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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5] 울진에서 동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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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울진에서 삼척 원덕면 호산리까지 (25.6km)

'강원흥업' 버스가 보인다. 정말 강원도에 가까이 왔나보다.
울진을 벗어나자. 살랑 살랑 바람도 불어주고 시작은 좋았는데 쉴때가 되었는데 쉴곳이 없다. 에구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봉평해수욕장이다. 바로 옆에 울진봉평신라비가 있다. 신라시대인 524년 세운 비라는데 실라가 이지역을 점령한 이후 이지역 주민들이 계속 봉기를 해 그 봉기를 진압한 이후 율령 등을 새겨놓은 비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되었단다. 국보라는데 보존에 영 성의가 없다. 남대문이 괜히 불탔나? 좀 성의있게 보존하자.

 

오늘따라 속도도 않나오고 힘은 곱으로 든다. 바람도 한점없다. 어제까지 따라왔던 이쁜 바다도 없어졌다. 바로 오른쪽 1km만 나가면 되는데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어거지로 간다. 쉴만한 곳도 없다.


잠시 후 울진 원자력 홍보관이란다. 미국 대사 말이 맞다. 한국민은 무식해서 좀 배워야 한다. 원자력이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모르니 친절하게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만든거다. 그래 좀 있느면 무식한 한국민을 위해 '광우병 미국소 홍보관'이 생길 거다. 정부가 열심히 가르치고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배워서 싸고 맛있는 광우병 소를 즐겁게 먹을 때가 올까? 오늘 중요한 날이다. 국민들에게 기대를 해보자. 발만 쉬고 그냥 간다.

 

화물차에서 스티로폴 박스가 떨어진다. 다행히 그 뒤에 경찰차다. 비상등을 켜고 스티로폴 박스를 줍더니 갓길 너머로 버린다. 뭐하는 거나? 카메라를 꺼내니 운전석에 있던 경찰이 뭐라 하고 다시 버린 박스를 찾아서 차 뒷자석에 넣는다. 으그... 뚜껑 차 밑창에 깔려 있다고 알려주고 길을 나선다. 내가 없었으면 뭐... 길거리에 플라스틱 박스 하나 더 나둥굴었겠지?

 

4시 30분. 드디어 강원도다. 강원도 삼척. 아찔하다. 눈앞으로 펼쳐진 망망대해가 아니라 망망대산에 슬쩍 겁이난다.
아! 강원도 땅 좋은게 있다. 보통 다른 시도는 새 길을 뚫을때 기존의 길을 확장하는 형식으로 한다. 그런데 강원도는 기존의 길을 놔두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새길을 뚫는다. 그러면 나같은 뚜벅이나 자전거족은 최상의 길을 갈수 있다. 차들이 80%이상 자동차 전용도로로 가니 한적한 길을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자전거족이 참 많다.

허덕허덕 원덕면 호산리로 들어간다. 다행히 바로 앞에 모텔이 있다. 도저히 않되겠다. 몸보신 좀 하자. 삼겹살 2인분 시키고 밥까지 다 먹었다.


반바지를 입었다. 그랬더니 '아 내가 강원도를 걷구 있구나'를 알았다. 왜냐? 내 종아리가 익었다. 다른데는 다 아무일 없는데 종아리만... 북쪽을 향해 걸으니 햇빛이 뒤통수만 따라와서 그렇다.


6월 11일 삼척 호산에서 근덕면까지 (32.6km)

아침 뉴스에 6.10 항쟁 촛불집회가 메인이다. 청주에서만 5000명이 모였다니 전국적으로 100만 이상이 모인 것 맞다. 그럼에도 정권은 귀를 막고 있다. 그 종말이 어떻게 가는지 역사가 알려준다. 기본대로 가자.


원덕읍 정말 한적하다. 읍이 아니라 면정도 되는 것 같다. 영동지방은 저온현상이란다. 영서지방과 6-8도정도 낮다고 한다. 정말 바람 장난아니게 불고 저온현상으로 인해 춥다. 떨며 열심히 간다.

다시 4차선 확장공사다. 공사로 인해 위태위태한 길을 간다. 강원도 길 참 힘들다. 바로 옆이 바다인데 바닷길을 가다가 곧바로 2-300m의 산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을 하다보면 기진맥진이다. 강원도는 강원도다.

 

전설의 고향 해신당이란다. 그래 가보자. 원 길에서 벗어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나? 이거 민망해서... 18세 미만 관람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꼭 이런델 가려면 이상하게 할머니들 틈에 끼인다. 지난 제주도 성테마파크때도 그렇다. 할머니들 틈에서 참 민망했는데, 오늘 역시 할머니들 단체 관광 한가운데 끼었다. 죽갔다. 해신당은 옛날 한 처녀가 바닷가에서 죽었는데 그 후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날 한 어부가 술먹고 그 처녀가 죽은 바닷가에 소변을 봤더니 그 어부만 만선이 되었단다. 그래서 온 동네에 남근을 세우고 처녀의 한을 풀어주었더니 온동네가 만선이었다고 한다.
민망스런 남근이 온갖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가볼만 하다. 꼭 가봐라.


그런데 딱 지난번과 같이 배낭이 또 파손되었다. 에구... 어쩐다냐? 일단 묶어서 임시방편으로 가자. 어쩔수 없다.

다시 도전이다. 쫄쫄 굶다 늦은시각 3시 물회를 시켜본다. 아! 이게 물회구나. 시뻘건 육수와 함께 나온 물회는 정말 속이 후련하게 해 준다. 그런데... 위장이 많이 커졌다. 물회에 밥한공기를 꿀꺽한다. 큰일이다.
장호항. 한국의 나폴리란다. 나폴리를 가보진 못했지만 정말 아름답다. 입이 쩍 벌어진다.
다시 이쁜 바닷길이 시작되었다. 노부부가 쉬고있는 내게 다가온다. 옥수수와 캔커피를 주며 격려를 해준다. 고맙다. 힘내서 가야지. 그런데 초곡리란 동네에 도착하니 황영조 기념관이란다. 나도 황영조 좋아한다. 나도 마라톤 좋아하니까. 그런데 산 사람을 기념관을 세운다는게 영 맘에 내키지 않는다. 재수없는 이야기지만 혹 황선수가 그 명성 가지고 사기라도 쳐보자. 그럼 그 이후 기념관 없앨 건가? 나중에 기념관을 세운다면 절대 찬성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반대다. 그래서 그냥 지나친다.

 

해안 철조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쁜 길에 흉물스럽다. 노무현 정권때 많이 없앴다더니 아닌가보다.
또다시 박박 긴다. 가야할 길은 눈앞인것 같은데... 자동차 전용도로와 우회도로. 않좋은 건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이놈의 전용도로에 맞춰져 있어 혼란이 있다. 그래서 죽는다. 분명 4km남았었는데 8km도 더 걸었다.


6시 30분 근덕면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여관이나 민박 아무것도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삼척으로 가야 한다.

 

 

6월 12일 삼척 근덕에서 동해시까지 (29.3km)

구름한점 없는 파란하늘이다. 바람도 없다. 저온현상도 없다. 죽었다. 정말 끔찍한 길을 간다.
버스를 타고 다시 근덕으로 간다. 맹방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구경 한번 해볼까? 여름을 대비해 열심히 공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또 철조망이다. 제길 해수욕장까지 철조망이라니... 제발좀 걷어치워라.


삼척으로 들어가는 길목... 우회도로가 너무 아름답다. 파란하늘에 인간이 만든 그 어마어마한 길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은 정말 짱이다.

삼척의 첫 대면. 시멘트 공장이 바로 앞이다. 시멘트를 실은 덤프가 1톤 트럭의 무자비한 난폭운전에 뒤따라 가며 크랙션을 울려댄다. 차가 서고 딱 마주친 운전기사들... 분명 차는 차이가 큰데 마주친 운전기사들의 싸움은 똑같다. 목청만 높이다 만다. 그러려면 왜 싸우나?

삼청항 입구다. 밥이나 먹자. 곰치국 전문 동하식당이란다. 같이 일하는 후배가 곰치국이 해장에 최고라고 해서 가본다. 7000원이다. 에구 쫌 세다. 그래도 시킨다. 내 행색을 본 주인이 말을 건다. 어디까지 가냐고? 고성 통일전망대. 어디에서 왔냐고? 태안부터 해남 땅끝을 거쳐 부산으로 해서 올라왔다고... 밥먹던 사람들이 다들 한소릴 한다. 그러더니 밥값을 내준다. 시인이란 분이 시를 써준다. 주인 아주머니는 곱배기로 내준다. 미리 그 맛을 들었기에 먹긴 먹는데 흐물흐물 곰치국... 으그.
힘은 난다. 이렇게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으니...

 

아름다운 삶

정심 정사 정행

사랑스런 눈빛

다정스러운 말

예절바란 행동

그리하여 맑고 밝은 모습으로

나는

나를

창 조 한 다.

 

삼척의 새천년 해안도로... 이쁘다. 그런데 영덕보다는 덜하다.
삼척 시민 3만3천명이 함께 했다는 소망탑을 거치니...  철조망과 이상한 장막이 해안을 다 가려 놨다. 열받아서 욕을 하는 찰라 장막이 걷히고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바다가 눈앞에 나타난다.  너무 아름답다. 바로 앞에 노상카페에서 생맥주도 판단다. 한잔하다. 점심값도 굳었는데... 이런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뭘해먹고 사나? 민박집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작은바다 민박집의 가격이 요즘은 3-4만원, 성수기에는 10만원이란다. 제길...

 

덜 아름다운 삼척해수욕장을 넘어가니 수로부인이 잡혀갔던데란다. 바다 용왕이 잡아갔다가 마을사람들이 부인을 않내놓으면 거북이 머리를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해서 용이 데려다 줬다는 삼국사기의 전설. 내 키만한 인공조각이 있는데 이게 돌아간다. 연인끼지 돌려서 수로부인이 앞에 나타나면 백년회로 한단다. 나 혼자 돌렸는데 수로부인이 나타난다. 혼자 백년회로 하라고?

추암가는길 끊겼다. 이게 뭔일이나? 동네 할머니께 물으니 철길로 가야 한단다. 엥? 도로는 되돌아가야 한단다. 그래서 머뭇거리는데 "80 먹은 나도 동네길처럼 가는데 젊은사람이... 쯧쯧" 그래 간다. 뛰어간다. 우횟길도 없는 철길 열심히 뛰어간다. 1-200m뛰니 추암이다. 다행이다.


공단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아 여기부터 동해시란다. 한국동서발전주식회사. 발전소구나. 한시간을 걸어가서 공단을 빠져나온다. 곧바로 동해항이다. 동해안은 주로 시멘트 운송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어져 해군부대가 있다. 얼른가자. 좀 쉬자.

숙소를 잡는다. 침대가 두개인, 인터넷도 되는 모텔을 3만원에. 엊그제 호산에서 바보처럼 T셔츠와 반바지를 놓고 왔다. 쇼핑도 해보자. 동해시. 삼척보다 큰 것 같다.

 

 

 국보다. 울진봉평신라비. 

 외로운 소나무. 나 같다.

 해신당의 처녀를 죽은 섬에 모셨다.

 해신당의 남근 모형들. 미성년자 관람불가.

 

 

 

 삼척 3만 3천명의 소망탑

 유람선 한번 타보자. 

 이런 바닷길 너무 아름답다.

 조각상이 힘찬 노동을 형상화한다. 

 금계국과 철조망,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 너무 안 어울린다.

 시원한 맥주 한자.

 저 어마어마한 석구 한번 돌려봐라.

 해녀들의 수확물. 많기도 많다.

 인간이 세운 대단한 건축물들

 추암 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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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22:40 2008/06/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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