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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3] 서천비인에서 부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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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화) 쉬는 날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이다. 푹...
그런데 7시 알람에 깨서 도통 다시 잠을 못이룬다. 또 이 여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7시부터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통을 붙잡고 계신다. 목청 참 크시다. 에이 자는 건 포기다. 여행 시작하고 첨으로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 맛있다.

음... 뭐 할까? 지도를 보니 내일 코스에서 장항을 빼놔야 할 것 같다. 그래 장항 한번 가보자. 장항선의 주인공을...

 

시내버스를 타고 장항에 갔다.
음... 장항의 첫모습. 삭막하다. 터미널이 폐허다. 터미널 앞 대명 호텔이 고층으로 서있다. 그런데 이곳도 폐허다.
시내로 들어가 본다. 정말 조용하다. 왜이러지? 다방을 들어가기는 그렇고 한방찻집이 보인다. 들어가 보자. 솔잎차 한잔 하려했는데... 없단다. 뭔 효소차를 먹으란다.
주인 아주머니 말발이 터졌다.
"일제시대 광주하고 장항이 같이 읍으로 승계되었다. 그런데 장항에 돈있는 놈들 땅값만 높이려 개발에 발목을 잡아 이꼴이 되었다. 장항읍민이 3만명에서 1만 3천명으로 줄었다. 장항선의 장항역사도 없어졌다" 한마디로 장항의 몰락이다. 희망이 없다고 하신다.

 

찜질방 없냐고 물으니 금강하구둑으로 가보란다. 찜방에서 몸좀 풀자. 어... 11시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아. 왠 아가씨 한명이 있다. 슬쩍 '식사하셨어요?'하고 물으니 왠걸 여기도 말발이 터졌다. "뭐하는 중이냐? 어떻게 혼자 도보여행을 하느냐? 결혼은 했느냐? 이거 왜하나?" 등등... 애구 잘못 말 부쳤다.
그러더니 이젠 자기 얘기다. 34살인데 애들이 고등학생이란다. 엥? 그러더니 요즘 애들한테 성교육 확실히 시킨다고 한다. 뭔말여? 고등학교때 자기 남편하고 성교육이 부족해 일찍 결혼을 했단다. 그렇게 애들 둘 낳고 30에 이혼했다가 힘들어 다시 재결합해 산다고 한다. 그러더니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결혼하란다. 뭐여. 그러곤 밥해야 한다고 집에 갔다. 황당 씨츄에이션...
군산에 사는 친구놈에 낼 군산에 도착한다 전화화니, 낼은 출장이라고 오늘 넘어오란다. 그래 먹구 죽자.

 


4월 23일(수) 서천 비인면에서 군산 대야면까지 (33.9km)

술이 않깬다. 그래도 가야 한다. 아침도 못먹고 군산 터미널로 향한다. 비인까지 회귀다. 차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부치자. 그런데 기사아저씨... 참 부산하다. 운전에 집중을 못한다. 장갑을 꼈다 벗었다, 썬글라스를 썼다 벗었다. 그러면서 냉각수가 이상하네 타이어에서 소리가 나네 투덜댄다. 그리고 이놈의 GPS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도 없는데 속도를 줄이란다. 소리도 참 크다. 애구...

쓰린속을 달래려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 왈 "신관도 좋네. 이리 바쁜 농사철에 놀러나 다니고. 상팔자네" 윽 밥이 않넘어간다.

 

출발부터 오르막이다. 이놈의 갓길 아애 없다. 어... 그런데 이길. 와본 길이다. 작년 친구들 모임이 춘장대에서 있었는데... 차로 지나간 길이라서 첨엔 몰랐는데 중원삼거리를 지나며 느낌이 확실하다. 차로 그것도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가다보니 와본길도 첨인것 같다. 이런...

 

서천 초입. 장례식장 참 크다. 요증 돈되는 일은 저거 밖에 없다.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최고의 돈벌이다. 누구나 죽으니까.
드디어 서천이다. 그제 하루를 보냈으니 외곽도로로 신속히 돌진이다. 금강하구둑이다. 참 대단하다. 이걸 다 막았으니. 이 덕에 전라도 쪽은 농업용수로 참 짭잘하단다. 길을 놓고 좌측으로는 금강, 우측으로는 서해바다다. 길 한가운데 드디어 전라도다. 속도가 꽤 발라졌다. 하루 쉬었다고...

 

어제 군산시내에 있었으니 직접 외곽도로로 목표지점인 대야면 최단거리를 간다. 어... 이상하다. 남동방향인데 북동방향이다. 지도가 나뉘는 곳에서 독도에 실수를 했나보다. 에구 두시간을 돌았다.

기진맥진 대야면에 도착했다. 1인분은 안된다해서 백반으로 때운다. 근데 아주머니 내 사정을 듣더니 손도 크시지 반찬하라고 한보따리 김치와 밑반찬을 싸주신다. 감사합니다.

 

 

4월 24일(목) 군산 대야면에서 부안읍 (34.2km)

엊저녁 비가 왔다. 날씨가 쌀쌀하다 못해 춥다. 코가 맹맹하다. 어제도 잠을 설치더니 감기인가? 이지역 조류독감이 난리라던데 혹 조류독감? 방제작업하던 군발이도 걸렸다던데 걱정이다.
방풍우의까지 단단히 입고 출발한다.

또다시 뱀이다. 다행이다. 이놈은 깔려죽어있다. 그렇지만 어쨓든 애도 틀림없이 살았을때는 이 위에 서성거렸던 거다. 또다시
갓길이 싫어진다.
갓길에는 뱀뿐이 아니다. 도심근처는 개, 고양이, 외곽으로는 쥐, 너구리, 족재비, 뱀, 심지어는 까치와 참새까지... 아무 죄없이 인간의 차에 치어 죽어간 동물들 참 많다. 잠시 묵념.

 

조류 독감이 심하긴 심한가보다. 곳곳에서 방역이다. 그런데 차야 문닫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방제약 튀기면 뛰어야지 별수 있나?
한 농장은 텅 비어 있다. 개들만 난리다. 심각하긴 심각한가보다.

어... 그러고 보니 산들이 사라졌다. 사방이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이다. 김제평야다. 멋지다. 보리밭이다. 끝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보리 키우나? 언제 수확하지?

 

요즘은 길을 걸으며 주요소 기름값을 유심히 본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군산 외곽 휘발유 1619원, 경유 1,519원인데, 만경읍 초입 세상에 휘발유 1,739원, 경유 1,659원. 불과 3-4km 사이에 이런 가격이 있다. 둘다 SK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그냥 걸어라.

대야읍이다. 오늘은 자짱면이 정말 먹고싶다.  자장면 정말 맛이다.

그런데 김제시 정말 너무한다. 지금 까지 내려오면서 시내버스 정류장 이렇게 형편없는데는 첨이다. 그냥 달랑 간판 하나 서있다. 비바람 피할공간도 앉을 공간도 없다. 시장님 서민들 생각좀 해 주소.

 

오늘은 속도가 많이 붙어 좀 무리를 한다. 죽산에서 멈춰야 하는데 3시라서 내처 부안까지 달린다.
역시... 부안을 4-5km 놔주고 발바닥에서 불이난다. 근데 몽땅 농가라 멈출 수가 없다. 5시 30분 부안으로 들어갔다. 어... 엄지와 검지 사이 모두 물집이 잡혀있다. 또다시 바느질이다. 오늘 젤로 많이 걸었다. 30km 정도...

오버하지 말자.


4월 25일(금) 부안읍에서 부안군 제일 밑 줄포면까지 (19.2km)

어제 무리를 했다고 몸이 뻐근하다. 발은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다. 왼쪽의 물집은 바느질에도 불구하고 탱탱 성나있다. 큰일이다.
미역국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줌마 다 됐다. 아침드라마를 꼭 봐야 출발한다. 뻔한 스토리가 눈에 보이는데도 꼭 봐야 한다. 우씨... 오늘은 고창 선운사 앞마당까지다. 제법 먼거리다.

그런데 출발부터 왼쪽 물집이 벌써 욱신거린다. 가면서 상태를 보자.

가는 내내 오른편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내려다 보고 있다. 참 이쁘다. 옥녀봉.  아! 그러고 보니 다시 산이 나타났다. 금북정맥인가? 변산은 작년에만 세번을 왔다갔다. 그래서 패스다.

발상태도 장난이 아닌데 바람 장난이 아니다. 전북 뉴스에는 초속 4-5m 란다. 뒤에서 불어주면 안되나? 꼭 앞에서 분다. 정말 앞에서 미는것 같다. 첨부터 끝까지다.

이른 아침에 나오셨는지 농민분들 대여섯이 참을 드시고 계신다. 고추를 심기위해 비닐을 씌우는 중인 것 같다. 좀 죄송하다. 얼른 지나간다. 모두들 일나간 마을은 개들의 천국이다. 한놈이 짖어대면 곧 온동네 개들이 난리다. 담담히 지나간다. 제발 개목걸이와 사슬이 튼튼하기를 바라면서...

아! 비둘기. 들에사는 비둘기 본적있나? 첨엔 까투리 새낀줄 알았다. 그런데 농민분이 멧비둘기란다. 엥? 저렇게 날씬해? 매일 도시의 피둥피둥 쌀쪄서 기우뚱대던 비둘기만 보다가 날씬한 멧비둘기를 보니 너무 멋지다. 사진 한방? 절대 못찍는다. 너무 빨라 촛점을 잡을 수가 없다.

 

주산면을 지나면서 고통이 점점더 심해진다. 특히나 고통때문에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이번엔 앞무릎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간다. 속도가 기어간다. 2시 겨우 줄포면에 도착한다. 어쪄나?

무리하지 말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 곰소나 갔다오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곰소 젖갈시장. 특히 육자매집 토하젖. 요거 하나면 반찬 필요없다. 늦은 점심먹고 숙소 잡아놓고 버스를 타고 토하젖을 사러 간다.

 

아! "학생은 그 큰 가방 매고 뭐하는 중여?" 곰소갔더니 아주머니가 묻는다. 신세 좋은 대학생 배낭여행 중이냐고 물으신다. ㅎㅎ 학생이란다.

 

 뒤쪽으로 내변산 옥녀봉이 보이다.

 아름다운 유채 밭과 허물어져가는 산이 대조적이다.

 금강 하구둑. 이제 전라도다.

 끊없는 김제 평야. 보리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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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5 19:38 2008/04/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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