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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급투표의 망상을 걷어치워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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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슬슬 여기저기서 투표철에 맞는 계절상품들이 몰려오고 있다. 보수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정쟁의 대표격이라 할 무료급식, 사법개혁 논란은 물론, 진보 진영에도 계절풍은 피해가지 않는다. 항상 이맘때쯤 되면 진보 진영을 휘감는 계절상품, 그게 바로 '계급투표' 논의이다.
간단히 말해 소위 '계급투표'란, 각 사회 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자에게 투표하는 정치적 선택을 지칭한다. 물론 역사상 완전한 계급투표가 이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 조직된 노동자들이 좌파 정당에 투표하여 정권을 구성하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는 유럽 정치 지형을 보고 배운 진보 정치세력들은 이 계급투표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는가가 한 사회의 계급의식의 척도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지는 계급투표에 대한 논의는, 사실 무용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 한국 좌파가 계급투표에 대한 희한한 망상을 걷어치우지 않는 이상 사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계급투표에 대한 논의에서 제기되는 문제의 유형은 항상 동일하다. 원래대로라면 노동자 계급은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여 자본가들과 맞서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다른 요소가 작용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며, 이 교란 요인을 제거할 방법은 무엇일까? 즉 이미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론적 명제와 그에 모순되는 현실 사이의 괴리 사이에, 해명되지 않은 중간 매개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것을 규명, 극복함으로써 현실을 바꾸려는 시도다.
당연히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계급투표 논의의 전제가 되는 명제, 즉 '원래대로라면 노동자 계급은... 투표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과연 이 명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옳은가?
혹자는 이러한 의문을 계급성의 사상 시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노동자 계급'이라는 개념 자체다. 과연 계급이란, 노동자 계급이란 무엇인가? 즉자적/대자적이니, 헤게모니니 하는 골치아픈 말장난은 집어치우고, 간단하게 요점을 조명해 보자. 계급이란 하나의 경제적 범주인가? 아니면 사회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어 구성되는 주체적 범주인가? 만약 계급이 부르주아 통계학자들의 차트 안에 존재하는 행렬의 하나가 아니라면, '원래 이러저러하게 투표해야 하는'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허깨비란 말인가?
요약하자면, 계급투표에 관한 모든 논의는 노동자 계급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세련된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 사회에 즉자적 노동계급은 존재하지만 대자적 노동계급은 미약하다고 얘기할 것이지만, 이것은 단순히 말을 꼬아놓은 유희에 불과하다. 왜냐면 여기서 논자가 말하는 즉자적 노동계급은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경제적 범주를 의미하며, 대자적 노동계급이란 주체적 범주를 의미하는데, 이 논자는 동적인 주체적 범주가 정적인 경제적 범주에 일치해 가는 것을 정상 상태로의 이행이라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결국 정적 범주의 선험적 상정의 오류와 크게 궤를 달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급투표가 아니라, '어떻게 계급이 투표를 하게 할 것인가'이다.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 개별자들의 집합을 관념적인 상태로 다가가게 만드는 방법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개별자들의 산개된 현상태를 새로운 집합적 주체로 양질전환시킬 방법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계급투표의 창출 이전에 일단 계급의 창출이 우선된다는 뜻이다.
결국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물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즉자적 계급이 대자적 계급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교란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나, 자연적 개별자들을 계급이라는 집합적 주체로 전환하는 것이나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여전히 핵심을 빗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양자의 차이는 전환이라는 화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정치의 기반에 대한 전제에 있다. 즉자적 계급을 대자적 계급으로 전환하고 계급의식을 함양하여 이들을 계급투표가 가능한 정치적 집단으로 만든다는 모델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미조직 대중을 하나의 집단으로 상정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 즉 비정치적 집단을 정치적 집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중정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인 대중정치의 기반은 관념적인 경제적 범주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구체적이고 자연적인 개별자들을 어떻게 최초로 집단화시킬 것이느냐에 걸쳐 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에 계급투표에 대한 논의는 금세 노동자 정치세력화니, 이데올로기 투쟁이니 하는 공론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는 결국 개량주의/조합주의로의 길과 관념적 시민운동의 길로 나뉜 갈림길에 좌파 운동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 구도 속에서 정치는 투표행위 혹은 투표행위로 이어지게 되어 있는 인식행위에만 국한되며, 모든 논자들은 과거 리용 면직공들의 투쟁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평했던 브루노 바우어의 오류에 속박된다.
말이 길어졌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질문으로 줄여 보겠다. "지금 한국 좌파 운동이 지방선거에 신경 쓰고 있을 때인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계급의 구성보다 계급투표가 선행한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소위 계급투표라는 것은 계급의 구성이 계급의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패배했을 때 피눈물을 삼키며 선택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동시에 점차 그 안으로 매몰되어 가는 함정이었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계급투표'라는 망령을 좌파의 잔칫상에서 걷어치워라. 지방선거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라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는 보수 세력의 진짜 의제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력을 거리에서 공장에서 고발하라. 대중에게 표를 구걸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라. 만약 우리가 정말로 유효하게 계급을 천천히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어떤 이름도 붙이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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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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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말 다 맞다. 다 맞으니까 니가 꼭 해라~그리고 졸업하면 꼭 공장와라~
길거리에서는 백날 해봐야 안 되니까, 꼭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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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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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창출? 이라니요? 위에 말에 100%공감하지만 계급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또 계급을 만들어야 합니까?이 나라 거의 모두가 노동자 입니다.
다만 자신이 노동자라는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노동자라면 일단 작업복이 생각나고 기름밥이 생각나고.........아직도 이런 허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긴 과거엔 공돌이 공순이 하던 그 시절엔 그랬습니다만 엊그제 공무원노조 출범식을 했는데 과연 어디서 계급을 또 창출합니까?
물론 계급투표라는 사기에는 걸려들면 안되지만 말입니다.
진정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6월 지방선거 끝나면 이명박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 때 부터 시작입니다.
아니 이미 시작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계급정당이 어떤것인지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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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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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노동자//재미있는 분이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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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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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붓//계급, 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좀 더 부언하죠.
본문에서 제가 물었듯 계급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경제학 통계 자료에 나오는 하나의 분류에 불과하다면, 계급은 우리가 생각하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큰붓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나라 거의 모두는 노동자'라고 할 때의 '노동자'는 단순히 통계의 분류, 즉 정적 개념이며 자연적 개별자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총합을 지칭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만약 계급이 그러한 개념이라고 한다면 사회의 변화란 주어진 환경의 총합이 자율적 운동을 통해 알아서 진화해가는 과정이라고밖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이 아니며, 정치적 변화엔 언제나 정치적 주체가 필요한 법이죠.
따라서 저는 계급이라는 개념을 실현되어야 할 정치적 주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둘러싼 환경의 총합, 생산관계는 그러한 주체의 기반인 일반이익을 제공할 뿐 정치적 주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일반의지까지는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따라서 정치적/집합적 주체로 결합하지 못한(루소 식으로 말하면 새로운 사회계약 이전 단계의) 노동자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집단으로서의 계급이 아니라 서로 분할된 자연적 개별자들의 총합일 뿐입니다.
이러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상의 시각을 통해 볼 때만이 현실의 노동자 계층(저는 제가 사용하는 계급 개념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통계적 분류 개념을 구분하기 위해 계층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이 가지고 있는 내적 모순과 어찌보면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을 비의식성의 현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는 경제주의적 의식 현상태에 대한 정치 주체론적 접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노동자 계층 내에 존재하는 일반이익을 인식하고 그것을 집합적인 실천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일반의지에 스스로를 복종시켜 집합적 주체의 일부가 되지 않는 한, 노동자 한 명 한 명은 결국 자기 자신의 즉자적 삶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무력한 개별자에 불과하다는 현실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만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한 무력한 개별자들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나타나는 현실적 양태가 바로 노동조합, 조합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본문에서 논했듯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노동자 계급을 이미 주어진 실체로서 파악할 때 계급정치에 대한 논의는 결국 어떻게 현재 존재하는 노동자 계급을 (대부분의 경우, 자기 파벌 중심으로) 모아낼 것인가라는 형태를 띠게 되고, 사실상 이것은 계급투표라는 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논리 구조를 가집니다. '모아내다'의 방법론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여기서 파생되는 오류로는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겠다는 식의 부르주아적 대리주의, 현실적 노동자 계층의 당면 투쟁 이상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력한 조합주의, 그리고 아주 악질의 경우로는 노동자 개별자들의 현실과 노동 계급의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빠지기 쉬운 냉소주의 등이 있습니다. 이 세 오류 중 어느 하나에 빠지지 않는 경우를 아직 별로 못 봤거든요.
계급투표나 계급정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계급투표를 하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계급이 투표를 하게 할 것이냐'가 문제이듯, 어떻게 '계급정당을 만들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계급이 정당을 만들게 할 것이냐'가 문제죠. 이러한 고민이 현재 분투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가 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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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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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전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계급이라는 개념이 아직 군대식으로 너는 상병 나는 병장 이런식으로 인식이되다 보니까.......
아직 유산자와 무산자를 부자와 가난한자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제 저는 생산자라는 개념이 필요한것 같더군요.
왜냐하면 생산자개념이 도입되지 않으면 계급을 잘 모르거든요.
어쨌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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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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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슴다. 제가 보기에도, 아무리 통계상 노동자로 분류된 주민이 대다수여도, '계급형성'을 촉발하는 단결력과 응집력을 발휘할 공통적인 '문화' 형성과 맞물리지 않으면 민주노총 같은 데서 즐겨 써온 계급투표라는 말은 동원형 투표, '우리부족끼리' 투표를 넘어서기 힘들어 보이네요. 근데 87노동자란 분은, 대체 뭐하는 분인지..ㅜ;; 그렇게 빈정거릴 시간 있으면 토론을 제대로 하시든가요.부가 정보
목짧은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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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 책은 vol.19로 하고, 칼슈미트는 교보에서 유일하게 품절되지 않은 [파르티잔]으로 하려고 한다. 적당히 30일쯤 주문해서 다음주쯤 받아서 바로 보낼건데 불만이나 요청사항 있으면 전화로 해라.---------------------------------------------------
주문했음ㅋ 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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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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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다른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주소만 남긴다. 충청북도 청원군 남일면 쌍수리 사서함 335-9 헌병중대 헌병반 이병 김경필부가 정보
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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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짧은기린// 쌩유베리감사!경필// 우왘ㅋ오래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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