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경쟁과 평가로 교육시장을 춤추게 하라!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6) MB정부 지상과제는 교육의 시장화
세계적인 투자기업 메릴린치는 2002년에 “앞으로 10년 내에 모든 교육이 시장화 될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리고 예언한 시일을 불과 4,5년 앞둔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은 그 ‘기대에 찬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성실히 노력중이다.
시장을 위한 경쟁
지난 9월 7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상반기 교육비 지출액이 15조 339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9.1%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8월 19일 서울시 교육청이 ‘특성화 중학교 지정계획’을 발표하고 26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82개 기숙형 공립학교를 선정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연일 교육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CJ 투자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8월 29일자 ‘이투데이’에서 "정부의 고교다양화정책이 일단락되는 2012년이 되면, 기존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포함하여 특목고의 수는 약 310개가 되며, 입학 정원은 약 8만3700명(전체 학생수의 20%)에 달할 것"이라며 "전국 약 5%(약 2만 명) 수준을 국내 최상위권 대학 입학정원이라고 가정할 때 이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결국 이들 고등학교 입학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기본적인 코스로 인식될 가능성 높고, 이에 따라 중등부의 특목고 입시시장은 현재 수준의 3배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와 같은 ‘귀족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중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시장이 톡톡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MB 정부의 ‘수월성 교육’이란 바로 ‘시장의 수월성’을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닌 셈이다.
상반기 ‘미친 소’와 함께 촛불집회의 주요 화두가 되었던 ‘미친 교육’의 실체는 바로 이런 것이다. ‘0교시, 우열반’,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등은 정확히 말하자면 ‘MB식 미친 교육’의 진정한 실체가 아니다. 0교시, 우열반은 새삼스러울 것 없이 그동안 엄연히 존재해왔던 것이며 영어몰입교육도 이전 정부에서부터 틈만 나면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새삼 이전보다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그들의 ‘진짜 목적’과 그 목적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진짜 목적’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교육시장화’를 완성시키는 데에 있다.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은 정부 중앙부처의 규제와 관련 권한을 대폭 지방 교육청에 이양하고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차등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2단계까지 진행된 현 규제의 전면 폐기와 지역 교육청 차원의 ‘자율적 규제 마련’, 학교 설립 및 운영과 교원 임용에 관한 권한 이양 등은 모두 위와 같은 목적에서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이와 같은 목적의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을 기반으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지역 교육청에 학교의 설립과 운영, 규제에 관한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지역에서의 ‘자립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을 자유롭게 하고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추어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이른 바 ‘학교 정보 공개법’)과 ‘학교 선택제’, ‘대입자율화’까지 실시한다. 정부는 자연스럽게 지역-학교-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경쟁’과 ‘평가’ 체계를 완성하고 이를 통한 정부 지원의 ‘선택’과 ‘배제’, 교육 시장 확대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MB식 ‘교육시장화’가 야기할 한국 교육의 미래
이와 같은 정책 구도는 지역 간 차등 지원, 학교 평가를 통한 학교 간 차등 지원 등을 통해 앞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입시명문 고급 사립학교와 소수 ‘선택받은 이들’을 위한 ‘기숙형 공립학교’(물론 이 역시 서민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황소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와 정부 지원으로부터 ‘배제’ 내지는 ‘퇴출’될 가난한 일반학교로 학교 구도를 양극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입자율화’가 더해지면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마저도 자연스럽게 고급 사립학교나 특성화 고교의 수준에 맞추어짐으로써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교육 환경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될수록 돈 많은 가정의 자녀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돈벌이에 재미 좀 보고 싶은 사학재단들과 제주도에 들어설 외국의 영리학교 재단들 그리고 앞으로 쏟아질 엄청난 수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 사교육 시장이 날로 번창할 것임은 두말할 여지도 없겠다.
2005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린 미국의 교육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최고급 사립학교에서는 병원에 버금가는 시설의 양호실과 우레탄을 깔아놓은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펜과 노트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학생 개인별 컴퓨터를 두고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고용한 최고 수준의 교사들에게 다양한 교육방식으로 최고급의 수업을 받는다.
반면 정부 지원 수준이 열악한 공립학교에서는 여전히 탄으로 난방을 하고 학급당 학생수가 70명이 넘어서 책상과 의자가 모자랄 지경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바로 위층에 강당이 있고 지하에는 음악실이 있어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조차 어렵다. 학교에서는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당연히 이 학교에는 흑인과 히스패닉을 비롯한 미국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이미 사립학교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져 있는 입시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는 데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육의 결과로 미국은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에서 매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곧 다가올 한국 교육의 미래이다.
‘경쟁보다 협동’, ‘평가보다 과정’, ‘이윤보다 인간’을
‘경쟁’, ‘평가’, ‘서열화’. 이 세 개의 단어가 마치 주술과도 같이 한국 교육을 집단적인 광기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인식할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채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동안, 대한민국 학생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감수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인권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대학생은 등록금이 없어서 목을 매고, 초중고생들은 경쟁에 지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한 편에서 어떤 이들은 그 잔인한 경쟁의 대가를 자신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PISA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 교육의 비결은 ‘정부의 차별 없는 충분한 재정지원’과 ‘정답 보다 창의력’, ‘경쟁보다 협동’, ‘평가보다 과정’, ‘한 명의 수학 엘리트 보다 아홉 명의 다양한 재능’을 강조하는 그들의 교육철학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위 1%의 부자들과 교육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이들을 위한 교육 정책’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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