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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의 100년

  • 등록일
    2008/03/13 18:01
  • 수정일
    2011/08/09 15: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큐멘터리 ‘The U.S. vs. John Lennon(2006)’으로 알려진 존 쉐인필드(John Scheinfeld)가 시카고 컵스의 2008년 시즌을 ‘We Believ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키로 했다고 한다. 다음은 mlb.com에 인용된 쉐인필드의 말 중 일부.

"What we're doing is a film exploring the love affair between the great city, Chicago, and it's ball team, the Cubs -- what makes Chicago unique, the city, and what makes the people of Chicago unique and why they have supported this team so passionately for so long. We'll get into the psychology of that, the history of that.“…"This is the kind of film for anybody who has ever loved their team,"

“우리가 만들려는 다큐멘터리는 시카고라는 대도시와 야구구단 컵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무엇이 시카고란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고, 무엇이 시카고에 사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하는지, 그리고 왜 시카고 사람들이 이 야구팀을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열정적으로 성원하는지 말입니다. 우리는 이 심리학적․역사적으로 접근해 볼 생각입니다.”…“이 다큐멘터리는 단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팀을 사랑했던 경험을 가진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1876년 창단된 시카고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정확히 100년 전인 1908년이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MLB NFL NBA NHL) 팀 중, 100년 동안 리그우승을 해보지 못한 팀은 시카고C 뿐이다.

시카고C는 ‘100년 동안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2007년 3억 달러의 돈을 끌어 모아 ‘갈비씨 슬러거’ 알폰소 소리아노와 유틸리티맨 마크 데로사, 믿을만한 좌완선발 테드 릴리 등 8명의 선수를 긴급 수혈한 시카고C는, 2008년 오프시즌에도 일본선수 사상 최고 계약금인 ‘4년간 4천8백만 달러’로 후쿠도메 코스케를 영입하고 존 리버와 마이너 계약을 맺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2007년 100M 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구단 중 9위를 랭크했던 시카고C의 페이롤 순위는 올해 훌쩍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올해 시카고C는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까. THT의 야구 칼럼리스트 Joe Distelheim는 지난 3월10일자 포스팅을 통해 시카고C의 성공을 위한 전제로 다서 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전력과 관련된 네 가지를 소개한다.

 

신인들은 제 몫을 해낼 것인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라인은 통상 ‘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로 구성되는 ‘센터 라인’이다. 시카고C는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이 센터라인에 3명의 신인급 선수를 배치했다. 포수로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30게임에 불과한 지오바니 소토가 낙점됐으며, 중견수 역시 ‘메이저리그 안타 숫자를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모두 셀 수 있는’ 펠릭스 피에로 정해졌다. 주전 유격수 라이언 테리엇은 2005년 빅리그에 처음 모습을 보인 뒤 단 62경기 출전경험을 갖고 있을 뿐이다.

물론 소토는 마이너리그와 짧은 메이저리그 기간 동안 뛰어난 타격능력을 보였다. 피에도 스피드와 수비면에서 스타가 될 여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노리는 팀이라면 무언가 좀 모자란 게 사실이다.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포수를 기용해 우승을 차지한 팀은 1989년의 오클랜드 A's 뿐이다. 또 신인 중견수를 선발출장시켜 우승에 다다른 팀 역시 198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밖에 없다.

 

누가 확실한 마무리투수 역할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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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카고C의 클로져는 라이언 뎀스터였지만, 9회에 그를 등판시키는 것은 일종의 ‘모험’에 가까웠다. 뎀스터는 지난 2년 동안 4점대 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총 16개의 세이브 실패를 기록했다.
2008년 시즌 시카고C의 마무리 후보인 케리 우드는 아구팬에게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지만,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부상위험이 높은 선수’이기도 하며, 아직도 정상적인 팔상태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선발로만 출장했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지금까지 단 하나의 세이브 기록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또 한명의 후보인 밥 하우리는 어떨까. 하우리는 1999년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좋은 마무리의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후 단 한 시즌도 두자리수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없다.

젊은 유망주는 카를로스 마몰은 지난해 9이닝당 12.46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단 5.32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를 상대했던 타자들의 평균타율은 고작 .16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의 지난해 세이브는 과연 몇 개일까. 단 한 개뿐이다.
뎀스터는 2008년 시즌 선발투수진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카를로스 잠브라노나 테드 릴리, 리치 힐처럼 아직 고정된 선발은 아니다.

 

브라이언 로버츠(볼티모어 오리올스) 영입에 성공할 것인가

시카고C와 볼티모어의 트레이드 협상은 마치 중동 평화협상처럼 지리해지고 있다. 이 트레이드는 볼티모어가 시카고C로부터 젊은 유망주들을 얻는 대신, 적절한 경력의 선수(바로 브라이언 로버츠)를 내준다는 것인데, 만일 이렇게 될 경우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오클랜드보다 더 낮은 페이롤을 기록하는 팀이 될 것이다.

로버츠는 훌륭한 수위타자이자, 소리아노의 낮은 출루율과 높은 삼진율을 상쇄해 줄 수 있는 선수다. 또 수비포지션이 겹치는 2루수 마크 데로사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득이다.

The Hardball Times Season Preview는 로버츠가 2008년 .800의 OPS와 36개의 도루, 66개의 4구를 얻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장타력 부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카고C에서는 지난해 4명의 선수가 10홈런 고지를 돌파했으며, 그 중 한명은 10개로 턱걸이한 마크 데로사였다. 나머지 셋은 데릭 리, 아라미스 라미레스, 알폰소 소리아노였으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가 홈런친화적인 구장임을 고려해야 한다.

시카고C가 지난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수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투수진과, 그들이 ‘NL 중부지구’에 속해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9월 들어서는 소리아노-리-라미레즈의 홈런포도 터지기 시작하며 한 몫을 했다.

올 시즌 영입된 후쿠도메 코스케는 일본리그에서 (팬스 길이가 328피트에 불과한)주니치 드래곤스 소속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두자리수의 홈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카고C는 폭풍처럼 몰아친 지난해 9월 17승을 챙겼다. 이는 팀통산 월별승수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룬 성적이다. 9월 이전과 이후 중에 어느 팀이 ‘진짜 시카고 컵스’인가. 이건 정말 의문이다.

 

 



외야 담장을 수놓은 담쟁이 넝쿨로 잘 알려진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Wrigley Field)는 역사 깊고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유명하다. 1914년 건립된 리글리필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1912년)에 이어 2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리글리필드에서는 1988년 이전까지 ‘야간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구장에 ‘조명탑’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글리필드는 애초 1942년 조명탑 설치를 계획했으나, 같은 해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따라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이 예산을 모두 정부에 쾌척했다. 이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시카고C 팬들은 이같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ㅡ,.ㅡ) 조명탑 설치를 반대했고, 구단 역시 상업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낮경기만을 고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1981년 언론재벌인 트리뷴 컴퍼니가 시카고C를 인수하며 상황은 달라진다. 1984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시카고C에게 “조명탑을 건립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컵스의 플레이오프 홈경기를 조명탑이 있는 다른 곳에서 치를 것”이라고 협박했고, 안그래도 조명탑 설치를 통한 수익증대를 원하던 트리뷴 컴퍼니는 이를 빌미로 팬들의 반대여론을 잠재웠다. 그렇게 1988년 8월, 리글리필드에서는 74년만에 처음으로 야간경기가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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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는 컵스와 화이트삭스 두 개의 프로야구팀이 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컵스가 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팀 주류 팬들의 ‘계급’이 상대적이란 점이다. 화이트삭스가 고소득-화이트칼라 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반면, 컵스는 저소득-블루칼라 팬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컵스가 오랜 기간동안 ‘낮경기’를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주로 ‘교대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낮에 야구경기를 보러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미 대선주자로 나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컵스 팬으로, 버락 오바마 후보는 화이트삭스 팬으로 알려져 있다.

 

리글리필드의 또 한가지 전통은 ‘승패 깃발 계양’이다. 리글리필드는 경기에서 이긴 날엔 승리(Win)를 표시하는 ‘W’ 깃발을 걸고, 반대로 패한 날엔 패배(Lost)를 의미하는 ‘L’ 깃발을 걸고 있다. ‘낮경기’ 전통이 사라진 반면, 이 깃발 계양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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