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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5 새해에는 절대 일어나선 않되는 일 (4)

새해에는 절대 일어나선 않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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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옥살이라는 것.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이나 고통이다.
안에 있어봤으니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 한번 이야기 해봐야겠다. 사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밖에서 걱정할까봐, 약해보이기 싫어서, 당당해 보이기 위해서, 다들 “뭐 휴양하는 셈 치지” 이러며 밖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실상은 나가고 싶은 맘이 굴뚝이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공안(양심)수라며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교정당국과 거의 매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위 빵투쟁을 벌여나간다. 사실 그 안은 나 빼놓고는 다들 적이라고 보면 되니까 말이다. 교도관들의 경우 한순간이라도 꺾이면 계속 꺾으려고 하는 게 본성이기 때문이다. 소장이나 보안과장이 바뀔 때면 꼭 한판 붙기 마련이다. 뭐 결과는 뻔히 우리들의 승리지만... 피 말리는 기싸움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넓혀나가는 게 그 동네의 생리다. 남들은 뭐라 할지 모르지만 이런 투쟁을 통해 타 제소자 보다 많은 권리를 누리는 게 사실이다. 교도관들이 나를 부를 때 ‘넘버 쓰리’라 불렀다. 소장, 보안과장 다음으로 김용직이라고...

빵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교도관들과 제소자들과의 기싸움. 그리고 8.15라든지 한두 달 빨리 내보내 주는 가석방 제도하의 유혹...
참 재수 지지리도 복 없는 빵살이를 했다. 남들은 8.15 때 남은 형기 절반을 감형 받고, 한 달 가석방을 먹어 7개월을 빨리 나왔느니, 12. 25 성탄특사로 3개월을 빨리 나왔느니 하지만 난 꼬박 1년 6개월 만땅을 다 채우고 나왔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땅을 채운 이유가 있다. 뭐 언론이란 놈들 다 그렇지만 우리 투쟁에 온통 깽판을 부리는데... 이런 건 다 참고, 아니 오히려 제소자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하면 되는데, 안되는 게 있다. 바로 노동조합 간부들의 비리다.

나 역시 그 놈의 한 달 정도 더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가석방 심사란 걸 받았다. 청주보호관찰소에서 나왔다는 놈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덜컥 물어본다. “민주노총 간부들의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 “많이 올라서 130-140만원 정도는 될 걸요” “그거 받아서 생활이 되요?” 하며 걱정을 해 준다.
그러더니... “아! 민주노총 간부들은 뇌물 받지!”

강승규 사건이다. 아킬레스건을 찔렸다. 가석방을 위해서라면 꾹 참아야 하는데, 이 놈의 성질머리가... “이런 씨×놈이. 뭐라고 야 이 개×끼야. 너 뒤질래?” 하여간 그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가석방 심사는 중단되고 사방에서 몰려와 말린다. 그러면서 지들끼리 하는 말. “쓰벌 담당한테 미리 좀 알려주지. 왜 벌집을 쑤시고 지랄이야.”

이래서 한바탕 뒤집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려 소장실로 쳐들어갔다. 소장한테 사과 받으려 하니 소장은 “우리 청주교도소 직원이 아니라서... 청주보호관찰소 직원이라 어렵네요” 결국 재심사에 타협하고 그 놈을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당연히 재심사는 뻔 한 결과였다. 내가 가석방 미끄러졌는데 교도관들이 더 분개한다. 청주보호관찰소 그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위로를 해준다.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하여간 나뿐만이 아니라 감옥에 있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런 사건 한번 터질 때면 쥐구멍을 찾고 싶다. 뭐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그런 유혹에 늘상 시달릴 꺼다. 그것도 잘 나가는 노조간부라면 그런 유혹 한두 번 안 당해 봤겠나? 그렇지만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버틴다.

김용철 변호사가 이야기했단다.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남긴 말이다. “공무원 놈들 아홉에 한 놈은 뇌물 줘도 안 받는다. 여덟 놈은 주면 덥석 받는다. 한 놈은 왜 안 주냐고 지랄을 한다. 돈이면 다 된다”고…….

우리 노조 간부들은 “열에 아홉은 주면 그 자리에서 돈 준 놈 죽이려 한다. 그런데 꼭 한 놈은 슬쩍 받아 쳐 먹는다.” 우리 자신이 계속 교육이든 뭐든 통해 ‘받으면 죽일 놈’이란 걸 세뇌시켜야 한다.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절대 그런 놈 용서해 주면 안 된다. 노동자 전체를 팔아먹은 놈이다. 이런 놈들 인정과 과거를 내세우며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민주노총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인간이다. 강승규는 2005년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부터 8천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1년 실형과 추징금 7천800만원을 선고받았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민주노총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사건에 항의하며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을 떠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돈 받아 처먹고 택시노동자들을 사납금 구렁에 몰아넣은 그 강승규는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택시살리기 전국연대”라는 걸 만들어서 자신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개인택시를 대표한 김남배 전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 법인 택시를 대표해서 구수영 민주택시노조 위원장, 이용시민을 대표해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4인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한통속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민주택시노조의 노동자들은 이들과 함께 해서는 안 된다. 택시 노동자들을 팔아먹은 놈을 다시 동지로 인정한다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 택시노동자 등쳐먹을 놈에게 말이다.

말 참 많았다. 몇 마디면 될 걸 가지고...
절대 돈 받아 쳐 먹지 말자. 그 돈 먹고 잘 된 놈 하나도 못 봤다. 그리고 절대 용서하지 말자. 한번 받아 먹은 놈은 다음에도 꼭 또 받아 먹는다. 절대 잊지 말자. 새해에는 절대로 이런 일을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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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20:58 2008/02/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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