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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에 다녀왔다. 진보넷 어느 블로그에선가 광고 포스터를 보고 갈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어떤 조직도 단체도 걸치지 않은 그냥 개인인 내가 꼭 가야될 당위적인 이유 같은 건 없었으나 '피해자 지지'라는 특정 글귀가 마음에 남아 결국 가게 된 것이다.
어젯밤 집에 돌아와 지지모임에 대해 오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내 글로 인해 이 모임에 대한 오해 혹은 편견이 생기거나 하면 어떡하나...글 쓰기도 전에 고민병이 도져 결국 노트북을 덮었지만,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던 내 의견을 블로그에서 말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면서.
단적으로 내가 느꼈던 점을 말하자면, 피해자 지지모임은 성폭력 사건 대책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물론 피해자를 지지하는 (운동)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고,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서를 조직하고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피해자의 고립을 방지하고 연대를 표명하는 방법의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방식의 운동을 하는 것을 피해자 지지모임에서 기대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재심위에 제출한 피해자의 글을 보면서 나의, 그리고 누군가의 경험을 떠올리며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고, 그로부터 고립된 그녀가 싸우고 있는 거대한 조직의 '반복적인' 논리들에 어떻게 함께 대응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집단적인 경험으로 나누고 피해자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도록, 서로가 치유하고 치유받는 과정이 피해자 지지모임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폭력상담소의 한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잘 해결하라, 똑바라고 하라고 촉구해서) 조직에 다시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의 운동이 아니기를, 나 또한 바랬던 것이다. 비록 노동조합의 일정을 따라가고 중집회의에 가고 피켓팅을 하는 운동의 방법은 성폭력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는 매뉴얼이라할지라도, 그런 방식의 운동만로는 크게 바뀌지 않을거라는 마음과 그것이 피해자를 지지하는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 냉소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그러면 어쩌자는거냐 물을 사람들에게 나는 내가 할수 있는 글쓰기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제 모임에 왔던 한 사람은 이런 얘기를 했다. 전교조가 어려운 시기에 한 개인이 조직을 해치고 있다는 논리에 맞서기 위해, 현시국, 정권의 전교조 탄압에 대해서 분명히 반대한다는 연대입장을 밝혀두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이런식의 대응이 오히려 연대를 해치는 행동이며 우리가 더 잘싸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일들을 잘 해결해야 한다는 설득의 논리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났다. 거칠게 얘기하자면 이 사람의 이야기는 조직 우선의 사고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이든 다른 사건이든 그로 인해 조직이 망하면 어떤가? 연대를 해치면 안되는가? 썩어문드러진 조직 속에서 개인이 당장 숨도 못쉬겠다는데..죽겠다는데. 조직이 망해도 아무리 탄압상태라고 해도 문제제기 하는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조직이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 일로 망할 조직이라면 진작에 망해없어지는게 낫지 않은가 말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 조직을 위하는 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연대를 위한 것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정말로 듣고 싶지 않다. 지겹도록 들어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과 손잡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분리획책에 놀아나지 않고 노동자가 하나되어야 우리는 자본이란 거대 괴물에 더욱 잘 싸울 수 있다. 등등등) 이런 식의 사고에서는 여전히 개인은 조직을 위한 존재이고, 개인들의 문제제기는 '건강한', '더 잘 싸울 수 있는' 조직을 위한 수단이자 방법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최종목적은 우리가 '진정한 동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들이 조직보위논리를 온몸으로 체화하고 있는 간부들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설득논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이번 문제를 촉발시킨 핵심중의 하나인 '조직우선주의'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조직보호 논리로 내부 개인의 희생이 뒤따랐다. 조직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고민해야 한다" 고 충고한 검찰의 이야기를 제발 우습게 알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은 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있다.
댓글 목록
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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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들었던 생각입니다. 그 과정들 모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놓치기 쉬우면서도 가장 중요했던 문제가 있더라는 거죠. 아파하는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하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요. 그 사람을 전면적으로 치유해주는 것이라 생각되었었습니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지혜와 마음을 모으면 풀리겠지요. 이런 일을 만나면... 내 안의 작은 그녀가 몸을 돌돌마는거 같은...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습니다.부가 정보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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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마는 것 같은..이란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마음은 불편한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도 잘 모르겠고 상당히 머리가 복잡했어요. 블로그에 쓰고 의견을 들으니 한결 가볍네요.부가 정보
구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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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조직이 탄압받고 있기 때문에 그 조직에 의해 말라죽게 생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묻혀버려선 안됩니다. 만약 피해자가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전교조에서 피해자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자리가 당당한 권리의 자리가 아니라 부담스럽고 억울한 책임만을 강요받는 자리가 아닌가 싶네요.부가 정보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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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우선주의가 뭔지..그런 생각이 들어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조차도 조직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니 말이죠.부가 정보
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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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입니다부가 정보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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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서 좋으네요^^부가 정보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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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대책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가운데 좋은 글을 만나서 잘 읽고 갑니다부가 정보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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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서로 의견을 나누면 좋겠네요부가 정보
곰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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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부가 정보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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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이 많은데..뭔가 변화가 일어나면 좋을것 같아요.부가 정보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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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동의합니다(반복되서 좋을 것도 아닌데) 이런 일들은 시간이 가도 그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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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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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휴..개인이든 조직이든 안좋은 습관이 관성이 되고..더 잘 안바뀌는것 같아요.부가 정보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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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충고"는 극우인간쓰레기들의 일상적인 민주노총 파괴 와해 공작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얼마전 사노련 운영위원들에 대한 불구속 기소만을 보아도 저들의 목적은 항상 민주노조 운동을 파괴하는데 있다는것은 '알아내야할 사실'도 아니고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총 일부 간부의 비리 성폭력 사건은 한점의 의혹없이 엄중하게 처리하면 되는 일이나 조직 보호, 우선 주의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잘 동의가 되질 않네요
조직 보호하고 우선시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조직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투쟁의 주요한 수단입니다. 특히 어떤 조직은 악랄하고 심각한 탄압 속에서 어렵게 탄생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노조를 만든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조직을 우선시 한다면서 비리나 성폭력 사건을 묵인하는것은 저 역시 반대지만 조직을 보호하고 우선시하는 그 자체를 반대한다는것은 일종의 투항주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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