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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적 글쓰기..

내 글쓰기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댓글들을 보면서 생각하고..

여성(주의)적 글쓰기가 무엇일까 생각하고..

해답과 결론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상당히 다른 인식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성적인 글쓰기를 누군가는 '여성스러운'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혹은 여성적인 글쓰기가 '인품이 훌륭한' 글쓰기라고 인식되는 경향도 있는 듯..

 

 

그냥 내 경험에서 말하자면

내가 여성적인 글쓰기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을 때의 의미는..

교육받아 오면서, 또 대학 이후에 운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내 글쓰기 방식이..

한마디로 대자보, 성명서, 기사용 같다는 거였다..

어떤 팩트에 대해 의견을 내는거..(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논리, 이성, 합리적임을 추구하고, 결론과 대안을 제시해야만 인정받는 글쓰기..

감정이라고는 유일하게 공적인 감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분' 만이 용납되었고

연민, 안타까움, 슬픔, 기쁨, 외로움 같은 감정들은 

냉철한 판단에 걸림돌이 되는, 가지쳐야 되는, 것들로 생각했던 글쓰기 말이다..

그러다..언젠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비슷하게도 다시 학교에 들어와서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의 글을 보았을때,

블로그에서 다른 이들의 글을 보았을 때..받은 느낌도 유사했다.

그에 비하면 내 글은 차갑고 무미건조한 느낌이었달까..그런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글쓰기가 단순히 개개인의 인품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적'인 언어체계,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시작했다.

여성적인 글쓰기..여성주의적인 글쓰기..라는게 단일하고도 합의된 개념인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들이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고 하는 비판으로부터

나온다는 거..어렴풋이 경험적으로 알 것 같았다.

보편적임, 시민됨, 인간이라는 범주에 들지 못했던 여자들이 쓰는 글쓰기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체로 간주되지 못했던 여자들의 글쓰기란..

남성 중심적인 상징질서와 언어체계에 익숙하지 못했던 여자들의 글쓰기란..

이 사회에서 봤을 때는 (치유하는 글쓰기, 라는 책에서 보았던) '미친년 글쓰기'에 가까운 것이다.

중얼거림, 알 수 없음, 논리적이지도 않고, 어쩌면  쏟아버리는 광기어린, 분노, 감정들이 뒤섞인

머리보다는 몸적인 언어들, '두 입술'로 말하는, 그 자체로 단일하지 않고 복수적인 글쓰기인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나쁜 여자'가 될 수밖에 없듯이

미친년 글쓰기가 용납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왜 자꾸 말이 바뀌냐, 앞뒤가 맞지 않다, '사실'이 무엇이냐고

따져묻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하지만 그것이 폭력이라고 해도 그에 대한 기억, 사실, 감정은 바뀌는 건데..

어찌 되었든..그에 비하면 아직도 내 글쓰기는...'남성적/공적인 글쓰기'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꽤나 논리적으로 쓰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늘 글을 쓰고도 개운하지 못한 이유...

진정으로 내 자신을 위한 것인지, 글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인지 헷갈리는 이유는..

아마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 못해서인지..이미 습이 생겨버려서인지..

아니면 쏟아놓을 감정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글을 보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친절함을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글쓴이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감정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맥락 속으로 들어가보기를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단지 거칠다고..정제되지 않은 말들이라고 비난하는건...지나치게 가혹한 것 같다..

마초적인 공격성 댓글이 달리면, 여성적인 글쓰기로 확인된다는

어느 블로거의 말은 씁쓸하지만...가장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점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고...내 글이 공격적이라는 건...비난이나 분노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가슴보다 머리로 이해하는 건 아닌지, 무작정 비판의 날을 들이대려 한건 아니었나..생각이 들어서..

 

글쓰기는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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