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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분노를 잊었는가

맑스는 저 유명한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 "비판의 본질적 파토스는 분노다"라고 언급했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분노가 결여된 공간에서는 어떠한 비판도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지금 이 땅에서 그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21세기 백주대낮에 경찰에게 사람이 맞아죽었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인의 감성 상 용납되지 않는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가, 아니면 주체할 수 없는 열광 속에서 가려진 한 과학적 연구의 맹점들을 짚어낸 한 언론매체에 분노하고 있는가.

 

거리에서, 사업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가.

 

그들은 정녕 분노를 잊었는가? 어떤 사건 앞에서,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화를 내야 하는지 정말 잊었단 말인가? 그들은 자신의 삶을 옥죄고 형제자매들을 죽이는 것들에 대해선 허허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고, 대신 자신과는 상관없는 어떤 과학자의 명예에 대해선 불같이 화를 내 줄 정도로 성인군자가 되었단 말인가?

 

그들의 모든 권리가 부정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이제 화를 낼 권리마저 잊어가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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