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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니다.

1.

 

이어지는 칩거생활은 자의반 타의반.

 

2.7이라는 충격적인(?) 성적공개 이후 집을 못나서고 있다.

 

나서려고 맘먹고 발버둥치면 못나서기야 하겠느냐만,

 

갈등과 분란을 더 이상 일으키고 싶지 않다.

 

 

2.

 

이제는, 좌파도 뭣도, 아니다.

 

내 평생에 유지할 수 있는 정치성의 한계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핑계처럼, 혁명이 더 이상 안될 것 같다느니, 대중에게 실망했다느니 하는 거창유치찬란한 이유는 아니다.

 

그냥, 지쳤기 때문이다.

 

팍팍한 세상에 그나마 숨을 곳이라는 가정에서 온갖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며 기기묘묘한 술책과 대응책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사람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기교와 마음을 쏟아붓는 것도

 

구구절절한 문장과 통찰을 썩어가는 머리 속에서 끄집어내려 낑낑대는 것도

 

짜증나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부대껴야 한다며 계략과 모략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모두 지쳤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마음의 평안을 위해, 이제 나는 더 이상 좌파이기를 멈추려 한다.

 

그냥 꽤-나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일반인 - 우파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그런

 

일반인으로 남으려고 한다.

 

 

3.

 

내가 가졌던, 그리고 가지는 정치성에 대한 마지막 최소한의 존중은

 

적어도, '출세'를 위해 매진하지는 않으려는 선에서 매듭지으려 한다.

 

기만이라면 기만이지만

 

9급 공무원이 되는 한이 있어도 행정고시는 보지 않을테다.

 

최소한 피지배계급의 일원으로

 

그나마 개중에서 살만한 축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피지배계급의 일원으로 남는 것이

 

내 정치성에 대한 나의 마지막 배려다.

 

 

4.

 

그 동안 어떻게든 날 지지보족 해주려 노력하던 동지들과 동기 선배들에게 미안하다.

 

그나마 살아남아 있는 선배라며 찡찡대면서도 얘기 들어주던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나의 결의는 나약했으며

 

나의 말은 공허했다.

 

절대, 절대로 나 같이 되지 않기를.

 

기만적이고 가증스럽더라도 조심스럽게 빌어 본다.

 

 

 

5.

 

그냥 육군으로라도 일단 빨리 군대를 다녀와야겠다.

 

다녀오고나면 9급이든 7급이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지.

 

그 시험에서도 "신원사유로 불합격"이라는 통지가 온다면

 

죽어야 하나.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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