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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귀용 조합원 동지. 편히 쉬소서...

 

어제는 참으로 추웠습니다.
내일은 더 추울꺼라 합니다.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온다해도 우리의 마음은 따뜻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또 한 명의 조합원 동지를 잃었습니다.

 

그는 낮에는 나무에 못을 박고 밤에는 하우스에서 야채를 키웠습니다.
싱싱한 야채가 있으면 나눠주려했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같이 먹으려 했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투쟁의 거리가 있다면 마다않던 인정 많은 형님이셨습니다.

 

암 선고를 받은지 6개월...
자신이 죽을 운명에 놓인 것도 모른체 암덩어리의 고통에 지쳐 온 병실을 헤메며 소리를 질러 환자들이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2002년 노동조합의 겨울 총회에서도
2003년 공안탄압 분쇄를 위한 명동성당 천막에서도
조합원 동지들이 연행된 안산경찰서에서도
그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왜 노동조합에서 그 문제를 간과하는가?
왜 노동자 예수를 섬기는 신부가 우리의 천막을 철거하려 하는가?
왜 조합원을 잡아가는가?

 

35년전 열사 전태일도 그랬습니다.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그의 절규가 없었다면, 그가 침묵만 지키고 있었더라면, 지금의 노동운동이나 전태일 거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시끄럽게 떠들고 소리 지르고 투쟁을 해야 사람들은 우리를 관심있게 쳐다봅니다.


50년 넘게 살았지만 사랑하는 딸의 결혼식도, 손주를 안아보는 행복도 못 가져가고
그는 꿈처럼 사라졌습니다.

 

노동자가 아프면 산재입니다.
돈이 없어서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평생 현장에서 못을 박고 살았지만 가난에 짓눌리는 이 세상에 대해 동지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만이 아닙니다.

 

고 문귀용 동지에 대한 애도는

우리 건설노동자 투쟁의 연속이며 노동해방에 대한 약속이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는 동지가 한잔 술에 취해 뭐라 알수 없었던 고함 소리도
억세게 팔뚝질하던 그 모습도,

경찰에게 무작정 달려들던 그 모습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웃으며 소주 한잔 하자던

궂은 일이면 마다하지 않던 그 모습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지를 가슴에 새기고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쟁취될 수 있도록

더 이상 인간이 인간의 권리를 박탈하지 않는 세상의 건설에 앞장서겠습니다.

 

동지 잘가시오.
세상의 못다한 것들일랑 놓으시고 잘 가시오.
노동해방 새세상에서 다시 살아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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