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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잘 지내셨나요?^^

명절 하면 늘 데면데면하게 넘겼는데...

이번 설은 그나마 좀 덜 데면데면하였다.

설 전날에 울 엄니와 같이 일을 하는 것도 즐겁고 재미났다.

동생네 식구들은 멀리 나가 있어서

온전하게 나와 울 엄니랑 딸랑 둘이서 차례 음식을 만들었다.

뭐, 물론 내가 제사 음식을 만든 건 아니고^^....

옆에서 시다 역할만 했다.

엄니 음식하는 거 어깨 넘어로 보는 것도 잼 있었다.

전에 튀김가루며, 밀가루 입히는 것도 좋았고,

설거지하는 것도 좋았다.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리고 내가 집에 가기 전에

울 엄니께서 미리 다 준비를 하셨기 때문에

오후 2시 좀 넘어서 일이 다 끝났다.

노친네랑 주거니 받거니 이바구하면서 하는 일의 재미란 찬 쏠쏠한 것이었다.

울엄니 하시는 말씀...

- 지금 요거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옛날엔 우째 했는강 모르지...

그때는 참...

 

이전에는 옛날 얘기하면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 옛날 얘기가 삼탕, 사탕해도 잼났다^^...

테레비 재탕, 삼탕하는 건 아에 보지도 않았다!

울 엄니 시집 산 얘기며, 살아온 얘기를 듣자면 참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예를 들자면...

울 엄니 서울 올라오시기 전에,

그러니까 울 엄니께서 맏며느리이셨는데...

그리고 딸랑 며느리 혼자셨는데...

온갖 제사 음식을 몇 날 며칠을 혼자 만드셨고,

온간 빨래는 혼자 다 하시고,

온 식구의 명절 빔도 다 챙기셨고...

(이러고 보니까 울 할머니 욕하는 거 같네... 그래두 뭐 어쩔 수 없다) 

 

뭐... 국민학교 다닐 적엔

아예 애보기로 정해져서 허구헌날 애만 봤단다, 조카들...

요즘 그 조카들이 울 고모 하며 챙기지만,

그 당시엔 애 보는 거 때문에 학교 시험공부도 못 하였고,

나가 놀지도 못해보셨단다...

그 시대에 어떤 어머니라도 안 그랬겠냐마는...

듣는 나로서는 참 열 받는 얘기이다.

그래서 <이런, 우째 그런 일이...!> 하면서 열을 내며 맞장구를 친다.

허긴 그런 얘기를 누구한테 할 수 있었을까...

이제 나를 붙들고서 그런 얘기를 하시는 걸 보면...

맘이 짠해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저녁엔 울 엄니...

주말 드라마 삼매경에 빠지시고,

난 드라마 별루 관심 없어서...

목이 뻐근하게 아프도록...

아마도 다섯 시간 넘게, 그러니까 한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뭐 하고 있었냐 하며는...

ㅋㅋㅋ...

컴퓨터 게임인 <프리셀>과 <지뢰잡기> 삼매경에 빠졌더랬다^^.

(요 게임은 조만간 지워야 한다!!! 아주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다...ㅠ...)

 

설날 당일...

아침 차례상 올리고 차례 지내고,

떡국 먹고...

그런데 아주 빌어먹을!!!

십년 넘도록 발도 안 대던 친척들이 몰려 온다고 했단다.

(나~안! 친척 하고 아주 안 친하다!!! 울 아버지 하고도 안 친한데... 그 형제들이야...)

잽싸게 짐을 싸서 학교 가려고 옷 갈아입고 있는데~~~~에!

벌써들 오고 XX들이다.

아예 가방 들고 나와 버렸다, 본 체 만 체하고.... 

 

학교 와서 점심 쫄쫄이 굶고...

(오다가 보급 투쟁을 했어야 헸는데, 깜빡 잊어 버리는 바람에...)

저녁엔 연구회 친구를 만났다.

몇 년 동안 소식을 몰라 궁금하고 점 애가 탔던 친구인데...

연구회에서는 아예 천사표라고 이름난 친구였다.

연구회 모임 있을 땐,

하여간 선배들이 그를 찾느라고 난리인 친구다.

왜 찾냐하면...

다 자기들 하소연에,

자기들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군말 없이 다 들어주며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몇 년간 사라졌다가 이번 연구회 신년회 할 때 처음 보았다.

그 친구는 아주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누구에게나 다 그런다^^. 아마 나도 은연 중에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난 절대로 하소연 같은 거 안 하고 잼난 얘기하려고 갔는데...^^)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다.

 

그 친구는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그런 걸 너무 잘 안다.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나 행복하다는 사람이다.

그 친구는 아이들의 교육에 너무나 많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도시보다는 시골에 가서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주 여성 노동자들,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의 삶에 관심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어서 폐교를 사서 아이들 도서관을 만들고 어머니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랑방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한 일 년간 폐교를 보러 다녔단다.

그런데 시골에 아이들이 없어서,

그리고 폐교를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변산에 있는 윤구병 선생님이 만드신 대안 학교에 한 7개월 가량 있다가

서울로 올라 왔단다...

자신의 꿈을 다시 펼쳐 보기 위해서...

하여간 그 친구의 얘기를 듣는 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둘이서 수다를 막 떨다보니 밤 11시...

6시에 만났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더랬다^^...

 

12시에 울 엄니한테 가서 자고,

오늘 학교를 나와서 이 이야기를 쓴다...

 

울 엄니와 그 친구에게 고맙다^^...

올만에 즐거운 명절이었다.

 

덧글> 여전히 자본과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경찰에 의해 살해 당한 용산 철거민과 그 유가족들,

그리고 맘 편히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모든 분들께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즐거운 명절을 보낸 내가 가족과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는 쥐박이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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