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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을 잡으려면, 바닷가로 가라?

  • 등록일
    2008/03/20 20:07
  • 수정일
    2011/08/09 15:50

 

'어느 팀에서 뛰느냐'는 선수의 기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팀전력이 출루율이나 타율, 타점에 미치는 영향이다. 예를 들어 앞뒤로 쟁쟁한 타자들이 버티고 있는 팀에서는 상대 투수가 '피해갈 곳'이 없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올 게 뻔하다. 반면 약팀에 군계일학처럼 서있는 타자의 경우, 상대 투수가 그 타자를 피해 승부를 걸 가능성이 더 높다. 대표적인 '피해자'가 바로 LA엔젤스의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와 지난해 플로리다 말린스의 미구엘 카브레라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선수들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투수도 마찬가지일게다. 강력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는 팀의 투수는 그만큼 승수를 올리기 쉬울 것이고, 수비가 강한 팀의 투수는 자책점이 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관련 성적과 기록을 가장 데이터화 하기 좋고, 그래서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야구는 'Park Factor'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즉, 특정 구장의 경우 가상의 '중립구장'에 비해 기록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현대야구 들어 사용되기 시작한 각종 기록평가수치 중 적잖은 계산방법에서 이 파크 팩터가 사용되고 있다.

 

David Gassko가 THT에 3월20일 포스팅한 'Batted balls and Park effect'도 이와 같은 맥락의 글이다. 데이빗은 이 글을 통해 삼진과 볼넷, 내야플라이, 홈런 등 각종 기록에 특정 구장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타구가 구장의 영향을 받는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진과 볼넷도 구장의 영향을 받는다니?

 

 Team            K
---------------------
Marlins         1.09
Mariners        1.09
Padres          1.08
Twins           1.07
Dodgers         1.06
---------------------
Diamondbacks    0.93
Athletics       0.93
Orioles         0.93
Royals          0.91
Rockies         0.89

 

위 수치는 각 팀의 구장이 삼진에 미친 영향을 비교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즉, '중립구장'에서 100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투수가 플로리다 말린스의 홈구장인 '돌핀 스타디움'에서 뛰면, 콜로라도 록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에서 뛸 때보다 20개 이상의 삼진을 더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큰 차이다.

이 공식대로라면, 지난해 MLB 삼진왕을 차지했던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투수 제이크 피비가 만일 '중립구장'에서 플레이 했다면 230개의 삼진에 그치게 된다. 이는 MLB 삼진순위 중 4위에 그치는 숫자다. 피비는 소속팀인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이 '팻코 파크'를 쓰는 덕에 10개의 삼진을 더 얻어 '삼진왕'에 오른 셈이다.

 

 [사진] 시애틀 마리너스의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 왼편으로 펼쳐진 태평양이 보인다.

 

David Gassko는 위 숫자표에서 습한기후 지대이거나 해변가에 위치한 돌핀 스타디움(플로리다 말린스)과 세이프코 필드(시애틀 마리너스)에서 더 많은 삼진이 기록됐고, 고지대인 쿠어스 필드(콜로라도 록키스)와 사막지대인 체이스 필드(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낮은 삼진이 기록된 것을 근거로 "아마도 습도가 삼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 이제부터 투수들은 '습한 곳'으로 가시라.

 

자 그렇다면, 이 숫자는 어떤가.

 

Team           1BOF
---------------------
Angels          1.22
Red Sox         1.21
Astros          1.15
Mets            1.10
Cubs            1.10
---------------------
Diamondbacks    0.85
Mariners        0.84
Blue Jays       0.81
Brewers         0.78
Indians         0.77

위 표는 '외야플라이 중 1루타로 기록된 경우'를 기록한 것이다. 이 수치 역시 설명이 된다. 상위수치를 보인  엔젤 스타디움(LA엔젤스)과 팬웨이 파크(보스톤 레드삭스)의 외야는 모두 좌측 팬스가 짧아서, 안타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루타는 어떨까.

 

 Team           2BOF
---------------------

Red Sox         1.53
Indians         1.19
Rockies         1.10
Cubs            1.07
Diamondbacks    1.06
---------------------
Braves          0.87
Tigers          0.86
Orioles         0.86
Devil Rays      0.84
Phillies        0.83

 

[사진] 팬웨이 파크의 명물 '그린몬스터'

 

2루타의 경우 모든 구장이 20% 안팎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지만, 팬웨이 파크만이 높은 2루타 발생율을 기록했다. 바로 '그린몬스터' 때문이다. 보스톤 레드삭스는 짧은 외야좌측 팬스를 보정하기 위해 팬스 높이를 11미터로 높였다. 짙은 녹색으로 칠해진 이 '좌측팬스'가 얻은 별명이 바로 '그린몬스터'다. 지난해 2루타가 가장 적게 나오는 구장에서 뛰었던 아론 로원드가 기록한 2루타는 모두 45개였다. 만일 로원드가 지난 시즌을 보스톤에서 뛰었다면 그는 62개 안팎의 2루타를 기록했을 것이고, 62개의 2루타는 지난 20년간 아메리칸리그 기록 중 최고에 이르는 숫자다.

 


그렇다면, 모든 구장의 파크 팩터는 '논증 가능한' 영역일까. 아래의 기록들을 보자.

 

Team           FlysIF
-----------------------
Brewers         1.15
Mariners        1.12
Marlins         1.12
Reds            1.08
Devil Rays      1.07
-----------------------
Phillies        0.93
Royals          0.93
Indians         0.92
Diamondbacks    0.92
Giants          0.90

위 숫자는 각 구장에서 기록된 '내야플라이'의 숫자를 비교한 것이다.  왜 모든 타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만 가면 밀워키에서 뛸 때보다 28%나 높은 내야플라이를 치는걸까. 통상 내야플라이의 많고 적음을 가름하는 기준은 '파울존의 크기'로 이해돼 왔다. 즉,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공은 '내야플라이'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파울존이 넓을 수록 내야플라이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위 수치를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은가 보다. 실제로 하위 다섯팀의 홈구장은 평균적으로 약간 좁은 파울존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상위 다섯팀은 평균수준의 파울존 넓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야플라이의 빈도'는 그냥 랜덤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요소가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Team          Grndrs
-----------------------
Indians         1.04
Giants          1.03
Phillies        1.02
Red Sox         1.02
Blue Jays       1.02
-----------------------
Marlins         0.98
Yankees         0.98
Brewers         0.98
Mariners        0.98
Reds            0.97

 

[사진] 세이버매트리션의 '검증'을 기다리고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제이콥스 필드'

 

위 숫자들은 각 구장에서 나타난 '땅볼'의 빈도다. 특히 1위를 차지한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의 '제이콥스 필드'의 경우, 최근 4년 연속으로 '땅볼빈도율 1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답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모든 현상과 기록들처럼, '야구'라는 경기에선 이 역시도 언젠간 밝혀지겠지만.

 

 THT에 실린 원문을 보시려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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