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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병' 150만명 육박 '사상최대'

 ‘백수族’ 150만명 육박 ‘사상최대’ 

지난 2월 서울 H대 공대를 졸업한 신모(28·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벌써 2개월째 무위도식하고 있다. 오전에 늦게 일어나 집근처 게임방에서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한다. 가끔 아버지가 운영하는 모텔과 노래방에서 일을 돕기도 하지만 그의 일상은 게임방에 있다. 아버지 덕에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서 그런지 뚜렷한 목표나 하고 싶은 일도 없는 듯하다. 주변에선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태연하다. 그는 “아직은 (사회에 진출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막연히 놀고 먹는 무위도식자, 일자리 잡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 직업이 ‘취업준비생’인 반(半)실업자….’

공식적으로 실업자로 잡히지는 않지만 일자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도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1분기(1~3월) 현재 1530만5000명에 달해 역대 최고수준을 또다시 경신했다. 실업률, 실업자수, 취업자증가율, 고용률 등 겉으로 드러난 통계는 호전되는 듯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고용상황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현재 비경제활동인구는 모두 1530만5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만4100명, 직전 분기에 비해선 49만8400명이 각각 늘어났다.

비경제활동인구란 15세이상 일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취업자나 실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40%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비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를 키우거나(153만1500명), 가사를 돌보거나(552만1200명), 학교나 재수학원에 다니거나(379만4100명), 너무 늙었거나(146만6500명), 심신에 문제가 있어(45만100명)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실업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 사실상의 반(半)실업자들도 적지 않다. 신씨처럼 구직활동을 아예 하지 않고 막연히 놀고먹는 사람들이 1분기 현재 148만4500명, 취업을 위해 도서관이나 학원·직업훈련기관 등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취업준비생+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통학자)이 52만9800명이다.

특이한 점은 이런 반실업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놀고먹는 사람들은 2004년(이하 1분기 기준) 110만7500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005년 135만6000명, 2006년 146만1300명에 이어 2007년들어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당장 일할 의사가 없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식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계의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실업률(2006년 1분기 3.9%→2007년 1분기 3.6%), 실업자(91만5000명→85만1000명), 고용률(58.5%→58.6%) 등 겉으로 드러난 고용통계는 개선되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고용사정이 이처럼 영 딴판인 것은 바로 이같은 비경제활동인구, 특히 반실업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문화일보, 서울경제, 2007.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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