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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가리와 나쁜 대가리..

일요일에 학회의 노선배 모친상 문상을 갔다.

거기서 아주 오랜만에 선배 한 분을 반갑게 만났다.

그 선배가 수염도 안 깎은 내 몰골을 보더니만 한마디 하셨다.

- 옛것을 좋아하는가?

- 네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이 선배께서 가방에서 무엇을 하나 꺼내어 나에게 건네신다.

책이다.

그러고선

- 너를 보자마자 너와 이 책이 참으로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준다.

알라딘에서 일천 원 주고 산 책인데, 소장하려고 산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었는데...

책 이름은 <매월당 김시습>이다. 이문구 선생께서 1992년에 쓰신 역사소설이다.

처음 부분을 읽었는데, 통쾌한 부분이 있어서 옮겨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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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은 소주 두 종발을 거푸 들이켰다. 안주는 정인지의 소식(정인지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 좋은 대가리를 좋지 않게 굴리는 것은, 나쁜 대가리를 나쁘게 굴리는 것보다 훨씬 흉악한 법.

선행이 조심성 있는 어조로 곁다리를 들었다.

- 그이는 그래도 다소의 독서와 저작은 있지 않습니까.

매월당은 웃으면서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광에 추수를 모두 쟁여 놓았는데 쥐란 놈이 벽에 구멍을 내고 드나들면, 그 쥐구멍이 광의 통풍을 돕게 되니 다소의 득도 없지 않다는 말이것다.

선행은 점직스러운지 입을 다물었다.

매월당은 따라 놓은 잔을 비우고 나서 애써 성미를 누그려가지고 말했다.

- 인지는 그 다소의 독서와 저작으로 인하여 그 동안 쌓아올린 악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니, 광에 뚫어 놓은 쥐구멍도 공덕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구나.

매월당은 취기가 오른 뒤에도 어조에는 높낮이를 두지 않았다.

- 대저 사람이 산에 오르면 먼저 그 높은 것을 배우려고 할 줄 알아야 하느니. 또 물을 만나면 그 맑음을 배울 걸 먼저 생각하고, 돌에 않으면 그 굳음을 배울 걸 생각하며, 소나무를 보게 되면 그 푸름을 배울 걸 생각하고, 달과 마주하게 되면 그 밝음을 먼저 배울 걸 생각하는 태도가 바로 대가리를 제대로 굴릴 줄 아는 자의 모습이니라. 허나 장차는 저 인지를 따라가서 대가리를 제대로 굴리려는 자가 매우 드물 터인즉, 두고 보면 알려니와 필경 산에 오르면 먼저 그 편한 길부터 알고자 기웃거리게 되리. 또 물을 만나면 그 흐름에 얹힐 꾀를 궁리하게 되고, 돌에 앉으면 그 차가움부터 생각하게 되며, 소나무를 보면 그 오래 사는 수를 생각하게 되고, 달을 마주하면 그 은밀함을 생각하게 되어, 좋은 대가리를 좋지 않게 굴리려는 자가 비온 물꼬에 송사리 몰리듯이 꿇을 터이니, 이것이 무엇인고. 이것이 장차 이 백성들에게 뿌리 내릴 불운의 싹이 아니겠느냐.

선행은 저만치에서도 들리게끔 숨을 내리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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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 이문구 씀, 문이당, 1992, 30~1쪽에서 발췌

 

나는 좋은 대가리일까... 아니면 나쁜 대가리일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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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서울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이별이 희망이다...

감기와의 아름다운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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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니!!

올해 들어 크게 앓았다, 두 번씩이나...

1월 초에 8일을 꼼짝도 못하고(밖에 한번도 나가지 못한 채) 끙끙 앓았다.

그런데 2월 들어서, 정확히는 2월 1일부터 2월 16일까지 밖에 한 번도 못 나간 채,

감기 몸살로 된통 앓았다..

올 겨울은 앓다가 볼 일 다봤다...

오늘은 정말 큰 맘 먹고 학교 도서관에 왔다..

집에 들어가기가 겁난다..

내일 또 퍼질까봐...

 

혼자 있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같이 있는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오타쿠(?)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집에 처박혀 있으면 집밖에 나오기가 싫다..

나오기 싫어서 집에 처박혀 있으면 또 얼마나 한심한 모습을 보게 되는지...

햇볕 잘 드는 따뜻한 남쪽에서 살고 싶다...

 

내일도 무조건 나와야지..

근데 나올 수 있을까..

두렵다.. 공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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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연속 학교에 나오고 있다.

반길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오후 늦게나 학교에 나오고 있다..

아침에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음 주부터 개강이며, 1교시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생활을 '전회'해야 할 듯...

그리고 다시 운동을 재개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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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

<<목격자들 2>>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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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가득 찬 뭇별이 모두 하나의 세계라네. 별들로부터 본다면, 지구 또한 하나의 별이지. 단 하나의 중심 따윈 없네. 무한한 우주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중심이니, 지금 여기에서 중심의 삶을 충실히 살고 정성껏 이야기 나누면 그것으로 아름답네."

 

(4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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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

<<목격자들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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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곳과 통한다. 또한 바다는 모든 곳으로부터 끊어진다' 이 문장 어떠한가?"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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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음

<<목격자들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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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선생(담헌 홍대용-글쓴이 삽입)의 타고난 천재성을 높이 사지만, 나는 그의 한결같음이 탁월함의 가장 중요한 발판이라고 믿는다. 김진도 일찍이 말했다. 한결같지 않은 이는 천문을 관측하기 힘들다고. 좋든 싫든 꾸준히 밤하늘을 우러른 이에게만 밝은 별은 더 밝게 보이고 어두운 별도 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라고.

 

(1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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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론적(Transzendental)인 것

<<열하광인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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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강산도 모르고 그림도 모르는구려. 어디 강산이 그림에서 나온 것인가. 그림이 강산에서 나왔지. 흔히들 흡사하다느니[似] 같다느니[如] 유사하다느니[類] 닮았다느니[肖] 똑같다느니[若] 하는 말들은 모두 같다는 의미를 말함일세. 그러나 비슷한 것으로써 비슷한 것을 비유함은 실은 같은 듯해도 같은 것이 아닐세.

 

- 박지원, <관내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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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계속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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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도도하게 유행하는 풍속을 싫어하고 마음의 본바탕이 자유롭고 트인 것을 좋아하여, 뜻을 굳건히 지키고 운명을 믿어 담담히 욕심이 없으며, 쓸쓸한 오두막집에 살면서 빈천을 감수하였다.

- 박지원, <형암 행장>

 

(291쪽)

 

덧붙이는 말 : <형암>은 이덕무의 호이다. 또한 청장관이라는 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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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계속 같은 책(<<열하광인>>)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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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끼는 소리는, 어떤 이들은 그것도 소리냐고 비웃지만 분명 내 귀에는 똑똑히 들리는 소리는, 글자를 쓰는 붓 소리다. 점을 찍을 때 획을 내리그을 때 둥글게 감아 올릴 때 붓이 내는 소리는 모두 다르다. 서책을 펴 먼저 서체부터 살핀다. 글자 위로 붓이, 그 붓을 잡은 손이, 그 손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필사의 즐거움은 단순히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옮겨 적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글자의 의미를 새기기에 앞서 종이를 메워 나가는 붓 소리를 듣는다. 비 그친 하늘을 낮게 나는 제비처럼 날렵한 소리도 있고 바위로 누르는 무거운 소리도 있다. 이덕무처럼 작디작지만 맵시 있는 소리도 있고 박지원처럼 호방하고 거칠지만 짚을 건 다 짚는 소리도 있다. 그 소리를 하나하나 되살리며 붓을 놀린다. 어떤 놈은 전혀 다르다. 방금 쓴 글자를 그어 버리고 다시 벼루에 먹을 찍는다. 눈을 감고 허공에 글자를 쓴다. 손목에 힘을 빼고 두 어깨를 가지런하게 맞추고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면서 쓰고 또 쓰다 보면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글자를 적어 내려간 지은이의 심정까지 잡힌다. 밤을 꼬박 새워 필사를 해도 지치지 않는 까닭은 새로운 소리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지은이가 만든 소리를 내 서책에 옮겨 오는 작업은 거문고를 뜯고 폭포 속에서 소리를 가다듬는 일과 다르지 않다.

 

(168~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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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문장

계속해서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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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가 부러웠던 것은 문장과 문장이 걸쇠로 단닪히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가장 멀리 가장 높이 혹은 가장 색다르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완벽하려면 보폭을 좁게 하고 호탕하려면 틈이 생기더라도 보폭을 멀리 두라 했건만, 이 서책은 보폭이 넓되 틈도 없다. <<열하>>를 읽기 전에는 나름대로 내 문장에 자신이 있었다. 명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하다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온통 흔들어 버렸다. 문장은 단순히 글자들의 합이 아니었다. 문장은 지은이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문장은 즐겨 외우며 내 삶에 적용시키는 거울이 아니었다. 문장은 놀라운 변신 그 자체였다. 나무가 그냥 서 있을 대는 나무였지만, 강으로 첨벙 뛰어들자 배가 되었고 구르니 바퀴가 되었으며 타오르니 횃불이 되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변신의 극한을 보여 주는 문장이야말로 참 문장이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로 넘쳐났고 나는 그 앞에서 내 문장을 잊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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