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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 분류
    일상
  • 등록일
    2010/09/30 01:12
  • 수정일
    2014/11/07 13:01
  • 글쓴이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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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충은 예감했다. 그래봤자 다시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럴 의도로 시작한 대화는 아니었으니까. 아니, 사실 그럴 의도로 시작했을지도, 그 모든 것을 예상하고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또 다르게 심란하게 만들어, 지금 고통을 주고 있는 결핍의 상처를 나 자신으로부터 은폐시키려는 작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래봤자 결핍의 상처는 더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파국이다.

 

이번에는 다 닫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고, 여기서 공개하는 이유는, 나의 과거를 부정하거나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횡설수설좀 하겠다.

 

시험이 두렵고, 내일이 두렵고, 일상에서 쏟아지는 불빛이 두렵다. 눈을 감는데, 해결이 안 된다.

 

온갖 부호는 다 생략하고.

 

moi, madame rosa je lui aurais promis n'importe quoi pour la rendre heureuse parce que meme quand on est tres vieux le bonheur peut encore servir, mais a ce moment on a sonne et c'est la que s'est produit cette catastrophe nationale que je n'ai pas pu encore faire entrer ici et qui m'a cause une grande joie car elle m'a permis de vieillir d'un seul coup de plusieurs annees, en dehors du reste.

 

당연히 내가 쓴 것은 아니고, la vie devant soi, folio 183.

 

고등학생 때 la vie devant soi에 대한 resume를 작성하라고 해서 주어를 원문과 일치시켜서 써냈다. 그랬더니 교사가 원문의 주어가 1인칭일 때 resume에서는 3인칭으로 주어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했다. 나는 교사가 말하는 것은 compte-rendu 식 글쓰기이고 resume는 원문의 주어와 글 순서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동의하지 않았고, 점수는 거지같이 나왔다.

 

나는 중학생 시절 resume와 compte-rendu, synthese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익히며 프랑스원문의 글을 요약하는 법을 훈련받았다. 덕분에 원문 글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각각 resume와 compte-rendu, synthese의 형식에 맞게 다르게 요약해낼 수 있다. 참 쓸모 없는 능력이다. 그러니까 거지같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인가. 그런데 웃기게도 하나의 언어에 능통한지 능통하지 않은지를 객관적으로 산출해내기 위해서는 이런 잔재주를 검사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모양이다.

 

여하간, la vie devant soi는 당시의 나에게 낭만적 감수성만 불러일으켰지만, 당시의 나에게 그런 낭만적 감수성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포섭하는 의미의 전부였다.

 

이제의 나는 la vie devant soi라는 표현, 그리고 제목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겠다. 이것을 제목으로 글을 써야만 했기 때문에 romain gary는 emile ajar라는 정체성을 끌어들였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 la vie devant soi.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냐? pour resister, ou disons plutot pour supporter la vie, il faut accepter que la vie est une suite d'entrainement et rien de plus. 그래, 삶은 무엇보다 훈련이다. 훈련. 덜 아프기 위한 훈련, 아프기 위한 훈련.

 

삶은 무엇보다 깊어지기 위한 훈련이다. 지금으로서는 완전한 실패같다. 훈련. 깊게 살자. 깊게.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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