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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5] 고창 무장에서 영암 독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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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화) 고창 무장에서 영광읍까지 (25.3km)

청주에서 배낭을 A/S 맡기고 예전에 쓰던 배낭으로 교체해서 내려왔다. 그런데 차이가 너무난다. 이거 도통 몸에 맡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거 매고 작년 여름 지리산을 뛰어다녔는데... 간사한게 인간이라고 좋은 것 써보니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다.
배낭... 등산장비는 하여간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한다. 당일치기 산행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겨울산행이나 장기 산행은 장비가 30%이상은 차지 하는 것 같다.

 

출발지인 무장읍이다. 무장읍성은 해미읍성과 비교해서 정말이지 너무 성의가 없다. 달랑 읍성정문과 10여미터 담장 그리고 건물 한채가 전부다. 그런데 어제까지 여기서 동학형명 기념 문화제가 있었단다. 아깝다. 배낭만 아녔어도...

오늘의 목표는 전남 영광이다. 11시 30분 드디어 전라남도다. 여기도 조류AI 때문에 난리다. 방역을 하고 있던 공무원이 불러세운다. 커피라도 한잔하고 쉬었다 가란다. 구수한 전라도 말투에 인정이 푹 베어있다. 영광군 공무원이란다. 며칠전 나주에서 조류AI가 발생해서 전남 최전선에서 사수중이란다. 군인들 4명이 지원을 나와 함께 임무를 하고 있단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약물이 분무되어 날아온다. 하루종일 이러고 있어야 하다니 고생이다.

 

어~~ 라이오에서 도종환 선생의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일대기(?)를 훓어내려간다. 전교조를 하게된 동기와 소회... 그러면서 시인 도종환의 담쟁이가 낭송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 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그래 넘지 못할 벽은 없다. 희망을 꿈꾸는 자들이 함께 어깨걸고 뛰어 넘으면 현실이 된다. 화이팅!

 

12시 30분 법성포구에 도착했다. 조용하다. 동네가 온통 굴비판매점이다. 온통 굴비집이다. 우와.
맘먹고 굴비 정식을 시킨다. 아주머니가 1인분은 않된단다. 2인분 시킨다. 진짜 풍성하다. 굴비구이 두마리, 조기탕에는 알이 통통밴 조기 3마리, 여기에 굴무침에 꼬막, 꽃게 양념장까지 죽여준다. 배터지게 다 먹었다.
이 행복 여행의 진짜 별미다.

 

영광으로 갈까? 아님 해변도로로 돌아갈까. 해변도로로 돌아가자. 이정표가 없다. 지도가 두장이 합쳐지는 부분이라 독도가 않된다. 물어 물어 가보자. 3-4km 만 가면 바다인데 속리산 화양계곡에 와있는 것 같다. 산도 적당히 200-300m 전도로 참 이쁘다.
아무리 가도 목적지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엉뚱한 곳으로 나왔다. 거리계산 상 바닷가로 돌리기엔 무리다. 영광읍 방향으로 틀었다.괜히 한시간 이상을 돌아왔다. 에구...

그런데 전라도는 산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묘지가 밭한가운데 있다. 인삼밭에도 고추밭 복분자밭 한가운데도 있다. 뿐만아니라 쌔빨간 꽃으로 치장도 해놓고 있다. 가까운데 있어 돌보기에는 참 좋겠다.

영광읍이다. 우와 크다. 내가 본 읍중 제일 큰 것 같다. 근데 여기 군수 보권선가 하나보다. 또 뭘 헤쳐먹었나? 근데 예비후보 세명이 다 통합민주당이다. 이놈의 지역주의...

 

 

4월 30일 (수) 영광읍에서 함평읍까지 (28.1km)

오늘 아침도 '흔들리지마'를 보고 길을 나선다. 8시 45분 외곽으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이크 차량통행이 많은 2차선 국도다. 갓길도 체 30cm도 않된다. 운전자들... 나도 그랬겠지만 보행자 생각 전혀 않한다.바짝 붙어서 쌩쌩 지나간다. 특히 버스와 덤프 트럭(덤프연대 붙인 차들은 안그런다)들. 지나가려면 그냥 가지 그 큰 크랙션을 울려대며 위협적으로 지나간다. 9시 40분 영광군 순흥리를 지나간 금호고속 2대 반성해라.

 

독산이란 마을이다. 온통 유채꽃이다. 참 이쁘다. 축제기간이란다. 다행이 평일이라 나 밖에 없다. 그런데 유채꽃... 지고 나면 뭐하나? 동동구리모 만드나? 뭐에 쓰는지 모르겠다.
어. 어제 방제하던 그 영광군 공무원이다. "여적까지 여그밖에 못왔소?"하며 닥달을 한다. "소가 아파서 다니러 왔다"며 50cc 텍트를 몰고 다시 방역하러 간다. 그래도 반가왔다.

 

도보여행의 Tip. 4차선 국도 위험하다. 왠만하면 옆을 살펴라. 구길이 있던 아님 농로가 있다. 좀 돌더라도 그걸 타고 가는게 안전하다. 그런데 가끔은 없다. 그럼 그냥 위험해도 조심조심 가면 된다. 동네 슈퍼에서 소위 "쮸쮸바"를 사서 물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저 농로로 가도 영광 나오죠?" 할아버지 왈 "아따 그냥 큰길로 가부러" 역정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젠 발이 자동이다. 알아서 간다. 물론 발목, 발바닥 아프다. 그런데도 지가 알아서 간다. 이력이 붙었나보다.
함평 나비 축제한다는데...  몇시까지 하지? 아주머니가 9시까지 한단다. 부지런히 걷자. 5시 모텔을 피해 허름한 '장'자 붙은 여관을 고른다. 목욕탕하고 같이 하는 여관인데, 너무 뜨겁다. 창을 몽땅 열어놓는다.
나비 엑스포장을 가니... 6시 폐장이란다. 이궁... 그 아줌마 다시 돌아가 따질까?

 

 

5월 1일 (목) 함평에서 무안 청계까지 (22.4km)

노동절이다. 노동절날 이렇게 놀아본게 근 십몇년 만인것 같다. 도 닦을 때도 혼자 안에서 노동가 부르며 노동절을 기념했는데 오늘은 그냥 논다. 몇몇이 항의 전화와 문자를 보내온다. 노동절인데 어디있냐고? 죄송함다.

 

그냥 목포로 갈까? 그래도 억지로라도 와보는 나비엑스포인데... 그래 구경은 하고가자. 근데 너무 비싸다. 만오천원이다. 근데 돈이 않아까왔다. 정말 이쁘다. 그리고 잘해놨다. 가족단위로 오면 참 좋겠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좀 빨리 오는게 좋을 듯... 온갖 나비와 곤충이 눈을 현혹시킨다. 나비 날아다니는 것 찍으려 아주 고생고생한다. 이놈들 너무 빠르다. 촛점도 맞추기 어렵다. 애구...

 

초고속으로 4시간 관람을 2시간으로 마친다. 길을 가야 하니까. 11시 출발이다. 오늘도 4차선 국도를 피해간다. 동네 어르신한테 물어보니 상세히 알려주신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간다. 정말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좋다.


오후 1시 길을 가는데 새소리가 장난 아니다. 뭔 놈들이라냐? 학인지 왜가리인지 한마리가 머리위를 날아간다. 어... 왼쪽 호수 한가운데 섬에 이놈들 천지다. 와 얼른 마을 정자에 배낭을 풀고 카메라를 꺼낸다. 왠걸... 장관은 그 섬이 아니라 내가 그냥 지나온 야산이다. 온통 하얗다. 우와~~ 상동학마을이란다. 이 것 역시 도보여행이 준 선물이다. 큰길로 갔으면 꿈에도 못봤을 장관이다.

 

2시 반. 무안읍이다. 6시에 음성에서 삼호중공업 다니다가 이곳 목포로 이전한 형과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좀 멀지만 빡세게 가보자. 무미건조하지만 4차선 국도를 그냥 걷는다. 죽어라 걷는데 지쳤나보다. 속도가 안나온다. 애구... 5시 청계면이다. 안되겠다. 점프하자.

 

버스를 타고 목포로 날아간다. 친구놈은 산재로 나와있단다. 병원으로 갔다. 오랜만이라고 그 비싼 참치회를 사준다. 그러면서 한 걱정이다. 조합원들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위원장 선거에선 현대자동차 처럼 노예의 길을 촉진하는 '우리사주'를 쟁취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한다. 현장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그런데도 조합원들은 재테크라른 것에 매달려있다고 한다. 한때 가장 잘나가던 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의 현 주소다. 아니 대기업 정규직의 현주소가 맞을 것 이다. 큰일이다.

 

 

5월 2일 무안 청계에서 영암 독천까지 (31.1km)

놀러가는 차 엄청 많다. 황금연휴라고 장난이 아니다. 친구놈이 집에서 아침까지 먹여주고 원점 회귀 시켜준다. 자동차로 딱 10분이다. 목포 대학교 까지... 그런데 걸으면 족히 2시간 거리다. 우씨...

 

오늘은 4차선 국도 걷기 싫다. 우회하자. 일로읍으로 우회하여 청호리에서 영산강을 넘어갈 수 있다고 지도에 나와있다. 일로로 우회한다. 차들도 많지 않다. 좋다. 12시 일로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저... 청호에서 영산강 건너는 다리 있지요?" 엥... 없단다. 목포로 가야 한단다. 또 다시 지도한테  테러 당했다. 2시간을 정말 죽고싶은 심정에 걷는다. 미치겠다. 어쩔 수 있나 머리가 안되니 몸이 고생해야지. 다시 목포다. 우씨.

 

1시 문제의 그 영산강 다리다. 엄청 길다. 다리만 30분을 걸었다.
가는데 이상한 나무가 있다. 뭔 나문데 50cm정도 남기고 몽땅 잘랐다. 뭐야? 무화과란다. 특산품이란다. 무화과 이름은 들어봤는데 보진 못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시골동네 가면 제일 큰 건물은? 다들 '교회'라고 할 거다. 그런데 아니다. 요즘은 교회보다 '모텔'이 더 크고 높다. 제일 잘보인다. 이건 어느 동네나 다 그렇다. 한번 유심히 보면 알수 있다. 아. 이용자들은 모텔은 젊은 층이 교회는 노년층이 대부분이란다. 왜그런지는 잘 생각해 보도록...

그럼 모텔하고 파크(장)하고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 모텔은 요즘 지은 것으로 고급 스럽다. 요금도 면 단위는 3만원, 읍 이상은 4만원, 특실은 5만원 한다. 특실은 뭐가 다른지 모른다. 주말은 만원 더 붙는다. 여긴 일단 깨끗하고 평면 TV가 있다. 드라이기도 있고 로션도 나름 고급이고 바디샴프도 있다. 파크(장)은 말그대로 여관이다. 좀 찝찝한 그런... 요금은 2만 5천원이다. TV도 꾸리하고, 드라기기는 없는데가 더 많다. 로션은 초록색 스킨과 흰로션. 그래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파크(장)을 찾는다.

 

그리고 아줌마들... 오늘 황사도 없는데 효과도 없는 황사마스크 쓰고 계신다. 운전하시면서도 쓰고 계신다. 제발 벗읍시다.

 

 팅팅 부어 터진 내 발바닥. 새끼는 완전 걸레다.

 무장읍성

 굴비정식. 혼자 다 먹었다.

 고추 버팀목을 박고 계신다. 이거 장난아닌데...

 유채 밭. 이쁘다.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이쁜 나비 박제.

 황금박쥐 조형물. 금만 162kg이 들었다고 한다. 2005년 싯가로 2천 7백만원 였다니 지금은...

 이놈들 찍기 장난이 아니다.

 백로냐? 학이냐? 왜가리냐? 우아하다.

 떼로 몰려사는 상동 학동네

 왼쪽의 교회와 오른쪽의 모텔이 마을을 가운데 두고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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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20:55 2008/05/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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