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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하느님이 노아와 맺은 계약

 

무지개, 하느님이 노아와 맺은 계약


인류를 파괴시킨 다음 하느님이 노아와 약속하시기를 “이제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과 계약을 세운다. ․․․․․․나는 너희와 계약을 세워 ․․․․․․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 ․․․․․․ 내가 그름 사이에 무지개를 둘 터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워진 계약의 표가 될 것이다.” 하셨다.(창세 9,9-13) 우리는 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때마다 이 계약을 기억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아니라 무지개를 복의 표시로 여긴다.

어렸을 때 무지개 끝에 금항아리가 있다는 속담을 자주 들었다. 또 사람들은 무지개를 행운이라고 했다. 나는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서 그곳 폭포에서 떨어지는 이슬에서 생겨나는 무지개를 자주 보면서 자랐다. 햇빛이 이슬방울에 반사됨으로써 수많은 색깔을 내는 것이 바로 무지개다. 색채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서로 흡수하고 침투하기도 한다. 얼마나 신비스럽고 놀라운 일인가!

무지개는 온 창조와 비유될 수 있다. 천지만물은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빛을 반사한다. 예를 들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구별은 어렵지만 일란성 쌍둥이라도 똑같을 수는 없다. 성질과 성품뿐만 아니라 몸을 구성하는 세포 또한 얼마나 다른지 모른다. 솔직히 세포가 무지개의 수많은 색깔처럼 똑같을 수는 없다.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와 핵산(DAN)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각 민족의 말과 문화에도 차이가 있다. 필리핀에서는 한 2백 가지 말을 쓰고 있고, 한국은 한 가지 말을 하고 있지만 지방마다 방언이 있고 악센트와 말씨가 다르다. 하지만 무지개처럼 서로 흡수하고 침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도를 보고 똑 이 동네에서 저 동네까지 전라도 말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식사 ․ 예의 ․ 옷 ․ 음악 ․ 오락 ․ 춤 등은 공통적 인간성을 버리지 않으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모든 사람과 민족, 말과 문화는 하느님의 무한한 앎과 좋으심을 유한하게 번쩍번쩍 반영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생태계는 어지러울 정도로 피조물의 규모 ․ 질 ․ 양 ․ 모습 ․ 색깔 등에 차이가 있다. 정원의 장미들도 색깔은 같아도 모양이 다르듯이 말이다. 이 모든 창조물은 서로에게 음양으로 여향을 미친다. 밤과 낮 사이에는 서서히 밝아오고 어둠이 내린다. 누가 봄의 시작을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가르칠 수 있는가? 잎이 나고 떨어지고 흙이 되고 다시 자라듯6 모든 것은 놀랄 정도로 상호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보는 데만 익숙해져 자연의 이 놀라운 능력을 많이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단지 유전공학적으로 아름답고 똑똑한 인간으로만 만들려고 한다. 과학적 농사와 축산으로 식물과 동물을 표준화하려고 한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이 지구를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하려고 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도 한 가지로 통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고 한다. 서울에 가든지 카이로에 가든지 뉴욕에 가든지 비슷비슷하다. 여러 가지 말을 쓰는 나라의 정부에서는 억지로 표준어를 배우게 한다.

이처럼 무지개를 밋밋하게 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뭉개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아산만 근처에 사는 노인들의 옛날이야기다. 공업화와 개발 이전 아산만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살았다고 한다. 마치 물고기들의 이름은 천주교회에서 쓰는 성인의 호칭기도만큼이나 길었다. 계절에 따라 새로 들어오는 물고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만을 이루는 갯벌을 간척함으로써 많은 논이 생겨났지만 물고기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쌀 농사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아산만 주변의 노인 양반들은 발전과 개발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고 한다. 지금도 그 바다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

무지개에서 여러 색채를 빼버리면 아름다움은 그만큼 없어져 마지막에 흰색과 검정색만 남게 된다. 이것은 초등학교 1학년 꼬마 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흑과 백은 진짜 색깔이 아니다. 공해 ․ 윤리 ․ 교육 ․ 문화 ․ 경제문제로 골치 아플 때는 하느님이 노아와 계약을 맺으셨던 무지개를 기억하자. 이 계약은 하느님께서 사람과 맺으셨을 뿐만 아니라 땅과도 맺으신 계약이다. 무지개가 흐릿하면 그만큼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선은 그 빛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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