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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20
    똥빨래
    금금
  2. 2006/11/20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금금

똥빨래

병원에서 돌아오는 어느날

이천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걸음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가지러 갔었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허둥지둥 한참을 찾았지만 아버지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가서 아버지를 불렀다.

화장실에 계셨다.

 

한참 후에 나온 아버지는 쓰게 웃으셨다.

설사가 나와 급하게 화장실로 오셨다했다.

차에 오르는 아버지를 부축하려고 보니 바지 뒷부분이 온통 누렇다.

씻고 가자고 하니 그냥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

급하게 차를 몰았지만 정선집까지는 하세월이다.

다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씻고 가시죠.

아버지는 힘없이 대답하신다. 그럼 그럴까.

 

문막휴게실에 차를 세우고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갔다.

바지를 벗겨드리고 솟옷을 벗겨드렸다.

배만 볼록하다.

솟옷을 사러갈려고 문을 열었다. 자동문이다.

늦게 닫히는 문이 야속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본다.

솟옷을 사고 다시 문을 연다.

아버지는 빨리 문을 닫으라고 화를 내신다.

장애인 화장실에서는 바지를 빨수 없어서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빌어먹을 자동문, 사람들이 쳐다본다.

 

남자화장실에 가서 아버지의 똥묻은 바지를 빤다.

졸졸거리며 나오는 물에서 한참을 비벼댄다.

젖은 바지를 입고 차에 올라탄 아버지는 창문을 모두 열라고 하신다.

잠시 후 아버지는 바지가 다 말랐다며 쓰게 웃으신다.

바지가 다 말랐다고...

 

며칠 후 엄마가 얘기한다.

아버지가 미안했다고 똥빨래를 시켜서

엄마를 통해 얘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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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들이 무원칙하고 무분별하게 씌여지는 이곳에서

켄로치를 좌파감독이라고 부르기는 어딘지 어색하다.

 

존경은 하지만 영화는 재미없다는 어느 유명 감독의 말처럼 켄로치의 영화를

흥미의 시선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항상 자신의 시선을 잃지 않는 그의 영화는 어쩌면 그의 복일런지도...

 

영화 중반에 재판 받는 고리사채업자 이름이 스위니였다.

<한사람>의 주인공이자 내가 사랑하는 신부님과 같은 이름의 사람이

사채업자로 나오다니. 쬐금 화가 났다.

 

영화의 마지막은 켄로치 다왔다.

감정의 개입없이 그리는 그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남는다.

 

프랑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을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

조디 포스터와 리처드 기어가 주연했는데, ... 제목이 기억나지 않네.

암튼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리처드 기어가 교수형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수대에 선 리처드 기어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이름을 찾고, 보자기로 머리가

가려질때 긴숨을 쉰다. 나도 긴숨을 쉬었다.

 

보리밭... 중간 쯤에 동지를 밀고해서 처형 당하는 어린소년이 말한다.

무서워 죽겠어

 

영화의 마지막 죽음 앞에 선 동생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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