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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투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9/29 지옥같은 빵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법
  2. 2008/02/25 새해에는 절대 일어나선 않되는 일 (4)

지옥같은 빵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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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은 빵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법

옥살이라는 것. 솔직히 징글징글하다. 인간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살아본 사람은 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교도소라는 곳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폐쇄공간인지 그 안에서 인간대접 받는 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다. 그만큼 정말 사람 피를 말리는 곳이 교도소라는 곳이다.

2004년 말 하이닉스 사내하청지회가 창립되면서 조직부장 이었던 나는 구속을 각오해야만 했다. 아니 어차피 구속될 거 한방 제대로 터뜨리고 들어가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거대자본과의 한판 승부는 자본을 비호하는 경찰과 맞장 뜨는 투쟁으로 이어져 갔고 마침내 2005년 노동절 제대로 붙었다. 일명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불리는 노동절 투쟁은 청주시내 핵심 관통대로에서 미친 공권력에 맞서 주유소를 배수진 삼아 쇠파이프로 무장한 노동자군대가 10시간 가까이 야간 혈투를 벌였다. 이 투쟁으로 미친 공권력에 의해 수십 명의 동지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야 했고, 대오를 지키기 위해 나는 신나를 몸에 붓고 투쟁을 이어나가야 했다. 이 투쟁으로 즉각 수배되고 구속이 됐다.

어차피 각오한 빵살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소위 빵투쟁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갑갑한 상황 속에서 일단 ‘무식이 최고의 무기다’라고 믿고 그냥 밀어붙였다. 뭘 요구해야 할지 정하지도 않고 일단 소장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을 들어갔다. 역시 단순한 게 최고 였다. 단식 열흘 만에 보안과장을 만났다. 요구사항은 별로 없었다. “그냥 건드리지 마라” 였다.
그랬더니 정말 건드리지 않았다. 위는 다 해결이 되었는데 아래는 또 그게 아니었다. 요놈의 행형법이란게 정말 웃긴다. 규정을 내리려면 제대로 내려놓던지 운동시간은 1시간 이내, 면회시간은 30분이내.. 이딴 식이다. 그러다 보니 교도소에서는 자신들 편의에 따라 운동 30분, 면회시간 10분, 이런 식이다. 역시 무식이 최고다. 그냥 시간이 지나도 운동한다. 면회한다. 그러면 짬밥이 되는 부장급 교도관들은 슬쩍 모른 척 하는데 요놈의 담당급 교도관이 문제다. 젊은 혈기에 덤벼들면 멱살잡이까지 간다. 그러면 관구계장은 ‘징벌’ 운운하며 협박을 한다. 요기서 밀리면 끝이다. 그냥 들이박고 맘대로 하라고 들이댄다. 십중팔구는 꼬리 내린다. 그러면 내 운동시간과 면회시간은 내가 하기 싫을 때까지 한다.
그리고 행형법이란게 교도관은 “평어”를 쓰도록 되어있단다. 평어? 참 힘든 단어다. 간단하다. 내가 들어서 불쾌하면 그건 평어가 아니다. 그런데 교도관들 요걸 핑계 삼아 반말에 심하면 욕지거리다. 똑같이 하면 된다. 반말 쓰면 나도 반말하면 되고, 존댓말 쓰면 나도 존댓말 쓰면 된다. 그럼 딱 두 마디 하고 나면 존댓말을 쓰게 된다. 요런게 몇 차례 되면 서서히 교도소 내에 소문이 퍼진다. “공안수 한놈 있는데 건드리지 마라. 엿되는 수가 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는 ‘소장-보안과장-김용직’이라는 소위 교도소 내 넘버 쓰리가 되었다. ㅎㅎ
싸움의 기술?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라. 必死卽生
아! 밖에 있는 동지들. 가끔 안의 빵투쟁 소식 접하면 슬쩍 집회신고서 한장 던져놓으면 더 편하다.

1년 6개월의 빵살이. 힘든 때도 있었다. 항소심때 그냥 실형 살거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사는데 접견온 변호사가 집행유예로 나갈 수도 있다는 한마디를 던졌다. 쓸데 없는 기대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나갈 수 있다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조급해지고, 그러다 막상 실형이 떨어지니 정말 절망 속에 떨어져 버렸다. 그때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었다.

빵살이 정말 중요한 수칙. 빨리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일찌감치 버려라. 그리고 넉넉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우리 같은 사람들. 어차피 각오하고 싸우는 거니까, 내가 투쟁한 만큼 형량이 떨어지는 거니까, 제대로 싸웠다 싶으면 ‘아! 1년 6개월 (검찰이 거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으로 건다. 이게 최하형이다)이구나’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그게 편하다. 그러다 중간에 나오면 좋구.

틈틈이 동지들과 교류도 열심히 해라. 지금은 밖에 나와 열심히 투쟁하는 삼성일반노조의 김성환 동지와 유성기업의 엄기준 동지 등. 빵살이 하면서 같이 편지도 주고받고, 같이 투쟁 시기 시기 동조 단식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줄줄 흘러간다.

빵살이 수칙 또 하나.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빵살이가 헛된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으니 스스로 철의 규율로 살아야 한다. 내 경우 시간표 딱 짜놓고 치열하게 살았다. 기상과 더불어 한시간 요가하고, 아침 먹고 신문보고, 한시간 동안 달리기 하고, 한시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 하고, 점심 먹고는 컴퓨터 배우러 가고, 돌아와서 공부하고, 저녁 먹고 TV시청 후 한시간 공부하고 취침. 뭐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물론 나만 이리 산건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 노동쪽 공안수들은 치열하게 운동하고 공부한다. 1년 6개월이면 배에 王자는 새겨 나온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수칙. 넉넉하게 즐기며 살아야 한다.
담배 끊지, 술 끊지. 주기적으로 단식해서 몸의 노폐물 빼내지, 나오는 음식은 나름 웰빙식으로 보리밥에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건강은 끝내주게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밖에서 1년에 한권 읽을까 말까한 책을 일주일에 두권 이상은 읽을 수 있지, 정기적인 운동으로 몸짱되지. 컴퓨터도 가르쳐 주니 컴도사 되지. 이렇게 맘 편히 살아야 한다.
아. 그리고 옥담 밑에 텃밭도 가꿔보면 좋다. 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 청양고추 등등 가꾸는 재미도 있고, 수확물이 나오면 사동의 다른 수용자들 나눠먹으며 인심 써서 좋다.

빵살이 정말 지긋지긋 하다. 그렇지만 나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나마 살만해 진다. 단. 투쟁한 만큼만 그 댓가가 다가온다. 제대로 싸우면서 즐겁게 넉넉하게 어쩔 수 없는 빵살이 즐기며 살자.
빵생활 노하우 배울 동지 있으면 연락주시기 바란다. 정리된 노하우 E-mail로 전수해 줄 수 있다. 요거 가지고 많은 동지들이 나처럼 좌충우돌 헤메지 않고 초반부터 빵살이 편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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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17:17 2008/09/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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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절대 일어나선 않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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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옥살이라는 것.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이나 고통이다.
안에 있어봤으니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 한번 이야기 해봐야겠다. 사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밖에서 걱정할까봐, 약해보이기 싫어서, 당당해 보이기 위해서, 다들 “뭐 휴양하는 셈 치지” 이러며 밖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실상은 나가고 싶은 맘이 굴뚝이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공안(양심)수라며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교정당국과 거의 매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위 빵투쟁을 벌여나간다. 사실 그 안은 나 빼놓고는 다들 적이라고 보면 되니까 말이다. 교도관들의 경우 한순간이라도 꺾이면 계속 꺾으려고 하는 게 본성이기 때문이다. 소장이나 보안과장이 바뀔 때면 꼭 한판 붙기 마련이다. 뭐 결과는 뻔히 우리들의 승리지만... 피 말리는 기싸움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넓혀나가는 게 그 동네의 생리다. 남들은 뭐라 할지 모르지만 이런 투쟁을 통해 타 제소자 보다 많은 권리를 누리는 게 사실이다. 교도관들이 나를 부를 때 ‘넘버 쓰리’라 불렀다. 소장, 보안과장 다음으로 김용직이라고...

빵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교도관들과 제소자들과의 기싸움. 그리고 8.15라든지 한두 달 빨리 내보내 주는 가석방 제도하의 유혹...
참 재수 지지리도 복 없는 빵살이를 했다. 남들은 8.15 때 남은 형기 절반을 감형 받고, 한 달 가석방을 먹어 7개월을 빨리 나왔느니, 12. 25 성탄특사로 3개월을 빨리 나왔느니 하지만 난 꼬박 1년 6개월 만땅을 다 채우고 나왔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땅을 채운 이유가 있다. 뭐 언론이란 놈들 다 그렇지만 우리 투쟁에 온통 깽판을 부리는데... 이런 건 다 참고, 아니 오히려 제소자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하면 되는데, 안되는 게 있다. 바로 노동조합 간부들의 비리다.

나 역시 그 놈의 한 달 정도 더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가석방 심사란 걸 받았다. 청주보호관찰소에서 나왔다는 놈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덜컥 물어본다. “민주노총 간부들의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 “많이 올라서 130-140만원 정도는 될 걸요” “그거 받아서 생활이 되요?” 하며 걱정을 해 준다.
그러더니... “아! 민주노총 간부들은 뇌물 받지!”

강승규 사건이다. 아킬레스건을 찔렸다. 가석방을 위해서라면 꾹 참아야 하는데, 이 놈의 성질머리가... “이런 씨×놈이. 뭐라고 야 이 개×끼야. 너 뒤질래?” 하여간 그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가석방 심사는 중단되고 사방에서 몰려와 말린다. 그러면서 지들끼리 하는 말. “쓰벌 담당한테 미리 좀 알려주지. 왜 벌집을 쑤시고 지랄이야.”

이래서 한바탕 뒤집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려 소장실로 쳐들어갔다. 소장한테 사과 받으려 하니 소장은 “우리 청주교도소 직원이 아니라서... 청주보호관찰소 직원이라 어렵네요” 결국 재심사에 타협하고 그 놈을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당연히 재심사는 뻔 한 결과였다. 내가 가석방 미끄러졌는데 교도관들이 더 분개한다. 청주보호관찰소 그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위로를 해준다.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하여간 나뿐만이 아니라 감옥에 있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런 사건 한번 터질 때면 쥐구멍을 찾고 싶다. 뭐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그런 유혹에 늘상 시달릴 꺼다. 그것도 잘 나가는 노조간부라면 그런 유혹 한두 번 안 당해 봤겠나? 그렇지만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버틴다.

김용철 변호사가 이야기했단다.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남긴 말이다. “공무원 놈들 아홉에 한 놈은 뇌물 줘도 안 받는다. 여덟 놈은 주면 덥석 받는다. 한 놈은 왜 안 주냐고 지랄을 한다. 돈이면 다 된다”고…….

우리 노조 간부들은 “열에 아홉은 주면 그 자리에서 돈 준 놈 죽이려 한다. 그런데 꼭 한 놈은 슬쩍 받아 쳐 먹는다.” 우리 자신이 계속 교육이든 뭐든 통해 ‘받으면 죽일 놈’이란 걸 세뇌시켜야 한다.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절대 그런 놈 용서해 주면 안 된다. 노동자 전체를 팔아먹은 놈이다. 이런 놈들 인정과 과거를 내세우며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민주노총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인간이다. 강승규는 2005년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부터 8천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1년 실형과 추징금 7천800만원을 선고받았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민주노총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사건에 항의하며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을 떠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돈 받아 처먹고 택시노동자들을 사납금 구렁에 몰아넣은 그 강승규는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택시살리기 전국연대”라는 걸 만들어서 자신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개인택시를 대표한 김남배 전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 법인 택시를 대표해서 구수영 민주택시노조 위원장, 이용시민을 대표해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4인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한통속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민주택시노조의 노동자들은 이들과 함께 해서는 안 된다. 택시 노동자들을 팔아먹은 놈을 다시 동지로 인정한다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 택시노동자 등쳐먹을 놈에게 말이다.

말 참 많았다. 몇 마디면 될 걸 가지고...
절대 돈 받아 쳐 먹지 말자. 그 돈 먹고 잘 된 놈 하나도 못 봤다. 그리고 절대 용서하지 말자. 한번 받아 먹은 놈은 다음에도 꼭 또 받아 먹는다. 절대 잊지 말자. 새해에는 절대로 이런 일을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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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20:58 2008/02/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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