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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오늘 내가 아는 한 선배가 군대를 간다.

지금쯤 논산으로 향하고 있겠다.

어제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는데 우연히 머리 깎는데까지 따라갔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그는 초조하고 불안해보였다.

스물여덟의 나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군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모든 것을.

 

어제 한 언니랑 

정말 내가, 언니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진지하게 병역거부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라고 해서, 그가 '남자'라고 해서

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면서 후회가 되었다.

군대가는 그에게 <대한민국은 군대다>와 같은 책을 권한 게 과연 잘한 일인걸까.

남자친구가 "군대가기 싫다"고 말했을때 그저 어리광 정도로 받아들인 것도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오랜기간 운동을 하고 여성주의를 접한

'그' 남자들에게

그 남자들이 군대를 갈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박노해의 '썩으러 가는 길' 같은 시가 더 싫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그런 구절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인격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그 공간에서

운동적 관점에서 인내하고 노동의 의미를 배우라는

그 말이 더 싫다. 싫다. 싫다.

 

도대체,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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