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갈대숲에 빠지다.
오서산. 도보여행을 하면서 꼭 한번 오겠다고 약속했던 산이다.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에서는 천수만에서 군산 앞바다까지 모두 보인다고 한다. 마침 가을이라 억새가 활짝 피었다고 하니 절호의 기회다. 아침 7시 일찍 집을 나선다. 두시간 반 만에 광천읍에 도착한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가득 가득하다. 단풍철을 즐기려고 모인 등산객들이다. 그런데 이중 절반 정도는 산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우그...
상담마을 주민들이 전부 다 나온 것 같다. 정암사로 가는 방면 시골길에는 주민들의 좌판이 펼쳐져 있다. 가시오가피, 헛개, 마늘, 생강 등 마을에서 생산 한 것은 다 나온 것 같다. 하기야 이런 날 한몫 잡아야지.
정암사 일주문까지는 널널한 농로길이다. 그러더니 윽... 죽을 듯한 깔닥바위다.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가는 그 험한 길을 갔던 나인데도 죽을 것 같다. 30여분을 깔딱 깔딱 하다가 숨이 턱 터지는 능선으로 들어선다. 아... 해무가 자욱해서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안타깝다.
정상이 보인다. 능선길에 늘어선 갈대숲. 멋지긴 한데 기대에는 약간 못미친다. 가뭄때문인지 갈대도 풍성하지 못하다. 바위는 참 이쁘다. 드디어 전망대. 정말 사람 많다.
막걸리 종이컵 잔술이 1000원이다. 우와 장난 아니다. 맛난 상을 편다. 일단 라면을 끓인다. 같이 간 형님이 집에서 바리 바리 반찬을 싸오셨다. 김치에 깍두기, 절인 고추, 가지무침, 짱아찌... 정말 과분한 점심이다.
다시 오서산 정상으로 향한다. 해발 791m의 산인데 다행히 안개가 조금 걷힌다. 멀리 서해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뚜렸한 서해를 보려면 겨울에 와야 한단다. 하산길은 임도를 택한다. 우와 이 산을 임도를 타고 산악자전거로 올라오는 인간들이 있다. 정말 대단하다.
돌아가는 임도를 피해 다시 급경사 산길을 탄다. 오후 3시 다시 상담마을 이다. 간에 좋다는 헛개열매를 산다. 중국산이라고 말리는 형님들을 뒤로 하고 믿고 사본다.
서해안 전망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참 이쁜 산이었다. 겨울에 다시 한번 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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