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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하여 투쟁할까 아님 투쟁하는 동지들만 단결할까 ?

 

단결하여 투쟁할까 아님 투쟁하는 동지들만 단결할까 ?

 

6월 30일,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로 인해 장대 같은 장마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그리고 솔직히 한판 싸움 준비를 위해 우비며 마스크며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고 전국 노동자 대회가 열리는 청주 체육관 앞으로 달려갔다. 이게 웬걸, 내릴 것 같은 장마비는 온데 간데 없고 한여름 늦더위보다 더 뜨거운 햇살이 내리 찌면서 집회에 참석했던 수많은 동지들의 얼굴에 땀방울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째든 경찰 측에 의해 집회 장소 사수를 위해 예정된 15시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이닉스-메그나칩지회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 노동자 대회”는 5천여 명의 동지들이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청주체육관 주차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시작이 되었다.


사회자 동지의 선창에 의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된 전국 노동자 대회는 이 수호 위원장의 대회사로 힘차게 포문을 열었다.

노사정위원회 직권 참여와 비정규직 관련 민주노총 요구안이 인권위 안으로 둔갑시켰다는 선입감 때문에 이 수호 위원장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에 뜨거운 주차장에서도 꾹 참고 대회사를 경청했었다.

‘70만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서 노동자 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이 단결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고 단지 있다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뿐이며 노동자 계급의 유일한 무기는 바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뿐입니다. “라는 내용으로 시작된 이 수호 위원장의 대회사는 오랜만에 듣는 시원한 내용이었다.

정말 단결하고 투쟁뿐이다. 대의원 대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민주주의의 하자를 차지하더라도 단결하고 투쟁하지 않고 자본과 정권의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노사관계 재편에 일조하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수장인 이 수호 위원장이 이제는 단결하고 투쟁하자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변화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든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이제는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전국 노동자 대회 대회사에서 목 터지게 외치고 있는 현실이 이제는 진짜 새로운 판짜기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

이 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대회사 이후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나마 항상 우리에게 힘과 투쟁의 의지를 주고 있는 민중연대 상임대표 정광훈 동지의 연대사(격려사인가?)가 진행이 되었다.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전체 민중을 다 때려잡는 불량국가는 전 민중의 강철 같은 연대투쟁으로 바꾸어 내야 한다는 민중연대 대표의 연대사는 결국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단결투쟁과 맞물려 새로운 세상 건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듯 했다.


장소 문제로 늦게 시작되고 뜨거운 태양 때문에 압축적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진행 팀의 의도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째든 청주 체육관 앞에서 진행된 전국 노동자 대회는 5천여 동지들의 일사불란 함께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전체 대회가 마무리가 된 이후 참석 대오는 충북도청까지 행진 투쟁에 들어갔는데 행진대오 선두가 40여분을 행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미 대오는 아직까지 체육관 주차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장엄함을 보면서 새삼 노동자 계급의 당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행진 마무리 시점에서 대회 주최 측인 민주노총은 도청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전체 대오가 행진의 과정에 있으면서 약간 어수선함을 느꼈다.


“싸움이 벌어졌어요. 쨍쨍한 마이크 소리 속에서 가냘프게 울려 퍼지는 어느 여성 동지의 외침이 마무리 집회에 집중했던 선두 대오의 동지들을 뒤 돌아 보게 하였다.

대오 중간 중간마다 놓이고 있는 쇠파이프와 함께 전경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약간의 긴장감마저 돌았다.

“동지들 행진대오 중간을 경찰들이 막았습니다. 대오가 끊기면 우리 동지들이 다칩니다. 경찰들과 대치합시다.” 라는 동지들의 외침에 긴장감속에서 대오의 동지들이 한두 명씩 쇠파이프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주머니 안에 있던 마스크를 쓰고 한판 투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엥 이게 무슨 일인고?

행진 대오 중간에는 경찰에 의해 끊긴 전체 대오를 사수하기 위해 쇠파이프와 최소한의 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도청앞 에서는 긴장감과는 무관하게 마무리 집회가 진행되고 있고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했는데, 이제는 우리에겐 단결하고 투쟁뿐이라고 했는데”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 수호 위원장의 대회사 구절이 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주최 측인 민주노총은 조합원 동지들의 경찰과의 대치와는 무관하게 마무리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단결하고 투쟁해야 하는가? 아니면 투쟁하는 동지들이라고 단결해야 할까?

결국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도, 투쟁하는 동지들이 단결하는 것도 아니라 투쟁하는 동지들이 앞장서서 단결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투쟁하는 자만이 단결을 이야기 할 수 있고 투쟁하는 노동자야말로 진정으로 단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노동자 대회에서 알게 되었다.


결국, 저 멀리 대오 앞에서는 주최 측의 마무리 집회가 진행이 되고 대오 중간에는 쇠파이프로 무장한 노동자 계급의 군대가 자본과 정권의 군대인 경찰들과 대치를 하는 매우 이상한 모습이 설정되었다.


마침 마무리 집행 장소 쪽에서 들려오고 있는 강승규 부위원장 동지의 “노동자들이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화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은 도대체 누구의 정권이란 말입니까? 라는 내용의 발언과 함께 나의 시야 속에서는 더욱더 힘껏 쇠파이프를 움켜쥐는 동지들의 모습이 보였다.

“참 청주는 덥구나. 라면서 중얼거리는 나를 툭 치면서 ”야 김동지 머해? 가자구 투쟁해야지“ 하는 선배 노동자의 손을 다시금 맞잡고 뛰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또 이렇게 노동자 대회는 마무리 되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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