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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교토에서 '강제연행' 박물관 재건 콘서트

11월 27일 일본 교토(京都)회관에서 윤도현 밴드(이하 YB) 콘서트가 열린다. 한국가수가 일본 내에서 공연을 하면 상당한 수익을 내기 위해 대개 도쿄에서 하기 마련인데 YB는 도쿄가 아닌 쿄토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게다가 고즈넉한 교토의 분위기와 YB같은 락밴드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왜 굳이 쿄토를 선택했을까?

윤도현밴드의 교토 콘서트 포스터.



YB의 이번 콘서트는 일본 교토에 있는 탄바(丹波) 망간기념관 재건을 위한 자선 콘서트다. 탄바 망간기념관은 일본 ‘탄바(丹波)’라는 지역에 있는 기념관이다. 이곳은 1900년대, 약 100년 동안 1만5000~2만개의 갱도가 만들어질 정도로 망간이 다량 매장되어 있는 일본 제1의 망간 광산지였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메이지시대에 채광이 시작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대량으로 채굴됐다. 철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망간은 철에 보통 3~8%정도 섞는데 총이나 대포를 만들 때는 25~35%까지 섞는다. 망간 함유율이 낮으면 대포를 쏜 후 화력으로 포신이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망간기념관 외관.



당시 단기간 내에 필요한 망간을 채굴하기 위해 주로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동원되었다. 강제 동원으로 단파지역으로 온 한국인 중에는 한국에서 끌려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본 내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도 상당수였다고 전해진다. 약 3000명이 가혹한 채굴 노동을 강요당했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전쟁 후에도 후유증인 진폐증으로 고통 받았다. 진폐증은 직업병의 하나로 공장 등에서 발생한 먼지가 폐에 끼어 폐섬유증이 생기면서 호흡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숨이 차고 심장 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체력이 빨리 소모되고 식욕 부진이 동반하기도 한다.

망간기념관을 찾은 사람들.



‘탄바 망간기념관’의 초대관장인 고(故)이정호씨 역시 이 진폐증으로 고통 받았다.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1989년에 탄바 망간기념관은 개관했다. 그것은 일제에 강제 노동을 강요당하는 등 기본적 인권조차 박탈당하면서 비참하게 살아왔지만 억압한 가해자와 억압받은 피해자가 있었다는 역사만큼은 잊지 말고 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고인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고(故)이정호씨가 세상을 뜬 후 그의 아들 이용식씨가 그 뜻을 물려받아 16년 동안 운영해왔다. 개관 초기에는 기부금을 받기도 했지만 운영비에 보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매년 500만~600만 엔 정도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09년 5월 31일에 결국 폐관하게 되었다. 개관한지 딱 20년째 되는 해였다.

망간기념관에 대해 기념관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전국의 약 5000 개의 역사기념관과 박물관 가운데 탄바 망간기념관은 전쟁피해자가 직접 세운 유일한 ‘강제연행’ 기념관이다. 독일과 달리 일본에는 ‘전쟁에 의한 가해’의 역사가 남겨진 박물관 혹은 기념관이 한 곳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탄바 망간기념관의 폐관은 더욱 안타깝다.

2008년 말 폐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기념관을 지키려는 일부의 노력이 있었으나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재일동포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 왔으며 올해 5월 ‘탄바 망간기념관 재건위원회(이하 재건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 그들의 기념관 재건과 운영 이념은 다음과 같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나,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의한 가해의 역사를 남기고 전해간다.
하나, 재일동포와 피차별부락(被差別部落) 사람들이 겪은 피해의 역사를 남기고 전해간다.
하나, 역사를 직시하고 바르게 대응하여 일본과 한반도 사람들 간의 진정한 화해와 우호를 구축한다.


탄바 망간기념관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1000만 엔이 필요하다. 이에 YB는 흔쾌히 공연을 수락했고 일본 교토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날 공연의 수익금 전부를 재건위원회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 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차별 받아온 재일동포들이 외롭게 ‘우리’의 역사를 지켜 나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이젠 우리가 말할 차례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젠 외롭지 않을 거라고.

일본에서/박성철/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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