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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 게다가 누워서 티비를 보다 일어나 깜깜한 방에서 혼자 이런 글을 쓴다는게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엔 개인적인 얘기를 잘 쓰지도 않는 이 곳에.
내일이면 또 지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쓰고 본다.
오늘, 아니 어제가 된 일요일. SBS에서 공포증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 과일을 안먹는 사람..
아..저럴 수도 있군..이유가 뭘까..처음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 것마냥 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큐를 계속 보다보니 공황장애부터 시작해서..갈수록 마치 내 얘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것마저 신경강박인가, 고질적인 과대망상인가 그러고 있다.
나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그렇다(?)는 것에 대해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다.
가끔 나의 공포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아니, 전에 상담을 받을 때부터 생각해보았다.
나름대로 여성단체와 연계된 소개받은 병원이었는데도, 어째 갈수록 의사가 나를 포기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약이라는 것도 위험인물로 분류된 이상 별로 소용이 없었고, 병원에 가서 '억지로' 얘기를 꺼내야한다는 것이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을 안갈수록 더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어릴때부터 하루도 꿈을 꾸지 않는 날이 없었는데, 어른들은 그래서 내가 키가 큰 거라고 했지만.
정작 내가 꾼 꿈의 내용들은 대부분 끔찍한 것들이었다.
끝도 없는 층층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이유는 뒤쫓아오는 무서운 아저씨 때문이었다. 성폭행의 위협..죽음의 공포..그런걸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곤, 나는 낭떠러지나 난간따위에서 꼭 몸을 던졌다.
그리고 또 많이 꾸는 꿈들은 어느날 사람들이 많은 거리, 친구들이 있는 학교, 이런 곳들에 나갔는데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옷도 안입은 차림이었거나 그래서, 수치심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숨어다녔었다. 이런 식의 꿈을 한두번 꾼게 아니었다.
왜 항상 그런식의 불쾌하고 위협적인 꿈을 꾸는 건지..어린시절에 나에게 무언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도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괴로웠다.
어느 순간 그게 꿈을 꾸는 순간 꿈이라는 걸 꿈에서조차 알정도로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처음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와서 제일 괴로웠던 건 옆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밤마다 자려고 누우면 나는 옆집 tv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자꾸만 확대되서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여름이 되어도 창문을 열어놓고 잘수가 없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자꾸만 옆집에서 누가 볼 것 같고, 누가 들어올것 같고,조금만 창문이 바람에 흔들려도 그런 불안감이 든다.
그리고 상상 속의 공포는 점점 커진다.
어느날은 동생집에 놀러가서 시내에 나갔는데, 버스에 어떤 남자가 자꾸만 쳐다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언니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버스 중간에서 내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야 다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일련의 공황장애라고 할 수 있는 거,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의 증상들은 나도 다 경험해보았다.
왜 그런건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생활에 완전히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혼자만 아는거다.
이런 생각조차 너무나 자아중심적이어서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느끼는 공포 자체가 너무나 '여성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으로부터의 강박때문에 그런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과도하게 생각하는-꼭 지금처럼-것의 문제일까?
아무래도 오늘밤은 잠이 안 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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