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돌아보기02] 서산 해미에서 서천 비인까지
4월 18일 (금) 해미 - 홍성 (28.2km)
너무 무리를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역시 건조 김치국으로 아침을 마치고 해미읍을 구경한다. 바로 해미읍성이 있다. 자그마한 읍소재지에 복구된 성곽은 성의가 돋보이며 아직도 복구중이다.
해미읍성은 태종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한참 내륙인데 여기에 쌓을 정도면 왜구의 분탕질이 장난니 아니었던 것 같다. 성곽의 주춧돌이 청주, 충주, 상주, 제천, 공주 등 전국에서 깍아왔다고 한다. 애구 그거 가져올라고 석공들 얼마나 고생했을고... 그렇게 만든 성이 천주교 박해의 일등 공신였다고 한다. 1000여명이 회화 나무에 철사줄에 매달려 죽거나 생매장을 당했다고 한다.
다시 전진이다. 오늘은 발 상태를 봐서 덕산을 거쳐 홍성까지 약 20km다.
상태가 나아진 것 같다(?) 아니다. 두시간쯤 걸으니 다시 새끼 발가락 부위가 장난이 아니다. 12시 한서대라는 곳을 지난다. 이런 대학도 있나? 슬쩍 물어본다. 여기에서 홍성가는 버스 있냐고? 다행이 없단다. 얄팍한 마음을 버리고 새로난 4차선 대로를 벗어나 구길로 들어선다. 정말 이쁘다. 벚꽃에, 진달래에, 개나리에, 막 돗아나는 연두색의 새싹들에, 꾿꾿히 겨울을 이겨낸 진초록의 침엽수까지... 정말 그림이다. 정말....
그것도 잠시 고개를 죽은듯 걷는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냥 죽어라 걷는다. 정말 아무것도 못보고 홍성까지 죽어라 왔다.
여기도 역시 고기는 1인분을 안 판다고 한다. 어쩔수 없이 2인분을 시켜 배터지게 먹는다.
4월 19일(토) 홍성 - 광천 (13.2km)
이틀간 무리를 했다. 몸 한쪽에서는 오늘을 제발 쉬자고 난리가 아니다. 나도 쉬고 싶다. 그런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성배다. 위문을 온다고 한다. 윽... 어쩔수 없다. 걸어야지.
일단 건조식량 좀 챙겨다 달라고, 그리고 중등산화 포기다. 트래킹화와 샌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거리를 계산하고 보령까지는 무리다. 오늘은 짧게 광천까지 12km만 가자.
느즈막히 출발한다. 이놈의 지도 오늘도 오리무중이다 싶었는데 다행히 폴리텍 대학이 보인다. 됐다. 내 위치 확인.
오늘은 성배를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4차선 국도를 강행군한다. 국도를 걸으면 쉴때 시내버스승강장이 최고다. 의자에 떡하니 배낭 놓고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있으면 그 10분은 정말 꿀맛이다. 물론 다시걷기 시작할 때는 그 첫걸음은 지옥이다.
11시 40분 건너편에서 빵빵 댄다. 성배다. 너무 반갑다. 혼자걷기 시작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광청에 차를 대고 택시를 타고 날라온다. 택시비는 딱 7000원 들었다고 한다. 10분도 않걸렸단다. 그런데.... 2시간도 더 남았다. 우씨.
농노를 따라 걷는다. 뭐 그리 할말이 많다고 쫑알쫑알... 애구 사내놈들이.
금방 두시간을 걸었다. 숙소 잡고 오랜만에(?) 차를 탄다. 남당리항에서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었다. 정말 맛있다. 먹어봐라. 근데 너무비싸다. 1kg에 40000원이란다.
유명하다는 광천토굴도 구경하고 돼지갈비 먹으면서 젓갈달래서 먹구. 살것 같다.
고맙다. 친구놈 고생한다고 위문도 와주고...
꼭 완주해야지.
4월 20일(일) 광천 - 보령 (21.4km)
새벽에 성배가 청주로 넘어갔다. 오랜만에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몸이 찌뿌등 하다. 그래도 가야지.
발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가나? 고통이 한층 수그러 들었다. 이건 좀 걸어봐야지 알겠지?
오늘은 보령까지 20km가 좀 않된다. 당분간은 몸을 익히기 위해 무리는 않기로 했다.
어제 봤던 젓갈집은 아무것도 아녔다. 국도변을 진짜 토굴을 갖춘 ‘광천토굴’집이 즐비하다. 들어가 볼까? 에이 아침부터 장사하시는 분들 김새게 구경만 하고 나오는게 부담이다. 그냥 가자.
내내 왼쪽에 ‘서해안 최고봉’이라는 ‘오서산’을 끼고 간다. 790m란다. 이정도면 꽤 높은 산이다. 해안가에서는... 갈대가 일품이라는데 올 가을 꼭 와봐야지.
오늘도 4차선을 벗어나 2차선 국도로 접어든다. 어... 뭔가가 나에게 덤빈다.
엄마야. 뱀이다. 일단 잽싸게 튄다. 5m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서는 카메라를 꺼낸다. 이놈 뭔놈이지? 사진보고 알려주라. 독사가 맞나보다.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10-20cm를 튀면서 대가리를 뻗는다. 혀도 낼름 거리고.... 어 꼬리를 흔든다. 방울뱀인가?
쪽팔리지만 놀란 댓가로 돌 몇 개를 던지며 화풀이를 한다.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근데 저놈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 길가에서 저러고 있지?
그 뒤로는 정말이지 갓길 풀섭에 발도 못들여 놓고 간다. 스틱까지 꺼내든다. 에구.... 어제까지만 해도 아스팔트 열기있다고 일부러 풀섭에서 걸었는데...겁쟁이 용지기
근데 어쩔수 없다. 오늘은 발목없는 트래킹화에다가 반바지 차림이다. 그리고 이런 길에서 혼자가다 물리면 누가 구해주나? 한동안 나무 막대기에도 놀랜다.
어... 고인돌이란다. 근데 고인돌이면 엄청난 역사유적인데 왜 이리 방치된거지? 가치가 없나? 나야 뭐 학자도 아니니 사진 한방 박고, 옆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가림막으로는 딱이다.
드디어 보령이다. 예전에는 대천이라 했지?
“오! 수정” 식당... 벌써 군침이 돈다. 보령시내에서 대천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면 철길 건너기전 오른쪽에 수정식당(041-936-2341)이라고 허름한 식당이 나온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먹어보면 안다. 올 초에 혼자 이거 먹으러 두시간을 달려 먹고 간 적도 있다. 바로 “빈뎅이 조림”이다. 쌈에 밥을 담고 빈뎅이 조림을 국물과 함께 올리고, 양념한 마늘을 통째로 한알 올리고 입이 터져라 집어 넣으면...
얼른 빈뎅이 먹으러 가야지.
4월 21일 (월) 보령 - 비인 (30.9km)
오늘까지 걷고 하루 쉬자. 목표는 서천군 비인면 약 20km이다.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다.
바닷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많이 가본 길이라 생략하고 국도로 관통한다.
윽... 보령시내를 지나자 마자 4차선이 2차선으로 바뀌었다. 우회로도 없는 2차선 국도다. 이런 길 정말 위험하다. 보령 - 서천 교통량은 많은데 2차선이라니... 조심해서 가자.
아니나 다를까 옥서면의 포도농장을 구경하고 가는데... 불과 30cm도 않되게 BCT (시멘트 운송 차량) 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앞만보고 가는데 시내버스를 추월한다고 난 안중에도 없이 지나친 거다. 뒤에서 욕만 죽어라 해댄다. 이 씹XX, 깨XX... 애구 열받아. 이거 백미러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좀 더 가니 풍파에 형체가 거의 없는 미륵상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잽싸게 갖고 있는 포카리스웨트 따라 놓고 빈다. “보살님 제발 사고 없이 이번 여행 마칠 수 있게 해주세요”
오후 1시 용천읍에 도착했다. 여긴 온 동네가 석물공장이다. 석가여래부터, 호랑이, 독수리에 없는게 없다. 요즘은 주된 돈벌이가 납골당인가보다. 진짜 멋진 납골당이 참 많다. 그래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 납골당이면 되지. 땅덩이 얼마나 된다고 온통 묘지 천지냐? 하기야 우리세대 지나면 묘지 쓰라고 해도 후손들이 않 쓸거다.
그나저나 이리 석물이 많으면... 역시나 산들이 반토막이 나있다. 애구... 불쌍한 한국의 허리 잘린 산하들....
주산면을 돌아 비인면까지 가는 길... 저수지 참 많다. 오늘만 3-4개는 본것 같다. 참 이쁜데... 몸이 피곤해 카메라를 꺼낼 수 없다. 애구....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비인면.... 면소재지 답게 여관도 없다. 윽.... 내일까지 쉬어야 하는데 어쩌나? 서천까지 버스타고 나가서 쉬고 모래 아침에 다시 오자. 그리고 걸으면 되지. 뭐 어때 내 맘인데...
홍성 한복판에 위치한 조양문
남당리 항에서 갈매기와 한 컷
누가 요놈 이름 좀 알려주소
고인돌 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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