, 대추리에서는 '육식자제 주의자'가 되었지만 오늘은 반드시 돼지고기를 먹으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돼지 고기를 먹지 않고도 단백질 섭취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였고, 미네랄이 풍부한 굴까지 먹었으니, 작업을 일찍 마친 보람이 있었다. 내일 아침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시길래, 아주머니 말씀을 따라 밥 두 그릇을 먹고나서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이미 어두웠다. 팔공 아저씨 트럭을 타고 대추리로 돌아왔다.

 

 내일도 해야할 일이 아주 많다. 손수레 끌고, 톱질하고, 망치질 하고, 빨래 하고, 밥 먹고, 잠깐씩 놀이방 아이들과 놀고... 그러다 촛불 행사를 다녀오고 찻집에 들러서 차를 한잔 마시고 나면 하루가 저문다. 지킴이네에 와서 책을 펼치고 앉으면 잠이 쏟아진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감기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는 밤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쉬었으면 싶지만... 찻집에 앉아 난롯불을 쬐며 노닥거리다가 '팽성은 우리땅' 블로그가 문득 생각이 나서 숙소로 달려와 일기를 적는다. 아, 이런 걸 왜 만들었지? 아까운 휴식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흘려보내다니!  컴퓨터는 누가 만들었을까? 시 한 편을 읽고도 마음과 몸이 움직이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아, 그만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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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 관한 단상

찻집을 열었다~11일날 기자회견을 맞춰 부랴부랴 연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조금씩 그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찻집에 얽힌 글이나 사진등을 올려서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사람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찻집이 되길 바라면 이곳을 통해서건 어디서건...

 

찻집은 차가 맛있고 차로 사람을 끌어야 한다.

 

찻집은 차가 맛있고 독특해야지 않을까? 이곳에 가서만 마시고 느낄 수 있는 차가 있다는 것...그것은 사람들을 꾸준히 찾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고 돈이 들지만 굳이 국화차, 장미차 메밀차 등과 같은 차를 내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조만간 이슬차도 한 번 메뉴에 넣을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차값이 싸거나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아님 내가 맛을 잘 못 우려낸건지

 

ㅡㅡ;;후자에 가까운가? 한번먹고 안먹는 그런 경우가 많다...ㅠㅠ 그 아까운 것을...그럴때마다 피눈물이 송글송글 맺힌다

 

내가 원하는 찻집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를 할 수 있는 찻집이다.

 

인테리어를 장식하던 무엇을 하던 나의 손떼가 찻집에 묻거나 찻집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이 찻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오지 않을까?

 

이 찻집에 가면 작은 책깔피를 만들 수 있어 좋다라던지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던지 ...

 

차 한잔 마시고 나만의 책깔피나 목걸이 등을 만드는 재미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큰 힘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찻집이 타인의 공간만이 아니라는 걸 느꼈으면 한다...

 

이 곳에 가면 나의 공간을 찾고 더불어 우리의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찻집...난 그런 찻집을 원한다...

 

그래서 정말 준비 중이다....책깔피나 목걸이(?) 이야기는 좀 더 사람들과 해봐야지만...

 

주말교실 같은 걸 열어서 만화교실이나 목판화 교실 등 예술문화인들을 불러 찻집에서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음!

 

모두가 자기가 나누고 싶은 걸 바리바리 들고 와서 돗떼기 시장처럼 서로 왁자지껄하게 공유 할 수 있는 공간...주는자 받는자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모두가 참여해서 모두가 주고 받는 ...그런 공간이 이 곳 대추리에서 생겼으면 한다...

 

찻집에 관한 단상~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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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 여는 파티

지킴이집에서 파티를 여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에게 놀이방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아이들의 입을 여는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놀이방을 생각해 보자.  강요가 아닌 아이들의 자유의지로 잘 조직되고 프로그램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을 것이며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기자회견에서도 놀이방 얘기를 하면 아마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싸움에서 아이들도 마을주민으로써 마을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을 푸하하하

일단 효정씨가 고구마전과 김치전을 부치고 밥과 지선은 매떡범벅을 준비했다. 음료는 다산인권센터에서 남기고 간 토마토쥬스와 오렌지쥬스. 자 이 정도면 아이들의 입이 저절로 열려질 것이다. A양은 10시에 언니의 뾰족구두를 신고 와서는 아직 문 안 열었냐고 재촉을 하고 B, C는 각각 '쟈키쟈키'를 하나씩 가지고 와서는 이것저것 참견을 한다. 상을 차리는 중, C가 대사치기를  '이런건 여자들이 잘 하는데' 하길래 여자들이 나서서 '이런 건 C도 잘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줬다.

사실 요리를 먹기 전에 회의를 먼저 하려고 했지만 학원 다니는 D, E를 기다리며 지친 아이들을 생각해  준비한 음식을 풀었다. 내가 먹기엔 5배정도 더 매워야 진정 매떡범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맵다고 몇 젓가락 먹고 물배를 채웠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고구마전'이였다. 효정씨가 손이 바쁠때 아이들이 서로 뒤집는다고 군침을 흘렸으리라. 역시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은 왠지 손이 가고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이 먹은 그릇과 젓가락, 물컵을 각자 치우고 자기소개, 놀이방이름 정하기, 다음날 하고 싶은 일, 별명 정하기, 빈집에 얼쩡거리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말고 어른들에게 신고하기, 규칙 정하고 내일 일정 공지하는 내용의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자기소개를 시작하고 나니 E와 F는 까불기 시작하는데 절대 집중 불가 상태에 이른 것이다. 난 그때부터 목소리가 40데시벨 이상으로 높아지고 뱁새눈을 하고는 계속 회의진행을 강행했다. 놀이방 이름을 정하는 시간은 그나마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이였다.

모두 6가지 이름안이 나왔는데 -생각을 키우는 놀이방(2), -보리밥 -꿈을 이루는 놀이방 ,- 우리가 만드는 놀이방, -즐거운 놀이방 ,- 행복이 넘치는 놀이방(5) 이 나왔는데 2표와 5표를 얻은 '생각을 키우는' 과 '행복이 넘치는'을 두고 2차투표에 들어갔는데 예상과 다르게 두표를 얻었던 생각을 키우는 놀이방이 당첨됐다. 나처럼 둘다 맘에 안들어서 손 안 든 사람들 때문에 어부지리 반전행각이 벌어진 것이다. 규칙정하는 시간엔 아무 생각없이 세상살기를 다 포기한 듯한 충격고백들이 나왔다.

-어지르지 않기,- 싸우지 않기, -뛰어 다니지 말기, -소리 지르지 말기, -음식 먹은거 자기가 정리하기, -도와주기 등등  규칙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보다는 그 시간을 모면해 보려는 분위기인 것같아 필요할 때마다 정하기로 하고 5시 30분에 헤어졌다. 아~ 진이 빠지고 다리가 후둘거린다.

지선씨 힘내고 내일 아침 10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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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

 

밤새 싸락눈이 내렸다. 날이 아주 푹하다.

'지킴이 안내소'의 개소식을 앞두고, 평택 지킴이와 평화바람은 요즘 한창 바쁘다.

안내소 안에 마련될 몇 개의 코너들...

법률 사무소와 찻집, 사진관, 헌옷 가게에 사용 될 물건들을 옮기고, 간이 버스 정류소를 만들고, 간판을 달면 오늘의 노동이 그럭저럭 끝날 것이다.

저녁에는 밀가루 풀과 페인트로 얼룩진 잠바를 빨아야 겠다.

대추리 찜질방에 가서 몸을 좀 지지고,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꼬드겨서 술이라도 한 잔...

 

며칠 전에 동네 순찰을 돌다가 4반 뜸의 골목길에서 아주 순하게 생긴 개 한마리를 만났다.

털이 누른빛을 띄고, 발은 하얗다. '하얀 발'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한가롭게 양지바른 곳에서 '하얀 발'이랑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하얀 발'을 길들여서 친구로 삼아야 겠다.

 

조용한 오후...

빈집은 흔하고 어디 숨어서 낮잠이라도 잤으면 싶지만 정신을 차리고 어서 일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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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대추리 공소에서는 수요일마다 기도 모임이 있다.

노인정에서 점심밥을 얻어 먹고, 공소에 가서 묵주 기도를 하다가 불현듯이 메이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빈집을 청소하러 가기로 한걸 까맣게 잊고 기도 모임에 왔던 것이다.

성모님께는 죄송했지만 허둥지둥 공소 밖으로 나왔다.

빈집에 이르러서 메이를 찾는데, 문은 잠겨 있고, 아무도 안보인다.

전화를 걸었더니 4반 쪽을 순찰 중이라고 한다. 곧 청소를 하러 올거라는데..

10여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염없이 황새울을 바라보다가...

영농단 옆집 위로 정지 비행을 하는 커다란 새 한마리를 발견했다.

'황조롱이다!'

황조롱이가 틀림없었다. 정공 비행을 하다가 깃발같은 갈색 날개를 접으면서 집 마당에 내려 앉았다.

자세히 보려고 다가갔지만...

황조롱이는 이내 훌쩍 날아오르더니 소나무가 자라는 언덕을 맴돌다가 미군기지 너머로 사라졌다.

그 큰 날개로 아주 유유하게...

 

촛불행사를 오가면서 자주 밤하늘을 본다.

여기서는 뭘 봐도, 심지어는 첫눈을 봐도 심드렁할 뿐인데 밤하늘 만큼은 정말 예쁘게 보인다.

철조망도 없고, 국가도 없고, 군대도 없고, 그리고...

별들은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서 움직이고, 공전 궤도를 늘이겠다며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으니까..

 

급하게 글을 쓰는 지금도 군용 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냄비에서는 옆집 민의 아저씨가 평화 바람과 지킴이들의 보신을 위해서 갖다 주신 닭이 오가피와 함께 삶아지고 있다.

가스불을 낮추고, 다시 순찰을 나가야 겠다.

닭백숙도 먹고 순찰도 돌고 빈집 청소도 같이 할 이주민의 출현을 고대하며,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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