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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의 빛깔

겨울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서릿발을 뚫고 솟아오르는 쑥의 새싹들의 씩씩한 빛깔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무렵 나뭇잎의 순한 연초록이 초록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빛깔

여름 저수지 둘러 싼 논들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밀밭의 초록들이 황금색으로 가는 빛깔

가을들녘 잔잔한 남해바다의 파도물결 일렁이듯 바람에 흔들리는 바라만봐도 배부른 빛깔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붉은빛을 머금고 한껏 부풀어 익은 청미래의 빛깔

을 좋아한다.

 

그리곤 아까운 빛깔이 하나 있다.

3일째 단식을 하던 명절날 아침

소지가 보안과 지하방 식구통으로 도르르 굴려 준

갗 세수한 아이의 뺨에 떠오른 빠알간 빛깔의 사과 한 알

그 한 알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거부하던 날은 두고두고 선명한 빛으로 뇌리에 꽂혔다.

백두대간을 가다 만난 청미래의 빛깔은 그 사과의 빛깔을 닮아서 좋은 것일까?

아직도 심장에 치지직거리며 소스라치게 깊숙히 찍힌 불도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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