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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2 2010을 황소바람속 소백산에서 맞이하다 (1)

2010을 황소바람속 소백산에서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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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다.
암울했던 2009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오로지 부자들만을 위해 모든 정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 그 하이라이트는 12월 31일 밤에 이뤄졌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한나라당 독자로 4대강으로 위장된 대운하 예산이 오히려 정부의 원안보다 1억원이 증액되어 본회의를 통과됐다. 소통을 무시한 이명박정권의 막가파식 정치가 도를 더해간다. 야당의 무능도 빛을 더해간다.

 

암울한 2009년을 보내고 반격의, 희망의 2010년을 맞이하기 위해 신년산행을 기약한다.
황소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 비로봉을 간다. 새벽 2시 모여 출발한다.
오늘의 목표는 어의곡통제소에서 비로봉에 올라 해돋이를 본 후 국망봉을 거쳐  늦은맥이재에서 다시 어의곡 통제소로 내려오는 능선종주였다.
 

부지런한 일행들이 다섯시도 되기 전에 오르기 시작한다. 해돋이가 동해가 7시 30분이면 비로봉은 빨라도 7시 4-50분인데...
헤드렌턴이 말썽이다. 배터리가 다됐나 싶어 갈아보아도 들어오질 않는다. (나중에 안 사실은 배터리가 얼어 기능이 죽었었다) 다행히 보름달이 휘황찬란하게 눈밭에 비춰 랜턴이 없이도 길을 갈 수가 있다.

 

오늘도 팀웍은 생각도 않는 형님이 뒷사람들은 염두에도 없이 저 혼자 기어오른다. 여기에 지기 싫어하는 형님 역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렇게 오르면 두시간이면 오르는데... 그랬다가는 비로봉에서 황소바람 맞으며 죽음인데... 시간조절을 하면서 오르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역정을 낸다. 국망봉에서 보면 된다고 하며 그냥 오른다. 뒤에 형님은 계속 쳐지는데...

 

어쩔수 없다. 내가 페이스를 조절하면 설마 앞에서 기다리겠지 하면서 여유를 갖고 뒤에 형님을 챙겨가며 올라간다.

 

능선에 돌입하기 직전, 일단 멈춰서 뜨거운 물한잔 하며 옷차림을 정비한다. 다행히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모였다. 얼른 고어텍스 자켓을 벗고 우모복으로 갈아 입니다. 지난 태백산에서의 고통을 재연하고 싶지않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이 입는다는 우모복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능선에 오른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바람의 세기로는 한라산 다음으로, 춥기로서는 태백산 야간등반 다음이다. 아이들은 황소바람에 오르기를 포기한다. 성인들도 계단의 밧줄을 잡고 간신히 버티며 비로봉으로 향한다. 살을 에인다는 표현으로는 불가능하다. 비로봉까지 가는 3-400m. 정말 끔찍했다. 뒷사람 생각않고 혼자 올랐던 형님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딱 맞았다. 비로봉에 도착하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서 디카를 꺼내드는데... 먹통이다. 당연하다. 기온이 -18도다. 바람까지 하면 체감온도는 -30도는 되는 것 같다. 당연히 배터리가 얼어 디카는 먹통이다. 이럴때를 대비해 DSLR을 준비해 갔다. 그런데 바람과 추위로 촛점을 잡을 수가 없다. 떠오르는 해에 촛점을 맞추려는 왼손이 거의 마비 상태다. 주변은 온통 새해을 맞는 즐거움과 추위와 바람에 의한 비명으로 가득하다. 아니 너무 추워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울고 있다. 정말 추위와 바람이 장난 아니다. 1월 1일 7시 40분 그자리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죽을 것 같은 고통속에 맘속에 간절히 빈다. "제발 이명박 좀 안 보고 살게 해달라"고...

 

초 스피드로 사진을 찍고 다시 황소바람을 맞으며 피난한다. 국망봉으로 가는 길은 포기다. 함께 간 이들의 차림이 그리 당부를 했건만 얼어죽기 십상이다. 이미 몇몇은 제정신이 아니다. 바람만이라도 피하니 살 것 같다. 이미 우모복을 입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얼어버렸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감촉이 사라졌다. 허벅지는 찢어질 것만 같다. 우모복으로 중무장한 내가 이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정말 사색이다. 뜨거운 물로 몸을 살짝 데우고 아이젠을 하며 하산 채비를 한다.
 

뜨거운 라면으로 몸을 녹일 생각에 가스버너를 꺼내는데... 역시나 먹통이다. 가스가 얼었다. 버너 고장이란다. (집에 돌아와 켜본 결과 버너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포기하고 발걸음을 재촉해 하산길에 오른다. 두시간 여의 하산길... 오로지 빨리 하산하자라는 마음밖에 없다. 온통 따뜻한 해장국만 어른거린다.

 

정말이지 추웠다. 2년전 태백산 해돋이 산행을 한 이후 처음이다. 이리 추운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산행일 거다. 물론 같이 갔던 이들 모두...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뉴스, 우리가 소백산으로 떠나는 그 시간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예정에도 없던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노동관계법을 상정, 통과시켰다는 비보를 들었다. 정말이지 너무 막간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새해을 맞이 한 것 처럼, 올 한해 반격을 준비해야 겠다. 맘 단단히 먹고...

 

 

 2010년 오전 7시 37분. 소백산 비로봉앞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정열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위속에 떨며 일출을 보고 있다.

 

 저 멀리 연화봉까지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추웠다. 차림은 희말라야 가는 차림이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거다. 그 추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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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19:00 2010/01/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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