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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의사와 할머니 약사

점심을 먹고나서...

아무래도 주사라도 한 방 맞아야 할 거 같아서 사무실 근처의 병원을 찾아나섰다.

5분쯤 걸어간 지점에서 의원표지가 보인다.

'영화의원'...??

효자동이발사에 나온 이발관처럼 고풍스러운데...

문을 빼꼼 열고 얼굴만 들이밀고 살펴보는 데...

"들어오세요..." 연로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발을 벗고 들어 간 의원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의사선상님 한 분만 계신게 아닌가?...

걸음걸이조차 위태롭게 실내화를 질질 끌듯 치료실로 들어오란다.

어라... 간호사도 없네.  흰색 가운을 입으신 할아버지 의사는

"의료보험증 가져왔소?"라고 무표정하고 나직하게 묻는다.

"아뇨..."

"일반으로 하고 3일 후에 의료보험증 가져올라요?"

"아뇨 집이 멀어서..."

그리고는 뒷걸음으로 나왔다. 휴~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고전적인 의원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행동거지도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의사선생님께 맡기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나온거다.

날은 춥고...

 

"에라 그냥 약이나 사먹자"하고 사무실쪽으로 2분쯤 걸어오다 약국을 발견하고 들어섰다.

약국은 비교적 깔끔한 데...엉? 이번에는 할머니 약사다.

대신 할머니는 매우 정정해 보이고 손녀쯤으로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있다.

"목이 부어 아프고 코도 막히고.....몸살감기 같아요..."

할머니는 아주 잘 듣는 약이라며 알약과 가루약 그리고 쌍화탕을 내민다.

암튼 '속효성 종합감기약'과 쌍화탕을 그 자리서 먹고 사무실로 걸어오다.

 

혹시 그 두 분은 부부아냐?

괜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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