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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단상

온 나라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 때문에 들썩인다.

 

매일 과학강국, 과학강국 외치더니 겨우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왔다 이건가.

 

라엘리안 무브먼트인가 하는 애들이 인간복제 실험 성공했다고 했을 때 줄기세포 연구 논란 불붙였을 땐 언제고 -_-;;;

 

그 논쟁 후 전국민의 국론이 줄기세포 연구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아닐텐데;;(아...난 반대하진 않는다)

 

어쨌든, 또 한동안 시끌시끌하겠지.

 

 



하지만 이 들썩임이 일견 짜증이 난다.

 

서울대에서 월급이랑 연구비 잘 받아타먹고 있고, 아마 조교들과 조교수들에 대한 미시권력 역시도 마음껏 향유하고 있을 교수가 세계 '최초'로 연구성과 하나 낸게 그렇게 전국민이 떠들썩해야 할 일이란 말인가.

 

솔직히 황우석이가 줄기세포를 갖고 지지고 볶고 뭘 하든 나랑은 별 상관이 없다.

 

물론 난치병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게 황우석이건 존 코너건 나랑은 별 상관이 없다 이거다.

 

밥먹을 곳이 없어서 바람이 불면 모래를 씹고 비가 오면 물말아 먹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삶에 황우석은 별 도움이 안된다.

 

그 잘난 황우석이가 연구하는 서울대, 등록금이 최소 200만원을 돌파한 그 서울대에서 살인적인 등록금과 학점경쟁 속에 말라죽어가고 있는 지성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

 

대체 사람들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없는건가.

 

사람이 죽어가는 일에는 꼴같잖은 경제 그래프의 수치 몇 개, 선 몇 개로 정당화하고 금세 잊어버리면서, 어디 사는지도 모를 과학자 한 명이 올린 연구성과에는 열광을 못해 별 생쑈를 다 한단 말인가.

 

하기사 그 생쑈를 하는 건 사람들이 아니라 언론일지도 모른다. 그치만 이제 언론 탓을 하는건 지겹다 -_- 어쨌든 왜 그 언론의 생쑈에 넘어가느냔 말이다.

 

이 쇼에 묻어나는 짙은 국가주의의 악취를 굳이 또 언급해야 할 필요는 없으리라.

 

'과학강국'... 대체 어느 과학이 '강국'을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아인슈타인이 울고 갈 일이다.

 

그래,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서 영국은 그리 대제국이 되었단 말이냐?

 

오늘 라디오를 들으니 황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성과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더라.

 

그럼 그 신약은 누가 만들까.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서 얼마나 비싸게 팔릴 것이며, 그 돈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까.

 

....작금의 에이즈 정책, 항암제 정책을 보면 눈에 뻔히 보이는 것 아닌가?

 

전인류의 보물이 되어야 할 지식과 연구성과는 아마 또 누군가의 독점물이 될 것이다. 그 누군가는(황교수 자신이 될 수도 있겠지) 비싼 돈을 받으면서 그 독점물에 대한 권리를 팔 것이고, 그 권리를 사들인 거대자본은 그 뽕을 뽑기 위해 열심히 제약노동자들을 착취할 것이다. 아마 난치병에 효과가 있는 신약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에 팔릴 것이고(그리고 십중팔구 보험처리는 안될것이다), 팔린 돈은 그 약을 만든 노동자들이 아닌 거대자본의 탐욕스런 배때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결국 엄청난 돈을 손에 쥐는 것은 독점자와 거대자본이요, 피가 터지는 것은 노동자와 환자들일 뿐이다.

 

물론 어쨌든 환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저렇게밖에 안될까? 황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저렇게 사용되길 원할까?

 

돈있는 자는 살고, 돈없는 자 죽는다. 신약이란 환상적인 이름은 노동자와 서민들에겐 현실 속의 이름이 아니다.

 

그리고 저 긴 과정 속에서 돌고 돌아 독점자와 거대자본의 입에 들어간 돈 덕분에, 국가경제가 살아난다고들 하겠지....

 

원래 '국가경제'란, 독점자와 거대자본의 배가 부를수록 살아난다고들 하는거니까 말이다.

 

이제 일반인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초고도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자본에 복무한다.

 

하지만 진정 현대의 과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양심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인가.

 

.....일견 우울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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