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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way ticket (1)

 

  처음부터 기차를 고집한건 아니었다. 사실 바다를 건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였고, 그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였기에 5시간이나 걸리는 기차, 그리고 다시 반나절이나 걸리는 여객선을 탈려고 계획한 것은 그저 치기에 불과 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낭만에 젖어들면, 쇠파이프를 손에 쥐듯이 다시한번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공사를 할때 처럼, 그 만큼의 각오가 필요한 법이다.

 

  적어도 그렇게 자위했다.

 

  다시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아니 도려내어 버릴 수 있다면 신을 조롱하는 마음은 접어두고 조그만 사당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삶'이다. 울고 웃을 수 있는 권한 마저 박탈 당하였지만 이 모든게 너무나 자연스럽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끝나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나에게 2008년은 10년 전과 너무나 비슷하리 만큼 몰입하기 좋은 해다. 19살이 되던 그때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세계에 몰두 하고 있었다.

  나도 역시 완전히 한통속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당분간 혹은 다시 1세기 동안  기록될  20은 사람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그렇게  모든 것을 사로잡을 새로운 천년이 오기 바로 한해전  1999년은 종말과 창조의 쇼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그 모순된 상황속에 나의 고3 생활은 끼어 있었다.

 

  나는 당시 달콤한 영웅주의로 세기말의 대한민국 서점가를 유린했던 한 작가의 에세이에 취해 있었고 섬마을 컴플렉스에 나의 영혼을 팔아 치울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노력의 결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나는 진부한 속담의 한 모서리에 안착해 있었고 그 것으로 다 된 줄 알았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10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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