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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만나다

2월 3일, 도저히 마음이 무거워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케이티엑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한진중공업에는 2003년 김주익 열사가 크레인에서 목숨을 던졌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내 고향 부산 영도, 거기서 박창수가 죽었고, 김주익이 죽었고, 곽재규가 죽었다. 택시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길. 부산대교를 건너며 멀리 보이는 푸른색 크레인이 목에 걸린 가시마냥 내내 나를 불편케 했다.

 

김진숙 동지는 수액 마저 거부하다, 한진중공업 지부가 4시간 경고파업을 한 이후로 수액을 맞고 있었다. 사실 지부가 싸울 의지가 없었다. 그게 더욱 김진숙 동지를 힘들게 한 것 같았다. 본사 입구에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김진숙 동지는 내내 웃음을 띠고 있었고, 도리어 우리를 걱정했다.  텐트 밖으로 차들이 쌩쌩달리는데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마음이 내내 놓이지 않더라.

 

더구나 체중이 너무 빠져버려 이야기하기도 힘든 마당에, 얼마전 우리 조합원들이 힘내라고 보낸 문자에 일일이 답문을 보내주셨다는 걸 생각하니,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와중에 이소선 어머니께서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고, 김진숙 동지와 연결해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살아서 싸워야 한다, 죽어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 놈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통화를 하니 빨리 단식을 그만 두어야 한다, 살아서 건강하게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하셨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가볍기는 커녕 입으로 뭔가를 삼키는게 부끄러워졌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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