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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6
    두개의 검은 리본
    건설현장을 바꾸자

두개의 검은 리본

 

근조 열사정신 계승, 아직도 하중근 열사의 검은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는데 또 하나의 검은 리본을 단다.
정해진 열사의 “단체협약 정당하다. 유해성을 구속하라!” 마지막 유언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된다. 이 짧은 유언 속에는 비정규직 건설노동자가 단체협약을 하기까지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과 구속 그 피에 젖은 절규가 담겨 있다.

2003년 건설노조의 조직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했던 것이 공갈협박 금품갈취의 더러운 죄목을 덮어 쓰고 파렴치범이 되어 구속되어야 했고, 2005년 울산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에서 50명이 넘는 노동자가 폭도로 몰려 구속되어야 했다. 2006년 포항과 대구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데 100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감옥을 끌려가고 수십 명이 벌금형과 불구속 재판에서 집행유예의 족쇄를 차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하중근 열사는 경찰에 맞아 죽었지만 아직도 죽은 자는 있어도 죽인자는 없고 그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타워크레인은 매년 단체교섭을 할 때마다 구속을 각오하고 하늘과 맞닿은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해야 하고, 덤프노동자들은 단체교섭, 현장활동을 할 때마다 구속되어야 했다.
비정규직, 건설일용직,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조합은 결성하였으나 단체교섭은 마치 범죄행위가 되어 구속과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이 현실 속에서 고 정해진 열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이 깜깜한 절망에 희망의 불을 밝히고자 했다.
 
고 정해진 열사가 분신을 결심하기까지 영진전업 유해성과 사용자들은 민주노총 탈퇴서와 근로계약서 두 장을 놓고 한 장을 쓰라고 요구하며 120명이 넘는 파업대오를 분열시켰고, 또 한국 노총 가입서와 사직서를 놓고 둘 중에 한 장을 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오직 노조파괴에만 급급했던 사용자들의 횡포와 억압속에서 130일이 넘는 동안 파업대오는 속수무책으로 이탈자가 생겼고 사장놈은 돈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며 기고만장해서 급조된 한국노총 구사대를 동원하여 급기야 텐트 농성장을 침탈하였다. 이대로 주저앉고 이대로 물러선다면 다시 사용자 놈들의 요구대로 산재를 당해도 치료도 보상도 요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돈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산재가 발생하면 쫓겨나야 하는 그 끔찍한 회사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 정해진 열사의 분신은 인천 전기원 분과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이미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문제였다. 단체교섭을 체결하고 유해성이 구속되는 것으로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도 안된다. 열사의 염원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서둘러 이 투쟁을 접는다면 제2의 제3의 정해진 열사는 또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구속되어 가거나, 경찰에 맞아 죽거나,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붓고 불꽃으로 살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멍든 가슴에 앞으로도 몇 개의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지 두렵고 두려운 일이다. 이 공포스러운 일은 바로 800만 비정규직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한 그래서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로 투쟁을 확장시키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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