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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0 구름속 영남알프스 (수미등-영축-신불-간월-능동-천황-재약)를 걷다

구름속 영남알프스 (수미등-영축-신불-간월-능동-천황-재약)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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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휴가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영남 알프스를 간다. 워낙 오고가는 시간이 많이 들어 미루고 미뤄뒀던 산행이다. 태극환 종주부터 원점회귀 종주까지 여러 방법이 있는데, 여유있게 2박 3일의 원점회귀 산행을 계획한다.

 

전날 저녁 피서객으로 계곡을 꽉 매운 배내골에 도착, 야영지를 모색한다. 길옆이라도 탁자가 있는 간이 휴게공간에 텐트를 친다. 바로 옆에서 고기를 구워먹던 60대 노부부가 같이 식사를 하자고 청하신다. 감사히 먹는데 이 노부부 이렇게 봉고차에 천막과 먹을 거 싣고 다니면서 여행 중이시란다. 아... 내가 나중에 다리 힘빠졌을 때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다. 거꾸로 남편분은 술을 전혀 못드시고 사모님이 완전 고래다. 이미 두병정도 드신 것 같은데 우리랑 보조가 맞는다. 차에 설치된 노래방기계로 노래까지... 너무 달렸다. 소주를 세병은 넘게 마신 것 같다.

 

첫째날 (통도팬션 - 시산등 - 영축산 밑자락)

 

술이 안깬다. 그래도 가야지. 출발지를 찾아간다. 약간 헤맨 끝에 배내모텔 바로전 시냇가를 가로질러 좀 들어가 통도팬션에 도착한다. 통도 팬션 바로 옆 계곡에서 길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계곡을 옆으로 끼고 돌며 오른다. 죽을 맛이다. 술이 그대로 넘어올 것 같다. 오늘 고생 죽을 만큼 할 것 같다. 결국 porter라 불리던 명성을 뒤로 하고 짐의 일부를 동행하는 형에게 옮겨 준다. 그러고는 시원한 계곡 물을 한없이 들이킨다. 옷차림도 반바지로 바꾼다. 그렇게 두시간여를 헤메이니 좀 정신이 드는 것 같다.

12시 드디어 종주산행의 첫 고개 시살등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산. 이런 산도 묘미가 있다. 정상에서 풍욕을 즐기고 맛난 라면을 끓여 소주 반주를 하는데... 느닷없이 안개가 몰려온다. 시원해서 좋은데 아무것도 안보인다. 시야가 10m도 안된다. 제길... 불길한 예감이다.

시살등에서 영축산으로 가는 길... 괜히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온통 정글에 갈대밭이다. 종아리가 다 쓸린다. 우그...

비까지 내린다. 비구름에 뒤덮힌 능선답게 골이 깊은 계곡으로 내려간다. 깔딱이다. 이거 얼마나 올라갈라고 이러나? '정말 이길로 올라온 사람들 죽을 맛이겠다'하며 내려가는데, 너무 심하다. 이상하다. 지도를 꺼내본다. 영축산으로 가는 길 동쪽방향인데... 어 북동방향으로 진행한다.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그런데 앞선 형님 그냥 간다. 갈림길을 못봤고 길이 훤하게 있는데 올바로 든거라고 우긴다. 나침반을 들이대도 막무가내다. 다행히 두분이 내려오신다. 역시나 잘못 들었단다. 최소 2km는 내려온 것 같다. 게다가 정말 무시무시한 깔딱이다. 장기산행이니 다시오른다. 죽을 둥 살 둥 1시간 여를 올라오니 길이 Y자인데 안개가 끼어 확인을 할 수 가 없었다. 더구나 표지판은 밑둥이 썩어 누워있었다. 젠장...

첫날 산행 신불재 대피소에서 자야 하는데... 진이 빠져 불가능하다. 어차피 물은 충분하게 일인당 3L씩은 짊어졌으니 부담 갖지 말자. 영축산 밑자락에 야영지를 꾸민다. 삼겹살에 소주한잔하면서 힘을 비축하기 위해 저녁 8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정말 놀랬다. 이놈의 민달팽이

 

시살등 정상. 여기서 부터 능선종주 시작이다.

 

둘째날 (영축산 밑자락 - 영축산 - 신불산 - 능동산 - 쇄점골 약수)

 

아침 일찍 냉동건조 북어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길을 나선다. 해가 쨍쨍이다. 기분 끝내준다. 그런데 그도 잠깐... 바로 앞 영축산으로 구름이 흘러내린다. 금방 우리 앞까지 안개가 내려온다. 이 안개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정말 운 없다. 다시한번 오라는 산신님의 계시인가보다.

영축산 밑자락 졸졸 흐르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자욱한 안개속의 능선을 타고 간다. 마치 지리산 세석평전을 걷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이쁜 것 같다. 안개 자욱한 억새밭을 걸으니 신선이 된 것 같다.

신불재 대피소에서 짱아찌를 안주로 막걸리를 한잔하고 물을 보충한다. 한동안은 물보급 할 데가 없다. 간월산으로 가는 길... 이쁜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있다. 역시 간월산도 보이질 않는다. 온통 안개투성이다. 간월산 정상에서 점심을 해치우고 잠시 낮잠을 즐겨본다. 간월산에서 배내봉으로 가는 길. 이번에도 이 지역 산을 많이 다녔다는 형님이 앞장을 선다. 정말 정글이다. 이게 길이 맞나 싶을 정도다. 1시간여를 또내려 간다. 그러다 다시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 든다. 제길... 또 이런다. 곧장 북쪽을 향해 가야 하는데 서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정말 미치겠다. 그래도 간다. 저 고집. 결국 왕봉골 계곡까지 내려왔다. 어쩌나? 종주를 포기해야 하나?

티코 아저씨가 아는 척을 한다. 간월산정상에 표지판이 없어 초행자들은 종종 이런단다. 염치불구하고 배내봉 구간을 건너뛰고 차량이 갈수 있는 배내고개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땀에 쩔은 몸으로 부탁을 드리니 선뜻 태워주신다. 정말 귀인 만났다. 나중에 안 거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우리를 실어다 주신거다. 정말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배내고개 이모네 집에서 국수 한그릇을 말아먹고 능동산을 오른다. 죽을 맛이다. 포기했던 종주를 다시 뛰니 좋긴한데 기력이 딸린다. 젖 먹던 힘까지 써서 능동산 정상에 오른다. 여기도 안개다. 으그... 오늘 목표지는 천황산 밑 샘물상회다. 3km를 더가면 되는데... 하산도중 기막힌 야영지를 발견한다. 쇄점골 약수다. 시간은 5시. 여기서 중단이다. 아무도 없는 산자락... 알탕을 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영축산 턱밑에서 바라본다. 정말 구름이 흐른다. 

지나온 길들. 안개가 자욱하다 한순간 자태를 드러내곤 사라진다. 

영축산 정상 

아침이슬에 거미줄이 참 이쁘다. 

신불재 휴게소 가는 길에 핀 야생화 

신불산 정상이다. 

간월산 정상. 종주는 표지석 두쪽에 표식을 따라 가야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놓쳤다. 

능동상 정상. 뒤로 신불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있다. 

쇄점골 약수. 여기가 딱이다. 알탕하고 야영하고... 

느긋한 휴식 

 

셋째날 (쇄점골 약수 - 천황산 - 재약산 - 사자평 - 죽전마을)

 

우리 말고 한여름에 종주팀이 또 있나보다. 두런두런 말소리와 약수를 떠가는 소리에 잠을 깬다. 오늘도 예외없이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천황산 가는 길 완만한 임도다. 이틀간의 산행으로 피곤한 다리를 풀어준다. 고마운 길이다.

샘물상회. 그냥 지나 칠 수 없다. 막걸리 한잔에 두런 두런 주인아주머니와 담소를 나눈다. 다행이다. 사자평원에서 코끼리봉으로 가는 우리 종주코스를 극구 만류하신다. 그 코스를 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길이 안보인단다.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중간에 죽전마을로 빠지라고 상세히 가르쳐 주신다. 감사하다.

천황산 오르는 길 참 이쁘다. 그리고 참 정비 잘 돼 있다. 이쁜길을 오른 천황산... 무에 그리 빌 것이 많은지 온통 소원탑이다. 나도 얼른 돌하나 올려놓고 빈다. '제발 오늘은 안개를 걷어주세요' 소원에도 불구하고 1000고지 이상인 능동, 간월, 신불, 영축산이 모두 구름에 덮여있다. TT

제일 힘든 구간인 것 같다. 재약산으로 오르는 길. 참나무 숲을 지나 살짝 살짝 바위를 타면서 오르는데, 다오른 것 같으면 다시 오르고, 에구 역시 마지막 한 수는 남겨놓구 있다.

재약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자평. 샘물상회 아주머니 말로 북한의 개마고원 다음으로 넓은 고산평원이란다. 정말 탁 트인 시야가 맘을 뻥 뚫어 준다. 좋다.

이제 하산이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없어 조심해야 한다. 사자평원으로 내려오니 늪지 통제소가 있다. 들어가지 말고 돌아가란다. 지도상으로는 그냥 통과해야 하는데... 예의 소심함에 돌아간다. '여기에 이런 뚝방을 쌓았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완만한 인공로를 따라 올라간다. 여기다. 아주머니가 말했던 곳. 표지판에 죽전마을은 작게 산꾼들이 매직으로 적어놓은 향로산 방면. 가자. 오늘도 또 앞장선다. 뒤도 안본다. 못된 버릇이다. 초행길 특히나 길이 잘 안보이면 지도와 나침반으로 좀 머릿속에 그려가며 가야 하는데 길 비슷한 것만 보고 간다. 역시나 그냥 직진하려 한다. 에구... 제발. 직진하면 안돼요.

잘 안보이는 사거리다. 아까 통제소를 뚫고 나오면 만난다. 정말 조심. 놓치기 쉽다. 좌측에 정말 간신히 드러나는 길이 있다. 머리까지 오는 억새를 뚫고 2-30m를 나오니 하산길이 보이다. 발이 부었나? 엄지와 새끼 발가락이 아프다. 무릎까지 시큼시큼 신호를 보낸다. 한시간여를 내려오니 작은 폭포가 나온다.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계곡 슬쩍 알탕을 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10여분을 내려오니 계곡한번 끝내준다. 아... 임도를 내려오면 헷갈리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그럼 잠시 걷다가 큰 도로가 나온다.

 

2박 3일의 영남알프스종주. 비록 이빠진 것 처럼 한 구간을 놓쳤지만 좋았다. 아쉬운 점을 내려올때까지 제대로 된 산을 보지 못했다는 거다. 정말 아쉽다. 가을에 당일치기로 사자평이나, 영축-신불구간 한번 다시 와야 겠다.

 

산행시 주의할 지점.

시산등에서 영축산 가는 길. 함박등을 지나 Y자 갈림길

간월산에서 배내봉 가는 길. 간월산 정상석 뒤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것 같다. 여기는 세심히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재약산에서 하산 길. 사자평을 한바퀴 돌려면 습지 통제소 통제구역을 그대로 직진하면 능선길과 만나는 사거리. 직직하면 된다.

 

샘물상회다. 막걸리 한잔 하고 천황산으로 오르면 된다. 

요거이 원추리나? 아니면 나리꽃인가? 

천황산 정상 

소원을 빌게 참 많은가 보다. 돌무덤이 참 많다.

 

재약산 정상. 저멀리 걸어온 능선이 펼쳐져 있다. 

드넓은 사자평 

마지막 알탕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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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08:45 2009/08/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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