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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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나키즘, 직접행동,  코뮌... 이런 말들에 관심이 간다.

관심을 가진 건 좀 더 오래 전이지만

이전에는 그저 관심에 그쳤는데 근래에는 자꾸 가슴으로 스며든다.

틈틈이 도서관에서 관련 책이나 글들을 훑고 있는데

미미하지만 심장이 뛰는 걸 느낀다.

다시 뭔가를 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나 할까....

이라부 시리즈로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드뎌 읽어냈다.

국가 따윈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운동권 과격파 출신 아버지의 낙원찾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작만큼이나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하지만 그냥 잼 있는 책이라고 치부하기엔

최근의 그런 관심 때문인지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닌 듯 싶다.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일본사회의 문제점(비단 일본뿐만은 아닐터)과

그에 반하는 독특한 세계관이 매력적이고, 깊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어떠한 권력과 지배도 인정하지 않고

낙원을 찾아 직접행동하는 아버지의 삶의 의미와

그것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아들 지로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것들에 대한 희망을 품게한다.

비교적 심심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러한 희망 만으로도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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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나 지겨워 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뭔가 재미난 것, 혹은 스릴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고만 싶어진다.

그러나 현실이란,

그저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걷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정도....

그래서 영화를 봤다.

"맨 온 와이어"라고

 1976년 미국의 쌍둥이 빌딩을 줄타기로 건넌 필리페 페티와 친구들의 과정을 담은 다큐이다.

쌍둥이 빌딩을 줄타기로 건넜다는 사실도 재미있지만,

영화 자체도 당시의 영상과 사진, 그리고 재연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름다운 시'를 꿈꾸며 평생 잊지 못할 장관과 스릴를 위해 특별한 이유 없이 줄타기를 한

페티와 친구들의 모습이 일상에 지쳐있는 내게는 엄청 부러운 일로 다가왔다.

그렇게 뭔가 색다른 일탈을 꿈꾸고만 싶었다.

예전에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낙서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한 것 없이 그냥 구경꾼 이었지만.

그때의 설렘은 지금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너무나 꽉 짜여진 삶의 구조와 괴물 같은 일상은 우리에게 그저 따를 것을 요구한다.

아무런 의심없이 그저 주어진 길을 따를 것을....

그래서 우리에겐 일탈이 필요하고, 너무나 소중하다.

하지만 일탈은 순간일 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일상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한다.

잠깐 즐거웠으면 다시 내 말을 따르라고 한다.

벗어날 수 없는 나선형의 미로처럼...

결국 우리의 일상 자체를 일탈시켜야 할 것 같다.

불가에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隋處作主 立處皆眞) "이란 말이 있단다.

대충 "언제 어디서나 주체로 산다면 그 곳이 바로 참된 곳"이라는 뜻이란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있는 시간, 장소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필리페 페티에겐 줄타기는 일탈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있은 일을 창조적으로 도전하며 살면 매일이 줄타기라는 그의 말처럼

일상을 어떻게 조직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