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들 영악해졌다?
포털들이 블로거 간담회라는 걸 하는가 보다. 그리고 간담회 갔다가 온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었다고 한다. 특별히 뽑힌 사람들이고 밥도 먹여주고 기념품도 주니, 나라도 신나서 몇자 적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 사람인지라 나쁜 이야기 하기는 참 어렵다.
여기까지가 포털들이 영악하게 생각한 것이다. 영향력 있는 개인을 잡아 '객관' 또는 '주관'을 가장한 자사 홍보를 기대한다는 생각, 너무 뻔한 생각이다. 이 정도 마케팅을 이제서야 한다는 건 사실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영향력있는 블로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현상은 결국 이 땅에서도 블로그가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포털들의 이 영악한 생각은 사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바보짓이다.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적어도 부작용이 효과보다 작더라도 부작용의 강도 곧 포털에 대한 반감의 깊이가 훨씬 깊어질 것이다. 그러니 괜히 블로거간에 별로 건설적이지 않은 논쟁 일으키지 말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서 살기 바란다. (물론 들은 척도 안하겠지만.)
블로거들끼리 오고 가는 이야기가 어떤 건지 알고 싶다면 이 글과 이 글에 트랙백으로 연결된 글들을 보면 된다. 주관과 객관이 뒤섞인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객관을 강조하는 논의는, “훌륭한 블로거라면 좀더 객관적으로 써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식의 비판에 대해 “내가 볼 때 객관적으로 괜찮은 기능이나 서비스라고 판단해서 리뷰성으로 썼을 뿐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식이다. 드물지만 주관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는데, 대강 “블로그는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보기에 그냥 좋아서 썼다”는 식의 반론이 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진짜 문제는 포털의 얄팍함이다.
그래도 “내 주관적으로 그리고 내 생각에 객관적으로” 이 글이 가장 끌린다. 특히 마지막 구절.
밥 한끼를 얻어먹어도 결국엔 그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블로그 저널리즘이 존재한다면 - 혹 그 저널리즘의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글을 올리시는 분이라면, 이런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고 본다. 블로그가 워낙 사적인 매체인 만큼, 밥 한끼의 위력이 더 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금언이 새삼 마음에 와 닫는다.
이 지적은 비단 이번 일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나야말로 항상 기억해야 할 이야기다.
행인 2005/12/13 01:57
저도 그 부분에서 희망을 느낀답니다 *^^*
自由魂 2005/12/13 12:04
개인적으로 대중에 대한 '신뢰'를 접게 된 계기가 될 뻔 했습니다.
다행히도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적지 않은 사람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지금이야 잊은지 오래지만 한 때 '공학도'로서 저의 과거가 논문의 '진실' 여부를 떠나 황우석 교수에 대한 실망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정치적이지 않은 과학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나도 '정치적' 모습으로 일관한 모습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marishin 2005/12/13 13:47
행인님, 자유혼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그 자체로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진실 또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애쓰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얻은 희망도 값지겠죠.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야겠습니다.
동동이 2005/12/13 17:54
저두 이불 뒤집어쓰고 훌쩍거리면서 모니터 앞에 앉아있었는데, 광기를 닮은 여론도 그것을 바꾸려는 진실에 대한 신뢰도 한 사회에서 한 때 이렇게 어마무지하게 쏟아져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인걸까요. -_-
marishin 2005/12/13 18:51
동동이님, 맞습니다. 정말 다이나믹한 면에선 세계 최고죠. 모니터 앞을 떠나기가 겁날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이라니. 딸 아이 돌보기가 제 임무였는데, 아이가 나중에 제 엄마한테 “아빠가 놀아주지 않았다”고 훌쩍거릴 정도였답니다. 둘러대느라고 엄청 고생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