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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아는 한 선배가 군대를 간다.
지금쯤 논산으로 향하고 있겠다.
어제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는데 우연히 머리 깎는데까지 따라갔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그는 초조하고 불안해보였다.
스물여덟의 나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군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모든 것을.
어제 한 언니랑
정말 내가, 언니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진지하게 병역거부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라고 해서, 그가 '남자'라고 해서
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면서 후회가 되었다.
군대가는 그에게 <대한민국은 군대다>와 같은 책을 권한 게 과연 잘한 일인걸까.
남자친구가 "군대가기 싫다"고 말했을때 그저 어리광 정도로 받아들인 것도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오랜기간 운동을 하고 여성주의를 접한
'그' 남자들에게
그 남자들이 군대를 갈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박노해의 '썩으러 가는 길' 같은 시가 더 싫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그런 구절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인격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그 공간에서
운동적 관점에서 인내하고 노동의 의미를 배우라는
그 말이 더 싫다. 싫다. 싫다.
도대체,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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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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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지가 심란해하는 모습을 처음 봐서 저는 참 새로웠습니다만..군대를 다녀와서 그 "군대"를 극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어쩌면 평생 극복 못할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깜깜한 군 생활을 앞두고 대책없이 흔들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동지가 권한 그 책이어야 하지, "한 쪽 눈을 감고 살라"는 예비역의 충고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물론, 지금으로선 그 동지 자신의 몫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그걸 책임질 수 없다고 해서 말을 아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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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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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그래요, 정말 저도 그 동지의 그런 모습이 낯설었어요. 이미 가버렸으니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어요~부가 정보
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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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공간으로 잠시 가든지, 잠깐 방심하거나 고립되어 휩쓸리면 운동적 관점을 잃기가 딱 좋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그런게 어디 군대만 그러겠습니까?
역설적으로 오히려 군대만 그렇다면 더 다행이겠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영역인데다가 감수성이 채 미치치 못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지향해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밝혀주고 그 사람이 그것을 항상 인지하게 해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은수님이 <대한민국은 군대다>같은 책을 권한게 출발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박노해씨처럼 군대가는게 무슨 노동의 의미를 배운다느니하면서 색깔을 덧입힐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그런 정치적 작업(?)을 꾸준히 해주고 지속적인 연관을 맺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복귀후의 태도가 상당히 다르다고 봅니다.
심지어는 그런 관계를 제한적이나마 유지해온 사람마저도 복귀후의 상태가 썩 양호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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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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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산// 정치적 작업 ^^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농담삼이 군대갔다와서 사회에 복귀하려면 6개월은 걸린다 그러는데, 개인에게는 얼마나 그 경험이 고통스럽겠어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