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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피곤한 눈꺼풀을 닫으려 할 때, 버스 노동자 아저씨가 틀어놓으신 라디오 소리가 자꾸 내 귀를 괴롭혀서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들이 논술/구술 준비하면서 챙겨 들으면 좋을 것이라 추천했던 바로 그 방송(우리 학교엔 소위 386 선생들이 많았다). 답답한 세상일이 억지로 귀에 들어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품위는 있는 방송이라 생각했기에 견딜 만했다.
그런데, 아마 무슨 미디어오늘의 누구와 함께 하는 코너였을 것이다. 고려대 학생들이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취득을 저지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전일 고려대 다니는 친구가 이건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고려대 당국이 이건희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고려대다, 그 정도 비상식을 실력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단은 남아 있구나 하면서 흐뭇해 하는데, 이 놈의 손석희가 문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코너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왜' 그 행사를 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시종일관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고려대 당국이 엄청난 저자세를 보였다는 점 뿐이었다. 예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연을 막았을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참 삼성의 힘을 세더라, 뭐 이런 식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고려대 학생들의 투쟁은 그냥 해프닝이 되고,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가진 힘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대조해 드러내면서 한껏 자신과 자기 프로그램의 '진보성'을 뽐내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고려대 학생들이 그 행사를 저지하면서 외쳤을 구호, 외쳤을 발언 같은 것은 한치도 소개되지 않았다. 이게 뭐하자는 건가? 게다가 배석한 미디어오늘 관계자(직위와 이름은 까먹었다)는 "물론 학생들의 행위가, 정당했던 건 아니죠. 하지만 학교 당국 측의 대응은 좀 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는 망발까지 보여 주었다. 아 그래, 한 마디로 말해서 학생들의 행위는 별 정당성도 없는 해프닝이었는데, 다만 중요한 건 삼성 재벌의 힘에 쫄아서 과잉대응한 학교 당국의 문제다? 허 참, 대단한 진보성이시다.
그 저지투쟁에 있어 핵심은 과연 이건희가 그 학위를 받을 만한 인간인가, 고려대는 왜 그 학위를 이건희 따위에게 수여하려는가에 있다. 학교 당국의 대응은 그 이후 문제이다. 그런데 손석희와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그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 오로지 '재벌에게 쫀 학교 당국'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애초부터 이건희가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인간백정이라는 것, 그따위 인간에게 학위를 수여한다는 고려대 당국의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것에 대한 논점은 온데간데 없다.
무노조 경영과 노동탄압의 선구자, 노동자들의 피로 살을 찌우는 흡혈귀에게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데 그것을 저지하지 않는 학생이 학생인가, 난 그것을 묻고 싶다. 손석희는 대답해보라, 이건희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만한 사람인지!! 지금 E마트 노동자들과 삼성SDI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건희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대체 어떤 대학인지!! 이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그 투쟁을 얘기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쾌한 아침이 될뻔했는데, 손석희 때문에 다 망했다. 고려대 학생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며, 당차게 일어선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손석희, 똑바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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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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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손석희가? -_-;손석희님이 국장되고 나더니...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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