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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출범 선언문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출범 선언문 (잠실'성노동자의날'발표)  2005·06·29 13:41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출범 선언문


우리 성노동자들은 지난 9월 23일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오늘까지 9개월 여를 혹독한 시련속에서 인고의 나날을 지새웠다.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았고, 아니 도저히 죽을래야 죽을 수 없었고 이렇게 살아남아 ‘성노동자의 날’ 에 이르렀다. 오늘 ‘성노동자의 날’, 이 자리에 우리 성노동자들이 함께 하기까지는 지난 겨울 칼바람 몰아치는 여의도에서의 극한적인 단식투쟁을 비롯해 온몸으로 끊임없이 저항한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반도에서 역사가 시작된 이래 다양한 이름의 성노동자들이 무수히 존재했지만, 오늘 한국의 성매매 특별법 경우처럼 성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사례는 결코 없었다. 더욱이  성매매 금지주의라는 반인권적인 정책이 이른바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권에 와서 강력히 시행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법이란 무릇 주권재민의 원칙아래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은 성노동자들을 주권재민의 영역에서 배제하였다. 겉으로는 “성매매 피해여성” 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자활시키겠다는 등 성노동자들을 위해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성노동자들에게 오명과 낙인을 찍으며 시혜를 베푸는 양 선전에 급급했던 게 이 정책의 현 주소였다.  

 

그럼 이 모든 기만적인 정책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가. 그 주인공들은 바로 한국의 여성계 권력자들이다. 이미 정치세력으로 깊숙히 자리잡은 여성 권력자들은 미국에서 40여년전에 유행하던 급진적 여성주의에 매몰된 여성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역사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해왔다고 믿기에, 소위 가부장제를 없애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여성주의 이론은 당시에는 맞는 얘기였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여성계 권력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우리 성노동자들이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이 죽기보다 싫었다. “남성들에게 어떻게 여성의 몸을 팔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 그녀들로 하여금 성노동자들을 일거에 퇴치해야 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군산 개복동 사고처럼 일부 악독한 업주들이 빚은 대형 사건이 커다란 구실을 제공했다.

 

이제 여성계 권력자들은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우리 성노동자들을 모두 “성매매 피해여성”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되는 무지한 얘기다. 성매매 피해여성이라는 개념은 성(性)과 관련한 인신매매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성노동자다. 누가 우리를 인신매매 했다는 말인가. 국제사회에서도 “인신매매”와 “성노동”은 엄격하게 구분하건만 한국에서는 배웠다는 사회지도층들이 그 정도 분별력도 없단 말인가.

 

우리 성노동자들 또한 같은 여성으로써 굳이 여성계 권력자들과의 다툼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려는 저들의 시도에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여성계 권력과 한국의 모든 정치권력은 답해야 한다. 성매매 특별법이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절대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강행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을 우리 성노동자들은 여성계 권력이 입법부 및 행정부에 가한 공갈협박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마치 성매매 특별법 제정과 시행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은연중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양 혐의를 두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표결에 반대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은 성매매 특별법의 효과를 부정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며 억압적인 회의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렇듯 여성계 권력의 압력 때문에 입법내용이 제멋대로 결정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계 권력의 압력에 굴종한 모든 정치권력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 특별법 통과에 기여한 국회의원들은 성별을 떠나 주권자의 하나인 성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책임을 분명히 져야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성계 권력에 압도당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 이른바 집창촌 패쇄법안인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정비에 관한 법률'을 제정키로 하였고 , 여성가족부는 이미 집창촌 폐쇄를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가 아닌가. 따라서 우리 성노동자들은 이 모든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바로 소름끼치는 여성계 권력이기에 그들을 계속해서 지목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노동운동의 투쟁과정에서 많은 이웃들을 만났다. 집회 시위하는 길거리에서, 사이버 운동공간인 인터넷에서 그리고 세계여성학대회에서, 성노동자들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는 이 땅의 양심세력들은 도처에서 우리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노동권 쟁취를 돕기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왔다. 그분들은 우리들이 성노동에 종사하게 된 원인과 과정을 사회구조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영향력있는 한 사회단체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 대신 성노동자 여성에 대한 인권옹호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면서 “성노동자도 인간이다. 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자!” 라고 제 사회단체에 행동을 과감하게 촉구했다. 또 어떤 학자는 법과 공권력에 의한 성매매 근절의지는 문제가 있으며, 성노동자들에게는 자치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학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매매춘 그 자체가 아니라, 매매춘을 바라보는 우리의 적대적인 태도이므로 현상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여성계 권력이 성매매 특별법 실적으로 자랑하는 집창촌에서의 업소 40% 감소 및 성노동자 수 50%의 감소는 온갖 음성적 성매매 분야의 풍선효과를 유발한 것에 불과하며, 성매매가 범죄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는 것은 어설픈 변명에 불과하다. 여성계 권력이 분명하게 자랑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들을 자활시킨다는 구실하에 오히려 자신들의 직장과 정치적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주변 상인 등 정직한 성산업인들이 필요하다. 그분들은 우리들과 생계를 나누는 다정한 이웃이며 협력관계에 놓여있는 분들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 성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영업장소와 주거를 제공해주는 성산업인이 없다면 결국 음성 성매매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들의 안전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다. 따라서 정직한 업주가 자신의 사유재산인 자본을 투자하고 우리가 노동을 제공해 협업할 때 양자간 노동조건과 분배가 합리적이라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현행 성매매 특별법 아래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단속과 오명과 낙인으로 생존권을 잃고 극도로 고달픈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엄연히 인간이다. 그리고 노동자고 비정규직이다. 더 이상 이 억압의 굴레에 승복할 수 없다.

우리에게 돌을 던지고 싶은 자는 우리를 옥죄는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향해 돌을 던지기 바란다. 우리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성노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이 판단해서 적절한 시점이 되면 탈 성노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여성계 권력이 법을 매개로 위계에 의해 강요되어질 사안이 아닌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성노동자의 날’을 선포하며 성노동권 쟁취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우리는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신세계를 열고자 한다. 성매매 대신 성노동을, 성매매여성이 아닌 성노동자가 되어 우리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

 

하나. 성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하나. 성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하나.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하나. 성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하나. 성노동자와 정직한 성산업인의 관계를 인정하라
하나. 민의를 역행한 반인권 악법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하라

 

2006 년 6 월 29 일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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