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메이데이 유감 2

작년에도 '메이데이 유감'이라는 글을 썼었다.

 

그리고 올해, 3학년 학생회장으로서 참가한 메이데이에서, 들불을 꺼트리는 절망의 찬 비는 여전히도 바뀌지 않았더라.

 

올해는 내가 포스트 올리는 타이밍을 좀 놓쳐서인지, 상당수의 블로거분들이 이미 메이데이에 대한 온갖 불만을 풀어놓으셨다.

 

그래서 한 얘기 또 하기는 좀 그렇고... 올해는 전학투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까 한다.

 



일단 전국학생연대회의-전국학생행진 계열은 올해 관악 교투와 고대 교투 때부터 정이 매우 떨어졌다... 맨날 별 희한한 프랑스어나 읖조리면서 대중의 수동정서가 어쨌네 역능이 어쨌네, 대중운동을 해야 되네 씨부리는 것들이 실제 투쟁을 해야 할 때는 어찌도 그리 관료적이고 대중 추수적인지...

 

솔직히 올해 관악 교투는 연대회의-행진 계열, 그 민중주의 좌파 계열에서 다 말아먹은거나 다름없다. 3월 초에 수정된 총투표-동맹휴업 안건이 통과되었더라면, 그럼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우들에게 알려 나갔더라면, 우린 분명히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단 4일 동안의 선동을 통해 3500표를 모은 셈이니까...

 

그런 놈들이 전학투위를 꾸린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게 웬걸? 기조부터 엉망이다.

 

1. 첫번째 기조, <신자유주의 반대>는 이제 식상할 따름이다. 이 민중주의 좌파들의 마지막 결론은 항상 그것- "이게 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무슨 임요환이냐? 걸핏하면 신자유주의 때문이게?

신자유주의 반대, 좋다 치자. 그렇다면 그네들이 신자유주의 분쇄를 위해 대체 뭘했단 말인가. 진짜로 그네들은 거리에서 학생들이 교육재정 확충이라는 개량적 구호를 외치며 뛰어다니면 신자유주의가 박살난다고 믿는 것인가? '계급 없는 정치'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이제 어떠한 정치적 기획에도 계급은 필요없다고 믿게 된 것인가? 웃기는 노릇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공문구를 여러 번 외치면서 거리를 내달리면 신자유주의가 박살나냔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이미 그들 안에서 물신화되어, 저기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 어디쯤의 상공에 떠 있는 거대괴물 정도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나 보다.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성립과 재편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언제 국지적인 노동계급 투쟁을 배제하고 이루어졌던 적이 있단 말인가?

결국 노동계급 투쟁과 유리된채 외쳐지는 신자유주의 반대 구호는 한-미 FTA 반대라는 말만 거창한 구호와 연결되고, 이는 애국주의적 반대담론과 극적인 조우를 한다. 대체 전학투위가, 전국학생행진이 외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는 우리 자본을 침탈하기 때문에 안 좋다는 얘기였나?

 

2. <미제국주의 동북아 질서재편 저지>는 최고로 개념없던 기조였다. 아니, 한총련이 전학투위 꾸리게 된 줄 알았다니까?

미제국주의 헤게모니 중심의 세계화는 경제 세계화와 군사 세계화의 양 축을 두고 진행된다는 분석은 쌍팔년도 신식국독자 논리에서 한 걸음도 더 못 나아간 논리일 뿐이다. 게다가 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질서 재편을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혹 그런 분석이 남미나 동남아에서 나왔으면 모르겠다, 여긴 21세기 한국이 아닌가? 과연 현 남한 사회가 미제국주의 헤게모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초과착취되는 제3세계에 속하는가?

남한 사회의 계급적 핵심고리는 제국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다. 남한 자본은 미제국주의 자본에게 수탈당하여 남한 민중을 초과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당당히 거대자본으로서 나서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착취를 단행하는 것이다. 결국 민중주의 좌파의 쌍팔년도 정세분석은 운동을 쌍팔년도로 후퇴시키고, 남한 사회 내부에서의 계급투쟁 전선을 흐려지게 한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평택의 정세가 너무나도 급했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국가폭력 반대나, 우리 민족의 땅 지키기 같은 구호로 만족했단 말인가? 계급적 구호와 계급적 실천들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게다가 전학투위는 전국에서 민중들이 죽어가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려고 했단 말인가? 평택의 농민들이 급한만큼 다른 곳에서도 급박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결국 문제는 핵심고리에 대한 분석이 아닌가?

 

3. <불안정 노동 철폐>? 난 이 사람들이 왜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굳이 안 쓰는지 알 수가 없다. 정규직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들려서 그런가? 어쨌든, 이 구호는 구호 자체만으로는 별로 태클 걸 게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전학투위에 결합한 행진 계열 학생회장들이 나와서 KTX 여승무원 얘기를 할 떄마다 구역질이 나는 걸 금할 수 없었다. 우리 반은 KTX 여승무원 노조와의 집중연대를 실천해 왔고, 특히 KTX에 강하게 연대하고 있는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라는 조직과도 소식통이 있어서 아는데, KTX 여승무원 얘기를 하던 그 행진 계열 학생들이 실제로 연대하는 꼴은 거의 볼 수도 없었다. 농성장에 힘내시라는 자보 하나만 붙여놓고 가면 다란 말인가? 게다가 이번 전학투위 일정에는 실제로 전국에서 힘차게 비정규직 전선을 이끌 수 있는 일정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 불안정 노동 철폐? 말이나 못하면.

 

원래 기조 하나하나를 다 비판하려고 했는데, 세 개 쓰고 나니까 지친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저지와 노무현 정권 반대에 대한 비판은 나중에 쓰던가, 아니면 읽으시는 분들이 알아서 재구성하시길.

 

작년에 쓴 '메이데이 유감'을 보니, 민주노총 차원에서 거리행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 놓았더라.

 

헌데 올해에는 전학투위도 행진하지 않았다. 결국 올해 메이데이에 서울시내에 행진이란 없었다.

 

....

 

그러나 우리에겐 저 개량주의-민중주의의 합주 콘서트로서의 메이데이가 아닌, 투쟁하는 메이데이가 있기에, 작년처럼 들불을 비관하진 않겠다.

 

작년에는 청주의 메이데이가 있었고, 올해에는 현대 하이스코 노동자들의 양재의 메이데이가 있지 않은가.

 

그래, 계급투쟁 전선에 설 수만 있다면, 들불은 꺼지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