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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들다~

하하.. 나도 문명인이 된 기분이다. 오늘 드뎌 블로그를 만들었다.

 

한동안 세상사에 무심하게 살다보니, 그 기간이 3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남들이 가지고 누리는 몇가지 것들에 대해 낯설음을 심하게 느낄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칼라에 오케스트라같은 화음을 내는 카메라달린 핸드폰.

내가 쓰는 핸드폰은 플립형 모노크롬에 삐리리하는 기계음이 약간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6년쯤 된 모델이다. 친구들은 내 핸드폰을 무척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 녀석들 중에 몇몇은 분명 내가 이 날씬한 화이트 플립형 폰을 샀을 때 한주먹으로 쥐기 힘든 까만 무기(Weapon)대용 핸드폰을 갖고 있었을텐데....

사진을 찍어대는 친구들을 보면 어린애처럼 카메라폰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로 하지만

지금쓰는 것을 버리는데 이상한 죄책감이 든다.  환경을 생각하는 천사가 가끔 한쪽 머리위에서 깜빡깜빡..  또 큰 불편함도 없다. 고장날 때까지 그냥 쓸 생각이다. 친구들은 바꾸라고들 하지만...

 

메신저는 3년전쯤부터 무척 대중적이 된 걸로 기억한다. 난 최신 기술이나 뭐 이런데 관심이 없고, 일하다보면 메신저 갖고 놀 짬도 없다는 생각에 써 본 일이 없었는데, 내가 한 3년쯤 잠적했던 사이 사람들에게 메신저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한물 간 느낌까지.. 술자리에 나갔을 때 근무시간에 서로 다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끼리 메신저로 주고 받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 무척 놀랍고 한편으로는 소외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난 메신저를 안쓴다. 왜냐면 알기가 귀찮아서..또 큰 불편도 없고.

 

또하나 낯선 것은 블로그였다. 블로그가 뭔지 몰랐다.  하는 일이 생기다보니, 블로그는 모르면 불편한 부분이 되었다.  업무상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블로그 이야기를 꺼내는 거다. 헥헥...난 모르는데. 모르는 말이 나오자 난 당황했고, 그 전후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만들었다.

본래 일과 관련없으면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게으름과 안달복달하며 여유없게 사는  내게 칼라 핸드폰과 메신저는 그렇다쳐도 블로그는 외면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핸드폰과 메신저는 게으름쪽에 무게가 실리는데, 블로그는 안달복달쪽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쩝.

그런데 만들고 나니가, 마치 나도 문명인이 된 것 같아 즐겁다. 심하게는 어떤 희열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무슨 증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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