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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영국 대학원 학기

나는 지금 한달 정도 되는 성탄절 휴가를 즐기고 있다. 마음 놓고 즐길 처지는 아니지만...

 

내가 다니는 리즈대학 대학원은 학기가 3학기로 나뉜다. 1학기 수업은 9월24일에 시작해서 12월7일에 끝났다. 이 때부터 내년 1월6일까지가 공식적인 성탄절·신년 휴가 기간이다. 학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학교 도서관이나 컴퓨터실 따위도 이미 성탄절 휴가 일정에 들어갔다. 도서관 문 닫는 시간이 밤 12시에서 밤 9시로 앞당겨졌다. 1월7일부터 18일까지는 1학기 시험기간이다. (나는 10일에 한 과목 시험이 있다)

 

2학기 수업은 1월21일에 시작되어 5월2일에 끝난다. 1학기보다 훨씬 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3월15일부터 4월13일까지 한달이 부활절 휴가이기 때문이다.

 

다시 5월12일부터 30일까지 시험기간이다. 그리고 3학기에 들어가는데, 3학기에는 수업이 없고 논문만 쓴다. 논문 마감일은 2008년 9월1일이다. 그런데 정작 졸업식은 12월에 한다. (지난주에 졸업식이 열렸다. 학생이 워낙 많은 대학이어서 졸업식도 학과별로 나눠서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졸업식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학교가 가득했다.)

 

나처럼 등록금 내지 않는 사람은 몰라도 거의 2000만원 가량 하는 등록금 낸 학생들은 억울할 것 같다. 수업이 기껏 5개월쯤밖에 안되고 노는 날이 많으니 말이다. (솔직히 수업 내용도 대단한 것이 없다. 처음에 놀란 것 가운데 하나가 수업의 수준이 별로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대학원인데 말이다. 그저 수박겉핥기라고 할까... 아무리 스스로 책 읽고 논문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는 해도 말이다.)

 

놀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그렇지는 않다. 성탄절 휴가 기간동안 시험 준비, 3000자 짜리 에세이 작성이라는 일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2학기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로 중간 중간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그 사이에 논문도 준비해야 하니, 별로 여유가 없다.

 

아무튼 지금은 공식적으로 성탄절 휴가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1월7일까지 휴가에 들어간다. 또 여기에 있는 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 들어보니 20일쯤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쉰단다. 이번 주말부터는 수많은 영국 사람들이 성탄절 휴가에 들어갈 것 같다.

2007/12/18 18:43 2007/12/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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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영국 물가

영국에 오기 전부터 듣기는 했지만, 영국 물가는 정말로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비싸다. 가족이 영국에 온 바로 다음날 점심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보통의 햄버거 세트를 3개 주문했는데 11파운드(약 2만원)가 나왔다. 특별할 것도 없는 햄버거 세트 하나에 7천원 가량 하는 셈이다. 한국보다 싼 것으로는 아마도 쇠고기 따위의 육류와 포도주 정도일 것이다. 그 외에는 보통 두배 이상하는 것 같다.

 

리즈 시내 버스는 도시 구석 구석까지 다닌다. 다만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그래도 웬만한 곳은 버스로 다닐 수 있다. 그런데 버스 요금이 장난이 아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기본 요금이 75펜스(1400원)다. 0.5마일(800미터)까지의 요금이다. 그러니 버스 한번 타면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1파운드(1900원)에서 1.5파운드(2800원) 정도는 내야하는 게 보통이다. 하루 종일 타고 다닐 수 있는 종일권이 있기는 하다. 바쁜 출근 시간(오전 9시30분 이전)에 종일권을 사면 3.5파운드(6570원)다. 이 종일권은 리즈시를 포함한 웨스트 요크셔 지역 안에서 몇번이고 버스를 탈 수 있다. 다만 버스 회사가 몇개 있어서, 특정한 회사 버스만 탈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퍼스트라는 운수그룹이다.) 출근 시간이 지난 뒤에 종일권을 사면 2.5파운드(4700원)이지만, 이 경우는 리즈시 경계 내부에서만 자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다. 나는 타보지 않았지만 철도 요금도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덜 비싸다. 얼마전에 리터당 1파운드(1900원)를 돌파했다. 산유국이어서 그런지, 한국 물가와 비교하면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셈이다.

 

이밖에 대학 구내매점에서 커피 한잔(한국 자판기 커피의 두배 정도 분량) 가격이 70펜스(1315원)이고, 샌드위치 한개 가격은 보통 2파운드(3750원) 정도다.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려고 해도 5000원이 넘게 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요즘 커피와 햄버거를 싸가지고 다닌다. 도시락 들고 학교 다니는 것, 꿈도 꿔보지 않은 일이 내게 벌어지고 있다!!) 또 학교내 컴퓨터실에서 문서 인쇄하는 비용이 에이4 한장에 4펜스(75원)다. 대학인데도 별로 싸지 않다.

 

선불제(여기서는 페이 에스 유 고, pay as you go라고 부른다) 이동전화의 1분 통화료는 15펜스(280원) 안팎이다. 물론 한달에 일정한 액수(25내지 30파운드)를 내는 월 정액제도 있어서, 이동전화 요금은 한국과 바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생필품 가격들도 보통 한국의 두배는 된다. 그나마 쇠고기, 닭고기 따위의 가격은 싼 편이다. 대형 수퍼에서는 종종 하나를 사면 하나를 거저주는 이른바 '바이 원 겟 원 프리'(Buy One Get One Free) 행사를 수시로 한다. 이런 물건을 사면 그나마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아마도 가장 비싼 물건은 담배일 것이다. 20개비 들이 담배 한갑이 보통 4.5파운드(8650원)에서 5.5파운드(1만560원) 정도다. 색다른 점은 가게마다 값이 다르고, 담배 종류에 따른 가격 차이도 꽤 심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비싼 담배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보통 말아서 피우는 담배를 이용한다. 담배 따로, 담배 마는 종이 따로, 담배 필터 따로 사서 직접 말아 피운다. 25그램짜리 담배가 5파운드(9600원)인데, 50번 정도는 말아서 피울 수 있다.

 

이렇게 물가가 비싼데,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2007/11/21 18:36 2007/11/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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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영국 날씨

영국에 오기 전에는 영국에 비가 많이 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심지어 어떤 지역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세는 것이 비 오는 날을 세는 것보다 더 쉽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리즈에 와보니, 날씨가 기대보다 좋았다.

 

사실 처음 며칠은 꽤 춥게 느껴졌다. 춥게 느낀 주된 이유는 날씨라기보다는 생활 환경과 내 상황이었다. 밤 10시에 리즈 공항에 도착해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어렵게 학교의 임시 기숙사를 찾아갔다. 너무 지쳐 아무래도 샤워를 하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용 샤워실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돌돌 떨면서 방으로 돌아와 라디에이터를 켰으나 난방도 작동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썰렁한 방에서 얇은 이불을 덮고 떨면서 잤다. 리즈의 첫날 밤은, 진짜로 추워서 잠이 깨는 괴로운 밤이었다.

 

그 이후 며칠 날씨는 그래도 좋았다. 한국의 가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파란 하늘... 따듯한 햇살... 하지만 금방 알게 된 사실은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변화를 하루에 다 겪는 날도 적지 않다. 햇볕이 난다 싶으면 곧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분다 싶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쨍쨍해진다. 아침에는 춥게 느껴지다가 낮이 되면 덥고, 다시 저녁만 되면 쌀쌀해진다. 감기 걸리기 딱 좋다.

 


(시장 집무실이 있는 '리즈 시빅 홀'. 그 앞은 '밀레니엄 광장', 조각상이 서있는 곳은 '넬슨 만델라 광장'. 9월11일에 찍었는데, 하늘이 한국 가을 하늘처럼 파랗다.)

 

그 이후 생활이 안정되면서 날씨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여기 오래 산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리즈는 10월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오후 4시만 되면 어두워지고 비는 처량하게 오는 늦가을, 겨울... 생각만해도 우울해진다. 그런데 정작 10월이 다 지나가는 지금까지 실제로 비는 많이 오지 않고 있다. 맑은 날도 꽤 많고 기온도 그리 낮지 않다. 보통 기온이 5도에서 15도 사이를 오간다. 요즘 서울 기온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별로 춥지 않다.

비는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고, 흐린 날이 많으며, 변덕스러운 날씨, 이게 지난 두달동안 겪은 영국 리즈 지역의 날씨다.

 

다음주부터는 영국의 섬머타임이 끝난다. 그러면 갑작스럽게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비까지 자주 오게 된다면, 정말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을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저녁만 되면 주위가 고요해진다.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숲이 많은 주거지여서 술집도 없다. 그러니 아무 것도 할 게 없다. 밤에 집에서 술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이다. 지금도 이런데 비까지 많이 오게 되면 술 마시는 일이 늘어만 갈 것 같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여기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한국보다 싸게 맥주를 살 기회가 많다는 사실이다.)

2007/10/27 03:17 2007/10/2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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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보 진영의 글을 번역해 공개하는 걸 주 목적으로 하지만 요즘은 잡글이 더 많습니다. mari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