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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

새벽길님의 http://blog.jinbo.net/gimche/?pid=977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생각나는 것만 정리해 본다. 솔직한 생각들만....

 

 

1. 아래 글에서 군면제자 명단을 올리는데, 사실 꺼려지기는 했다. 근데 감정이 앞서니, 일단 지르고 말았는데. 댓글에서도 짧은 지적이 있었으나, 반박할 용기는 없었다. 그 댓글과 새벽길님의 지적, 고은태님의 지적 모두가 타당한 것이며, 그건 진보정당 소속의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것일테다.

 

분명 현역과 군 면제 구도에서 이 사회구조와 현 정부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건 무리다. 군 면제, 부족한 도구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군 면제를 부여잡을까. 사실 이 도구는 상대를 공격하는데 굉장히 편리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본질을 때리기는 너무 멀다. 그러니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일종의 반칙인 셈. 이게 첫 번째 이유다.

 

가령 이런식 http://www.ddanzi.com/news/12170.html

 

2. 헌법상 국민의 의무, 운운할 필요까지 없다. 헌법을 뒤져야 하고, 다른 의무와의 관계를, 또한 외국의 사례를 들먹이며 ‘똘레랑스’지 뭔지 하는 걸 갖다써야 하는 불편함을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군 면제=부도덕한 자’라는 도식을 기정사실화한 후, 현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대처를 복잡하게 공격하기 보다는 이렇게 간단하게 쳐주는 게다. “너 군대 갔다왔어?”라고 말이다.

 

2-1. 여기서 ‘군 면제=부도덕’이라는 방정식에 대한 태클, 들어온다. 사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라든가, 안상수에 대한 명진 스님의 발언 등이 작금의 문제와 군필과는 사실, 하등 관련이 없는 것이기는 하다. 반지하 벙커든 동굴을 파고 들어가서 회의를 하든 간에, 명진 스님이 분노한 안상수의 거짓말이 군 면제와는 직접적으나 간접적으로도 관련이 없다. 그리고 고은태님의 지적처럼 군 면제자라는 표현 보다는 '군 기피의혹자 '라는 개념 재설정의 문제 또한 제기된다. ‘군 면제=부도덕’ 등식에서 여성, 장애인, 정신 및 신체상 문제로 인해 가려고 해도 못간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팔려나가지 않도록 대피시켜 놓아야 한다는 건 당연히 동의 가능하고. 

 

3. 그런데 안티 군 면제 주창자들, 소위 현역 복무자들이 군 면제라는 도구로 사회현상이나 대상을 비판한다고 이들이 곧바로 병영국가적 정서와 군사문화에 동화되거나 동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바인거 같다. 그 지적까지의 괴리가 분명히 있다. 학교, 기업을 불문하고 병영질서, 군사문화가 찌들지 않은 곳이 어디가 있는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군대를 가야한다'라고 떠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안간 것'을 이유로 뭔가 항의하고 있는 게다. 사실 연예인을 비롯하여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군 면제를 거론하며 뭔가를 항의하는 이유, 두 번째 이유는 ‘억울함’이다.

 

3-1. 남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2년 정도(간부급은 다르겠으나), 군대에 온 몸을 입수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 민방위까지 주구창창 국가의 '컴온 싸인'을 받는다. 여기에 군대문화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살아갈 대한민국 남자들이 몇이나 될지는 모른다. 군대를, 나아가 그 문화를 너무나 혐오하는 이들도 , 뼈 속 깊이 헤집어 보면 변형된 유전자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없다.

 

이건 집단적인 정신적 외상들의 흔적들이다. 군대문화, 어쩌고 하는 것도 좋아서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모여 군대 얘기를 지껄이는 이유는 외국에 유학갔다 와서 그 나라의 문화가 좋았네, 안그러네 하는 거랑은 솔직히 차원이 다르다.
 
3-2. 그래서 서로간의 군대경험을 뻥튀기에 하며 깔깔 웃어대면서도 군 면제자가 하나라도 있으면, 즉각 공격적 태도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 또한 정신적 외상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왜 그럴까. 군대를 안가거나 못간 사람을 부러워해야 할 마당에 그들을 못 볶아 먹어서 안달일까. 당한(끌려간) 놈의 억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 가거나 못간 사람 보다 더 우월해 보이려고 가슴을 부풀리는 거다. ‘난 군대가서 개고생하고 있는 때 넌 뭐했냐’고 하면서. 어떻게 표현하든 간에, 그들이 군대를 안가거니 못간 사람들 보다 데시벨이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분명 억울함일테다. 


3-3. 억울함의 시작은 군대를 갔다는 사실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군 면제자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그들이 군대를 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타의로 어쩔 수 없이. 아마도 대한민국의 청년 중 군대가고 싶어 안날 난 사람은 극히 드물것이라는 추정 하에, 군대를 간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그들의 불행의 시작이다. 안가면 잡혀가서 감방 살고 빨간펜으로 밑줄이 그어지는 불이익. 그 불이익을 피하고자 입대하는 것이다. 안갈 수 없는 이유가 없다. 이건 거의 공통이다.

 

억울함의 절정은 안 가거니 못간 사람이 나 보다 조금 더 잘되어 있을 때다(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준은 '상대성'에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개같은 군대 때문에 2년 동안 꼬라박은 거, 게다가 예비군까지 가야 되니깐, 더 미치고 환장하는 거다. ‘씨바, 저새끼 내가 볼 때 건강하구만’, ‘개새끼, 있으면 다야?’ 이러면서.....

 

그러니 자신은 그러한 불이익을 피해서 군대를 갔다 왔는데, 안가거나 못간 사람들은 그런 불이익에 대한 위협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억울함이 절절 끓어 넘치는 거다. 현역을 복무했던 사람이 다시 복무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도, 어느 '미친 놈'이 복무기간을 늘린다고 하면, 그 얘기 한 놈이 군대를 갔다 왔느냐부터 시작해서 까대기 시작하는 이유도, 다 정신적 외상, 이 억울함 때문이다.

 

4. 군 면제,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게끔 만든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 우리 사회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된다’는 희안한 정서가 여전히 남녀노소 모두에게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갔다오면 사람 베려버릴 가능성 더 높은데도 말이다. 결국 군대가 사실 사람 보는 기준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5. 그러나 군 면제자들이 비판하고 있는 건, 이 땅의 모든 군 면제자들이 아니라 가진 자, 있는 놈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의무’와 관련된 사항이다. 그 의무를 나도 하는데, 너는 왜 안하느냐, 그래서 너는 자격있나, 이거다.

 

문제는 가진 자, 있는 놈들은 국민들 대부분이 싫든 좋든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거나 피해가면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거나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많이 버는 놈, 부자가 무슨 죄가 있냐 이거다. 정치만 잘하면 그만이고, 가라 앉은 배 잘 꺼내면 땡이지뭐.

 

땅부자든, 건물 부자든, 현찰이 많든 간에 그들을 까대는 이유는 그들이 싫기 때문이다. 뼈빠지게 정직하게 살아봐 이 모양, 이 꼴인데 그 놈들은 잘 낫 탓에, 부모 잘 만난 탓에, 좋은 대학 나온 탓에 더럽게 잘 먹고 잘 싸고 있으니, 배알이 꼬여도 단단히 꼬일 수 밖에 없다. 기회나, 능력에 따른 평등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부자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낮은 이유가 애초부터 정상적인 부를 축적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군 면제 문제 또한 구린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면으로 결투를 신청하기에는 부족한 나와 같은 인간들이 고작할 수 있는 건 그런 감정을 즉자적으로 동원하는 수 밖에.

 

그런 소심한 마음에, 그냥 이 글은 나만 보고 말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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