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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6] 동해에서 속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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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동해에서 정동진까지 (29.9km)
열심히 길을 가자. 묵호항이다. 회나 한접시 먹으려 해도 아침이라 회파는 집이 없을 것 같다. 그냥 간다.
망상해수욕장을 지나자 마자 강릉시란다. 벌써 강릉이다.


옥계로 접어든다. 길거리 노상의 참외장수 아저씨가 내 차림새를 보더니 참외하나 먹고가란다. 어쩐지 인심이 좋더라니 충남 당진사람이란다. 무역회사 다니다 사업도 하고 인도에서 살다가 강릉에 2년전 정착을 했단다. MTB를 전문으로 하는데 몇년전 자전거로 전국을 돌았단다. 어쩐지 뚜벅이에게 너무 친절하시다 했더니 경험자였다. 푹 쉬고 공짜 참외까지 얻어먹는다.

옥계면으로 들어선다. 지친다. 면 초입의 식당에 들어가 주고 싶으신 것 달라했더니 오늘 오징어회덮밥이 맛있단다. 배낭을 보더니 알아서 곱배기로 주신다. 열심히 먹고 김치를 부탁했더니 꽉꽉 눌러서 주신다. 감사합니다.
옥계 해수욕장. 두번 와봤다. 그런데 비만 맞고 해수욕도 제대로 못했었다. 역시나 답답한 철조망이 길을 막아선다. 짜증이다. 공사때문에 물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 놓는데 시원해서 좋긴 한데 물보라 때문에 죽을 맛이다.

 

자전거족이 스쳐 지나간다. 50대 중반? 굉장히 정중하게 인사를 해오신다. 뒷면에 '암환자 가족에게 희망을'이란 몸벽보를 하셨다. 아마 저러고 부산까지 내려가시는 것 같다. 자신이? 아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고통을 고행으로 극복하시는 것 같다. 괜히 숙연해 진다. 부디 암이란 몹쓸병 이겨 내시길...

금진항을 지난다. 수로부의 설화가 담긴 곳이란다. 신라 성덕왕때 강릉태수로 가던 순정공과 그의 부인 수로이 이길을 가다가 높이가 천길이나 되는 절벽위의 철쭉꽃들을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엄두를 못내는데 한 노인이 길을 지나다 그 꽃을 꺽어 바치며 불렀다는 그 길이다. 미쳤다.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자기 목숨을 내놓다니...
자주빛 바위 끝에,
잡으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날 아니 부끄리시면,
꽃을 꺾어 받자오리이다.
금진에서 상곡간이 바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헌화로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쁘다. 가볼만 하다. 그 가운데 좀 민망한 합궁골도 있다. 남녀가 여기에서 같이 빌면 백년해로 한단다. 그길 가족끼리 차로 와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 참 좋을것 같다. 지금은 낚시꾼 천국이다. 온통 바위낚시에 여념이 없다.

 

헌화로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산길이다. 산위는 온통 감자밭이다. 강원도다. 감자꽃이 참 이쁘게 피었다. 농부들에게 인사하고 간다.
목적지가 눈앞이다. 저멀리 칠팔십 미터의 분지위 뱃고동소리와 갈매기 소리로 시끌하다. 엥 정동진은 항구가 아닌데... 썬크루즈인지 뭔지 하는 리조텔에서 내는 소음이다. 앞두 구분은 좀 하지.
정동진이다. 두번을 와봤었다. 물론 남자들끼리... 두번 다 일출을 못봤는데... 내일은 꼭 봐야겠다. 그런데 불황은 불황인가 보다. 세상에 약간 안쪽이지만 모텔이 2만원이다. 금요일에 말이다.


6월 14일 정동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5km)

일출을 보려고 4시 30분 일어났다. 급히 모자와 카메라만 챙겨서 해변으로 나간다. 좋은 위치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그런데... 온통 구름이다. 제길 그래도 조금이라도 해가 보일라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그런데 꽝이다. 오늘도 정동진의 일출과 인연이 안 닿나 보다.
정동진. 드라마 하나때문에 일약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룬 동네. 시가지가 크루즈호가 생긴 이후 역에서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사가 않된다고 난리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모텔로 인해 과잉경쟁으로 피가 마른다고 한다. 이만 떠난다.

 

그런데 강원도 홍길동과 어떤 연관이 있나? 시내버스 타는 곳이 온통 홍길동 심벌이다. 홍길동 처럼 신분제도 철폐와 부패비리 척결, 율도국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가 나선건가? 의미도 모른체 얄팍한 상술로 상품화 하는 강원도... 싫다.
통일공원이란다. 그런데 통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남한의 우람한 전함이 몇년전 떠내려온 조그만 북한의 잠수함을 압도하듯 대치하고 있다. 결국 남한의 우수한 군사력으로, 경제력으로 흡수통일 하겠다는 바람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통일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바닷길 참 이쁘다. 언제 부터인지 산길이 없어지고 나즈막한 해안도로다. 그런데 역시 예의 그 철조망때문 다 버렸다. 빨리 통일이 되서 이 철조망 좀 치워버렸으면 좋겠다.

 

안인진 다시 내륙이다. 오늘도 날씨가 꾸물 꾸물하다. 한바탕 비라도 내릴 것 같다.
엥? 한글에 이런 표현이 가능한가? 모전리 '뙡'마을. 마을 이름 한번 희안하다. 그런데 써지긴 한다. 컴퓨터에서...

강릉이다. 살았다. 충주는 사과가 가로수더니 강릉은 가로수가 온통 감나무다. 강원도 날씨에 잘 맞나?

오죽헌으로 간다. 볼건 보고 가야지. 앞부분 부터 난리다. 세계최초 모자 화폐인물의 탄생지라고... 이율곡과 신사임당의 집인데 오천원권과 새로나올 오만원권의 모델이 됐다고 명소로서 모셔진다. 신사임당이 신권의 모델로 선정될 때 여성계에서 엄청 반대했단다. 이유는 수퍼우먼이니까. 차라리 황진이가 낫질 않았을까? 정말 검은 대나무가 있다.
볼거리가 몰려온다. 강릉의 자랑인 관노 가면극이 펼쳐진다. 그런데 내용은 뭐 양반과 상놈들의 화합이라나 뭐라나. 조금 보다 나간다.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진다.
농로길로 경포대로 향한다. 초당 순두부가 바로 강릉인가보다. 400년된 집,100년된지 원조 순부두집들이 즐비하다.

 

경포대. 날이 더워지니까 손님이 몰린다고 한다. 그런데 좀 너무하다. 모텔비가 10만원이란다. 강릉시내로 후퇴한다. 2만원짜리 여관방을 잡는다. 비가 본격적으로 온다.

 

 

6월 15일 강릉에서 양양군 하조대까지 (35.1km)

다시 경포대로 온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리다니 모래사장과 완만한 해변이 역시 동해 최고의 해수욕장이다. 사천항까지 자전거도가 잘 나있다. 경포로 놀러오면 해수욕만 하지말고 자전거 빌려서 사천항까지 왔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머리위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저온현상까지 겹쳐 춥다. 한시간 정도 걸으니 다행히 먹구름이 서쪽으로 밀려난다. 다행이다.
길거리에 풀빵집이다. 왠지 먹고 싶다. 아침도 초코바로 때웠다. 풀빵 9개 2000원이라더니 내 이야기 듣더니 20개도 넘게 준다. 정말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어디든 맘씨 좋은 분들이 너무 많다. 살만한 세상이다.

 

일요일 12시 주문진항... 장난아니다. 버글거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온통 상가가 어디서 왔는지 관광객들로 꽉찼다. 상가들... 뭐 고향집 애용을 노려서인지 다 간판이 조치원집, 청주집 등이다. 좀 심한 데는 공주대전부여집이란다. 바로 옆 항구에서는 방금잡은 듯 한 꽁치인지 고등어인지를 즉석에서 사고 판다. 그래 이게 사람사는 세상이다.
방파제와 철조망에 가려져 해안도로 없어진다. 대신 양양해변 자전거도로 참 잘해놨다. 주문진에서 남애항까지 철조망만 없음 두세번째로 아름다운 길일 거다. 정말 철조망만 없으면... 대신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가족단위로 와서 야영을 하거나 주문진 등 인근에 숙소잡고 당일치기로 와보기엔 좋을 듯 싶다.


남애항. 늦은 점심을 먹는다. 물회를 시켰는데 오징어 해상 멍개가 들어있는 물회다. 이 회도 참 시원하고 맛있다. 물회는 정말이지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4시 30분 너무 피곤하다. 2주 동안 하루도 안쉬고 강행군 했다. 인구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모텔이 4개가 있는데 무조건 4만원이란다. 절대 한푼도 못깍아 준단다. 그럼 안잔다. 나와서 내친김에 하조대까지 가자.
잔교리에서 만난 한 아저씨씨가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하조대 가서 황소식당에서 밥먹고 모텔 소개받으면 쌀 것이란다. 감사합니다.
38선 휴게소다. 우와 정말 많이 왔구나. 여기... 몇년전에 왔다가 금방 산 휴대폰 빠뜨렸던곳이다. 아픈 기억이다.


마지막 진이 다 빠진다. 하조대까지 죽어라 간다. 엘마콘도텔. 요즘 추세다. 모텔을 콘도식으로 개조하는 숙박시설. 보통 5만원에서 7만원 달란다. 소개받고 가니 3만원이란다. 전망좋은 5층에서 끝내준다. 하조대 해수욕장. 모래사장도 넓고 참 좋다. 추천 2순위다.

 

 

6월 16일 하조대에서 속초시까지 (32.8km)

일출을 찍을 욕심에 다시 4시 30분 기상이다. 나와 보니 바닷가에 구름 한점 없다. 부지런히 하조대로 올라간다. 인상부터 써진다. 온통 철조망이다. 꼭 내가 죄지은 놈같다. 제길... 하조대에 오르니 다 맑은데 해뜨는 지점만 구름 투성이다. 5시 2분 해가 뜨긴 떴나보다. 일출하고는 운이 않되나보다. 투덜거리며 내려온다. 정말 이쁜 해변 철조망 쳐놓고 군발리 휴양소란다. 민간인은 절대 못들어가는...
오늘 갈 길 지도를 챙긴다. 20여장이 넘는 지도가 달랑 한장남았다. 마지막 장이다. 오늘로 딱 두달째다. 뭐 며칠은 이런 저런 이유로 빼먹었지만... 남은 거리를 계산해보니 3일이면 끝이다. 왠지 서운하다.


원래는 이어서 금강산을 가려했다. 그런데... 여기도 외국(?)이라고 미리 여행사를 통해야 한단다. 신원조회까지 한단다. 나는? 또 퇴짜겠지. 제길. 설악산은 곧 장마가 온단다. 일단 장마전에 이번 행로나 끝내자.

까마귀가 조그만 새에 쫗겨 다닌다. 그 커다란 놈 두놈이 한놈의 조그만 새한테 쩔쩔매며 도망다니다 결국 저 멀리 산속으로 추락한다. 제비처럼 생겼는데... 제비는 아니고 뭔 새냐?
양양 공항을 지나니 바로 좌측에 설악산이 보인다. 설악산 능선을 한눈에 보다니 정말 경치 좋다. 그 아름다운 설악산을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는 바다를 두고 간다. 난 행복한 뚜벅이다. 정말 좋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아무도 없는 자전거도로 뒤로 걷는다. 가끔 이렇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낙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별로다. 초입의 폐허를 그냥 방치 해두고 있다. 그런 것 부터 빨리 정리좀 하지.
투덜거리며 낙산사로 오른다. 화마로 생긴 상처를 복구하는 중이다. 상당히 많이 복구가 된 것 같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복구하는 도중 부처님의 진산사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몇몇 사찰에서 모시고 계시는 진산사리. 적멸보궁이라고 하던가? 아까운 점 하나. 배가 고파 점심을 먹고 올랐는데 낙산사에서 공짜 국수를 준단다. 11시 30분에서 13시 30분까지... 애구 아까워라.

 

속초가는 길. 화물차, 덤프차, 레미콘차 한대도 없다. 가끔 유조차차나 1톤차, 훈련중인 군용트럭만 지나간다. 엄청난 유류비의 증가로 화물연대와 건설기계가 파업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정치 한다는 놈들은 새다. 미리 경고를 하고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해도 모른 척하다가 꼭 일이 터지면 긴급대책이니 뭐니 하며 난리다. 그러다 않되면 불법 운운하며 탄압으로만 일관하려 한다. 그런데 이번만은 그렇게 순순히 끝날 파업이 아닐 거다. 광우병으로 폭발한 민심은 이제 심각한 실물경제의 압박으로 전국민의 저항에 반드시 맞닥뜨릴 거다. 그렇게 되기전에 제발 제대로 된 정치를 해라. 牛耳-讀經


아깝다. 설악동 해맞이 공원에서 바로 어제 일요일 누드촬영대회가 있었단다. 2만원만 내면 되었다는데... 하루만 빨리 왔어도...

속초다. 시내로 들어가려면 청초호를 돌아가야 하는데... 주민들에게 물으니 않돌아가도 된단다. 배를 타면 된단다. 발로만 걸어왔는데... 체 10미터도 않되는 냇가를 사람이 끄는 배로 지나간다. "가을동화"에 나왔단다.

 

 합궁골이란다. 이유는 사진을 잘 봐라. 앞의 바위와 뒤쪽의 계곡을... 

 정동진의 야경

 통일을 기원하는 공원이란다. 북진통일!

 관노 가면극. 몰랐는데 엄청 유명한 거란다. 무식이 죄다.

 오죽헌. 옛 오천원짜리 지폐의 배경이다.

 주문진항. 사람사는 모습이다.

 파도가 참 멋있게 친다.

 하조대에서의 일출. 구름이 너무 얄밉다.

 한 참 떠오르니 제 모습이 약간 보인다.

 이 새벽에 해안가를 순찰하는 헬리콥터. U H - 1 H

 내려오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본 일출

 아침부터 훈련이다. 얘들 오늘 얼마나 걸을까? 200리는 걷겠지. 저 뒤의 배낭 고참들은 다 빼고 박스로 폼만 잡는다.

 낙산사의 해수관음상.

 저 해당화 4월말 고창을 지날때는 다 졌었다. 우리나라 참 넓다. 낙산은 지금 한창이다.

 새로 만든 낙산사 종

 뗏배란다. 사람이 직접 끌어서 건넌다.

 정동진으로 가는 길목의 감자밭.

 나팔꽃이 해변가에 참 이쁘게 피어있다.

 이쁜 꽃과 아름다운 해변, 누가 저 철조망 좀 걷어주소.

 저 멀리 설악산의 우람한 능선이 구름과 어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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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21:32 2008/06/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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