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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4] 부안 줄포에서 고창 무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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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토) 부안 줄포에서 고창 선운사까지 (24.8km)

잠을 거의 못잤다. 줄포면에서 젤 그럴 듯한 여관에서 잤는데.... 바로 옆이 창고였던 것 같다. 지붕이 양철로 된... 10시에 잠들었다가 11시 반쯤 난리통에 깼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옆 양철지붕에선 정말 끝내 준다. 빗소리는 탬버린 저리가라고, 바람에 양철지붕이 날아갈 듯 난리다. 잠시 잦아지더니 웬걸 3시 넘어서 다시 불어온다. 잠자는 걸 포기해야 했다. 미치겠다. 잠이 보약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오늘의 목표는 선운사. 그 유명한 복분자의 고장. 관광지에 주말이라... 영 개운치 않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10‘c 안팎이다. 체감온도는 강풍에 더 떨어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맞바람에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이른 아침 두분의 부부가 고추밭에 비닐을 씌우고 계신다.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인삼밭과 마늘밭이 지천이다.

어디보자. 국도는 너무 돌아간다. 내친김에 농로로 질러 가보자. 새벽에 내린 비로 질퍽질퍽 장난이 아니다. 신발이 두배가 됐다. 그덕에 정말 많이 점프했다. 무포란 동네에 이르니 희안한 비석이다. 동학군 진군로를 표시하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동학혁명 축제를 한다고 한다. 동학?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서구 자본주의 혁명의 천부인권 사상과 같은 맥락. 아니 고것 보다 좀더 나가 만민평등, 공동생산, 공동 분배의 혁명사상 아니던가?

 

며칠전 끝난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재미있게 본적있다.

서얼제도를 타파하고, 나아가 신분제를 넘어설 수 있는 왕을 홍길동과 민중의 힘으로 세운다는... 그러나 그 왕은 끝내 양반의 편으로 돌아서 홍길동과 민중의 뒤통수를 치는... 딱 김대중 노무현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홍길동은 죽었나요?”라는 질문에 도사는 “홍길동은 어느시대나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며 끝을 맺는다.

동학, 망이망소이의 난 등 수 많았던 천민들의 난, 서구의 스파르타쿠스의 노예반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 까지.... 그리고 현재도 수많은 홍길동이 같은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농로를 걷다보내 동이면 이란다. 여기부터 첨보는 작물이 줄줄이 심어져 있다. 어 뭐지? 버스를 기다리는 두 노부부에게 물어본다. 복분자나무란다. 아! 고창이다.

머리위로 솟은 내 배낭을 보며 매일 마주치는 질문. 뭐하는 중이냐? 어디까지 가냐? 나이는? 결혼은? 그 나이에 여자나 구하지 왜 그러구 다니냐고?

“더 나이 먹으면, 장가가면 도저히 이짓 못하니까 지금한다” 이게 답이다.

 

또 뱀이다. 혹 도보 여행할 사람 있으면 시골길은 갓길 수풀 주의깊게 보면서 가라. 재수 없으면 뱀에 물리는 수가 있다. 며칠전 본 뱀이 쇠살무사란다. 이름있는 독사란다. 물리면 그날로 객사한단다.

송현면을 지나는데 담벼락이 온통 꽃이다. 어... 자동차였으면 그냥 지나갈 길이다. 국화꽃과 자상한 아주머니들이, 어 지붕에도... 온통 그림이다. 누군지 참 잘 그렸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가 써있다. 이동네가 서정주 집이 있는 곳인가 보다.

좀더 걸으니 미당시문학관이 눈에 들어온다. 미당 서정주.

친일파로 돌아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일제의 총알받이로, 가미가제로 내몬 이가 서정주다. 그런데 그런 이를 기리는 문학관이 있다? 기가 막히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고 유학다니고 하면서 해방이후에도 기득권층에 머물러있고,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천대받고 일제에 탄압받으며 못먹고 못배우고, 해방이후에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천민으로 내몰렸다. 이게 우리나라의 역사다.

 

선운면이다. 다리를 건너는데 이거 강바닥이 온통 뻘밭이다. 신기하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귀찮다. 엥. 여기가 풍천장어의 고장이란다. 좋은 뻘에서 자란 풍천장어. 복분자주와 한첨으로 오늘의 피로를 푼다. 정말이지 신선도 안부럽다. 그런데 걱정이다. 둘중 하나만 먹어도 요강의 나프탈렌이 쓰리쿠션으로 돈다는데.... 두가지를 모두 먹었으니 오늘 저녁 변기가 걱정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민박집이 꽉 찼다. 주말이라서 그렇단다. 호텔이 있는데 그 가격이 장난아니다. 에구 고창으로 후퇴하고 낼 다시 오자.

 


4월 27일(일) 선운산에서 무장까지 (24.4km)

어제 고창에 올땐 정확히 26분이 걸렸다. 그런데 오늘은 12분 걸렸다. 이 버스기사 아저씨 정말 무섭게 몬다. 사차선 도로는 140km까지 쏜다. 이차선 도로도 80-100km다. 괜히 앞자리 앉았다. 바짝 쫄아서 왔다.

오늘은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안그러면 뺑돌아 네다섯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또다시 눈앞에 입산통제 플랑카드가 보인다. 이런 제길. 우짜냐? 그냥 초입에서 돌아가? 아님 그냥 Go? 일단 왔으니 선운사는 구경하고 보자.

 

선운사. 솔직히 실망이다. 백제때 3000여명이 수도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별로다. 그리 크지도 않고... 사람들이 뭘 보고 있다. 뭔데? 송악? 저게 뭔데? 엥 내륙에 있는 송악 나무중 젤 크단다. 둘레가 80cm고 높이가 15m란다. 아. 가운데 있는 줄기 같은게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크긴 크다.

일요일이라고 산행을 즐기러 온사람들 정말 많다. 사람들 틈에서 일단 가보자. 완만한 산책로다. 마애불과 천마봉 삼거리. 본격적 산행이다. 314m의 동네산으로 봤는데.... 오를 수록 그게 아니다.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천마봉에 오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호남 내금강이란말이 과하지 않다. 마치 도명산을 온 것 같다. 정말 이쁘다. 코스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니 눈요기하는 산으로는 정말 좋을 것 같다. 일단 허용된 탐방로는 여기까지다.

내려오는 팀이있다. 슬쩍 물어본다. 위에 산림감시원 있냐고? 없단다. ㅎㅎ

어디서 오늘 길이냐고? 해리에서 올라 온거란다. 어. 내가 갈길이다. 다시한번 묻는다. 산림감시원 없냐고? 정말 없단다. 해리길은? 청룡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돌면 된단다. 정말 감사합니다. 50만원의 악몽에 꼬리가 살살 내려가지만 없다니 간다. 낙조대를 넘으니 사람들이 없다. 혼자 간다. 이길 맞겠지? 한팀이 올라온다. 다시 물어본다. 산림감시원 없죠? 해리가는길 맞죠? 이런 소심한 인간.... 이후 두팀 정도가 올라왔다. 확실히 50만원 먹을 일은 없다는 확증이 드는 순간 발길이 훨훨 난다. 청룡산 정산. 정말 이쁜산이다. 담에 꼭 한번 종주해봐야 겠다.

 

해리로 내려오는 길... 금방이다. 어. 발이 하나도 안아프다. 산길이 이래서 좋다. 해리에서 무장가는 길. 발이 다시 아파온다. 우씨... 다시 산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무장으로 향하는데 이게 웬 난리냐? 쉬었다가 배낭을 다시 매는데 어깨끈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고리가 뚝하면서 부러졌다. 어... 이거 심각한 부상이다. 일단은 다른 고리에 어거지로 묶어서 매본다. 그럭저럭 된 것 같다? 아니다. 제길 동여맨 부위가 달라 고리 한쪽이 계속 갈비를 찔러댄다. 아프다. 어쩌지? 이제 1/5 왔는데... 철수다. 청주로 돌아가 A/S 맡기로 다른 배낭으로 바꿔오자. 무장에 도착하니 동학혁명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시간 낭비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청주로 가자. 내일 다시 도착할 수 있게...

 

 동학농민군이 진군했던 그 길

 고창은 텃밭처럼 복분자를 기르고 있다.

 동네가 온통 꽃밭이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주. 양이 참 많다. 3명이면 2인분만 시켜도 될 것 같다. 

 사계절 푸른 덩굴식물로 드룹나무과에 속한다. 가운데 줄기가 아니라 뿌리란다.

 선운산의 기암괴석들

 참 이쁘다. 선운산 도솔산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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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8 11:32 2008/04/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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