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돌아보기06] 영암 독천에서 해남 땅끝까지
5월 3일 (토) 영암 독천리에서 해남읍까지 (28.8km)
아침부터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있냐고 묻는다. 영암이라니까 왜 거기인지 묻지도 않고 자기는 어제 서울 갔다왔다고 한다. '광우병 미국소 수입 반대' 촛불시위 갔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넌 뭐하냐고 지랄이다. 우씨...
미국소 수입... 미친짓이지 뭐. 그런데 들어오면 안먹으면 된단다. 그래? 그런데 말이다. 소꼬리, 갈비로 만드는 모든 육수가 들어간 것들 다 못먹는다. 믿을 수가 없으니 수입고기는 물론 곰탕이니 갈비탕이니 까지 몽땅 다 못먹는다. 나 곰탕이면 환장하는데 큰일이다. 그렇지. 명바기나 그 똘마니들은 정말 한우만 쳐 드실테니 걱정 않을 것이고, 교통사고 보다 확율이 낮은 미국소 광우병 확율게임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보면 되지. 확율이 얼마나 나올까 나도 궁금하네.
택시기사에 물어 길을 찾는다. 간다. 오늘도 역시 2차선 지방도다. 아침 참 상쾌하게 간다. 날씨 끝내준다. 그런데 오늘도 30도 안팎이란다. 큰일이다. 벌써 허리와 발목 등엔 땀띠가 발생하고 있는데...
열심히 가고 있는데 개새끼가 짖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이놈 덩치도 큰놈인데 세상에 줄이 없다. 큰일이다. 잽싸게 배낭을 풀고 스틱을 꺼낸다. 그리고 고글도 벗고 맨눈으로 째려본다. 이놈 주춤 주춤한다. 스틱 꽉 쥐고 째려보면서 지난다. 이놈 10여미터를 쫓아오면서 짖는다. 스틱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제 뉴스가 떠오른다. 광주전남 뉴스인데 밭농사 나갔던 농민들이 뱀에 물리는 사고가 연속이란다. 벌써 살아 움직이는 놈 2마리, 깔려 죽은 놈 3마리를 봤다. 그냥 스틱 집고 가자. 뱀퇴치용으로... 절대 개새끼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늘도 덤프들이 장난아니게 많다. 터득한 비법. 약 20m 전방에서 시야에 들어오면 슬쩍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럼 이분들 같이 호응해서 손흔들어 주며 널찍이 물러나 지나간다. 흐흐...
지방도를 벗어나 농로로 들어간다. 약 1-2km 돌아가지만 좋다. 세시간 정도 가는데 차가 10대도 안지나간다. 어제 좀 무리를 해서 삼호가 아닌 독천까지 8km정도를 앞질러 놨으니 시간은 널널하다. 았싸 뒤로도 걷고 게걸음으로 옆으로도 걷고, 그러다 3-4km 정도 가면 이 농로길은 정자를 하나씩 만들어 놓았다. 푹 쉰다. 양말까지 벗고... 좋다. 그런데 오늘은 운대가 않맞는다. 2개 면소재지를 지나치는데 농번기라서 그런지 모두 닫혀있다.
쭈쭈바 한번 못사먹는다. 그런데 너무 덥다. 물 1L가 어느새 떨어졌다. 죽을 지경이다. 덥기도 덥고 지친다.
이럴때가 제일 죽음이다. 첫날부터 매일 같이 그래왔다. 오전에는 속도가 팍팍 붙는다. 점심 때우고 2시만 넘어서면 '내가 왜 이지랄을 하고 있나?' '에이 보는 놈들도 없는데...' 미치겠다. 그런 갈등은 도보여행을 해본 사람만 안다. 산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왜? 산은 올라갔으면 내발로 내려와야 하니까. 그런데 도보 여행은 그게 아니다. 바로 옆으로 나를 날러줄 차가 생생 다닌다. 시내버스부터 나같은 경우 단련된 종아리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차를 세워줄테니까... ^^
그러면 일단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려 본다. 차가 빨리와줘야 하는데 재수가 없어서 잘 않온다. 그럼 10분 쉬다가 '에이 그래도 존심이 있지. 그냥 가자' 다시 맘을 먹고 간다.
오늘같은 경우는 더 하다. 물은 떨어졌지 눈앞의 슈퍼는 두군데나 다 닫았지. 세시간을 그냥 걸어봐라. 미친다. 옥천면이란다.다행히 여기는 문을 열었다. 유혹을 뿌리치고 포카리 스웨트 1.5L 한병에 쭈쭈바 하나 먹고 힘낸다. 그래 가자. 얼마 안남았다. 그런데 옛 지방도가 산을 넘어야 한다. 약 4km 1시간 거리인데... 미치겠다.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산책길로는 최고로 이쁜길인데 몸이 지치니 도저히 꽝이다. 어거지로 간다. 언덕을 넘으니 바로 앞에 드디어 해남읍이다. 근데 발은 나가질 않는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플랑카드가 쓰여있다.
"연등축제"란다. 5시에... 씻지도 못하고 피로에 죽을 맛인 발한테 미안하지만 사진기 들고 나선다. 애구...
5월 4일 (일) 해남읍에서 해남군 송지면 금강리까지 (24.5km)
아침에 친구놈에게 전화가 왔다. 위문온단다. ^^
부지런히 걷자. 위문도 온다고 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때 비가 약간 온다고 한다. 어거지로 4차선 국도를 탄다. 줄기차게 가는데 너무 시끄럽다. 도저히 못참겠다.
2차선 국도로 내려와 화산면쪽으로 향한다. 한적하니 좋다. 좀 돌더라도 이런 길이 좋다. 적당히 구름낀 날씨에 바람까지 산들산들 불어주는 정말 걷기 좋은 날이다. 그런데... 지도를 다시보니 이런 국도가 이어지는 길이 농로다. 찾아오기 영 힘들 것 같다. 에이 화산면에서 현산면쪽으로 다시 4차선 국도를 타러가자. 30분을 괜히 허비 했다. 2차선으로 줄어든다.
그러더니 완도로 빠지는 초호 3거리부터는 최악이다. 갓길은 거의 없는데 차는 연휴라고 장난이 아니게 많다. 관광버스는 정말 싫다. 위태위태한 길을 가고 있다.
만리포에서 내려오는 동안 읍 소재지에는 꼭 있는게 있다. 창고 대방출 K2 salaman 일명 짝퉁 '케이투' 판매 광고다. 징그럽게도 태안에서 부터 이곳 해남까지 따라온다. 규제가 안되나?
마을이름이 금강리 란다. 초입에 두부부가 신농민상을 받았다고 축하 플랑카드가 펼쳐져 있다. 에이... 요즘같이 미국소 수입개방에 FTA까지 몰려오는데 신농민상은 무슨...
그런데 날이 한층 어두워진다. 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뭐 비올것 대비해놨으니 걱정은 크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어? 일기예보에는 잠깐 내리다 만다 했는데... 일단 피신이다. 다행히 농협 창고 옆에 정자가 있다. 긴급히 피신했다.
곧바로 알아 맞추기라도 한 듯 친구놈한테 전화가 왔다. 초호 3거리를 지났다고 한다. 엥~~ 다왔네. 그래도 걸어서 1시간 인데... 10분도 안되서 후배하고 같이 왔다.
어쩔거냔다. 음... 이 비를 맞으며 가는 것은 그런데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처럼 차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는 무리 일 것 같다. 차 시야가 불안해서 안되겠다. 탈출이다.
진도 바닷길 축제 한다고 가보잔다. 어디나 있는 뻔한 먹거리 장터. 그런데 비가 장난이 아니다. 숙소를 정하려는데 엥 모든 숙소가 꽉찼단다. 우씨 어차피 비가 와서 전야제도 못볼텐데 다시 완도 장보고 축제로 가보잔다. 그래 가자. 내발로 가나? 차가 가지. 여기도 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간신히 구한 방은 3명이 자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았지만 어쩔수 없다. 방잡고 삼합을 먹었다. '소고기+전복+키조개' 정말 끝내준다.
5월 5일 (월) 해남 금강리에서 땅끝까지 (20.4km)
새벽같이 일어나 같이 아침을 먹고 올려보냈다. 다시 금강리다. 오늘은 정말 널널하다. 어제 약 10km를 남겨뒀으니 어쩔수 없이 땅끝에서 멈춰야 한다. 약 4-5시간 거리인데 다음 목적지는 5-6시간 더 가야 한다. 무리다. 정말 널널하게 가자. 잽싸게 또다시 번호도 없는 2차선 지방도로 내려선다.
아 여기서 도로 Tip. 국도와 지방도 등 왠만큼 큰 도로는 모두 도로의 고유번호가 있다. 1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이르는 국도로 물론 판문점에서 끊긴다. 2번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부산광역시 중구에 이르는 국도, 3번 국도는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에서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에 이르는 국도, 4번 국도는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에서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에 이르는 국도다. 즉 종단은 홀수로, 횡단은 짝수로 도로의 번호를 매긴다. 유심히 살펴봐라.
바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히 등뒤에서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자니 너무 좋다. 비가 개인 하늘은 맑다못해 시릴정도다. 보리밭이 파도처럼 너울 댄다. 정말이지 끝내준다. 어 제비다. 강남갔던 놈들이 돌아왔나보다. 올들어 첨보는 제비다. 이놈들 사진 한번 찍으려니 불가능하다. 너무 빠르다.
송지면. 다시 큰길로 나왔다. 오늘은 그래도 갓길이 좀 있다. 다행이다.
'전망이 좋은 길'이란다. 쉬었다 가자. 양말까지 벗고 푹쉬고 출발, 30분정도를 걷다가 지도를 보려는데, 아뿔사 지도를 쉬었던 곳에 놓고 왔다. 빽을 해야 하나? 에이 불가능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가자. 좀 갑갑하지만 길 옆의 표지를 보고 가자. 송호 해수욕장이다. 다 왔단다. 2km만 가면 된단다. 빡센 언덕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바로 땅끝마을이다. 1시다. 그대로 초코바 하나 먹고 땅끝 탑을 보러간다. 사람들 참 많다. 여기가 최남단이란다. 뭐 섬으로 보면 제주도 밑 마라도, 이어도가 있지만 육지로서는 최고 남단이라니... 대견하다. 걷기 시작한지 약 17일 만이다. 뭐 앞으로가 더 힘들까? 가보면 알겠지. 일찍 숙소를 잡고 쉰다. 이제는 근력도 붙고 했으니 계속 간다. 쉼없이...
요기가 땅끝이란다. 국토 최 남 단
해남 초의 축제와 연등행렬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내 발
보리밭이 물결친다.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길도
땅끝 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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