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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변절'일까?

요즘 황석영의 행보를 두고 변절이니 뭐니..시끌시끌하다.

그야 당연히 그가 한국문학사에서, 더군다나 진보진영에서 가져왔던 상징적 의미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그러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변절이라는 평가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이건 황석영의 변절이 아니라, 황석영 사상의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 사상의 이름이 대민족주의건 뭐라고 이름 붙이건 말이다.

 

 

일전에 포스팅 해놨던 글중에서 보면..

 

...'심청'은 이미 동아시아 여성의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전략화되고 있다. 헐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공리, 장쯔이 주연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영화로 구별지으면서 영화 <심청>은 "조선의 한 여성이 아시아 각국의 매춘부로 떠도는 여성 수난사를 통해 서구화로 왜곡된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은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시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서구의 시각에서 판타지화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편견 없는 우리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로 선전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위험하게도 서구 중심 문명론에 대항하는 동질한 역사를 가진 지역과 집단으로 뭉뚱그려진다. 동아시아 국가, 민족, 인종, 성, 계급 빚어내는 비균질적인 차이들과 다성적인 목소리와 서사들은 배제되고 '범 아시아를 묶어내는' 상상의 공동체를 꿈꾼다. 여기서 '우리'는 아시아를 시장으로 한 문화 자본들의 결합이다. "범 태평양 영화(pan pacific movie)"를 꿈꾸는 <심청>은 과연 아시아/여성의 타자화, 성적 대상화의 역사와 서사화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 것인가. - 노지은 "심청: '동아시아 근대' 서사의 창출과 여성의 재현-황석영 소설 <심청>"( [황석영의 '심청'에 대한] 에 관련된 글 중에서)

 

 

그렇다. 한겨레에 나온 기사를 보니 황석영의 구상이라고 하는게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해, '우리가 먼저 나서' 동아시아를 단일하게 균질하게 묶어내고자 하는

또다른 '제국' 욕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래의 모든 기사 인용은 한겨레 기사-“막힌 남북관계 풀려는 뜻…나는 변하지 않았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5178.html

 

“북한 노동자·남한 청년백수 손잡고 몽골 개척, 몽골+2코리아 구상”

몽골이 동몽골을 같이 개발하자고 한 지 벌써 10년 됐다. 우리 한반도 넓이의 배 정도인데 남한이 산지를 빼고 경작지가 120만 헥타르니까 사람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한 400만 헥타르 된다고 한다. 같이 참석한 농업관계 전문가에 의하면 고추도 재배되고 옥수수, 콩, 밀이 된단다. 그 안에는 수많은 지하자원이 있다. 이 사람들이 재미있는 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주장이다. 몽골+2코리아 하자는 거다. 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관계 풀리면 북한 노동자와 남한 청년백수들이 같이 가서 그땅을 개척해내고 여러가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꿈이었던 ‘느슨한 연방제’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남북관계만 풀린다면. 동북 중앙아시아 연합이 가능하단 말이다. -황석영 인터뷰 중에서

 

 

아직 근대화되지 않은 몽골땅을 '남북한 청년'이 손잡고 땅파서 개발하자는데

이게 MB식의 삽질하는 개발론랑 다른게 뭔가?

못사는 나라에 한국 기업 진출시키고

거기에 값싼 북한 노동력+남한 백수까지 합치면 금상첨화지! 안그런가?

 

MB가 "그 안을 같이 얘기했더니, 현 정부가, 이 대통령이 “그건 내 생각이다”라고 하더라. 아, 이건 생각이 같구나." 라고 대응하는 건 정말 너무 당연한 결과다.

 

황석영의 생각은 우리민족이 우선 손잡고 몽골 개발해주고 손잡고

골치아픈 중국은 제일 마지막에 마지못해서라도 손잡게 하면 '동북 중앙아시아 연합'이 된다는거다.

 

이게 문화적인 구상이라고 한다면, 평화전략이라고 한다면, 이건...황석영 선생님 너무 순진하신거 아닌가요.

맙소사, 요새 애들은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알타이 어족이라고 묶이면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요.

 

도대체 주구장창 변하지도 않는 '범(pan)', '연합', '개발' 논리

자신을 구원자적 위치로 놓으려고 하는 거 (-박쥐, 보고 박찬욱한테 느낀 감정과 유사함)

끝내 '우리 손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함에 대한 지난한 미련

근대 민족주의적 남성 지식인의 상상력의 한계인건가?

 

기사 보다 빵 터진 게 하나 있었다. 역시 새겨들을 말은 가까이 있다.

 

"나는 침체되면 내 탓인 줄 알고 총대를 메잖아.

마누라가 어제 밤새 “그놈의 메시아 콤플렉스 좀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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